배움/책

유럽도시기행 1

꿈트리숲 2019. 7. 23. 07:17

안다는 것은 세포가 기억하는 것

 

 

낯선 도시를 여행하는 데는 저마다의 이유가 있다.

나는 도시가 품고 있는 이야기를 들으면서 새로운 것을 배운다.

나 자신과 인간과 우리의 삶에 대해 여러 감정을 맛본다.

그게 좋아서 여행을 한다.

그러려면 그 도시가 하는 말을 알아들을 수 있어야 한다.

 

유시민 작가의 <유럽 도시 기행 1> 책 뒷면에 실린 글의 일부인데요.

국내도 그렇겠고 외국의 낯선 도시를 여행할 때 저는 어떤 마음일까 생각해봤어요.

설렘을 제 1순위로 올리는 데는 주저하지 않습니다. 그 다음으로 일탈, 용기, 무모함 등이 바로 떠오르네요. 평범한 일상을 벗어나 내가 아닌 내가 되어 보는 일탈, 낯선 곳을 과감하게 가볼 수 있는 용기, 그리고 여행이 아니었다면 결코 시도해보지 않았을 그 어떤 것도 무모하게 해볼 수 있는 것이 바로 여행입니다.

 

저의 버킷 리스트 중의 하나가 유럽 도시들에서 한달 살이를 해보는 건데요. 왜? 라고 묻는다면 '꿈의 이유가 어딨어 그냥 꿈이니까 하고 싶은 거지' 말해도 하등 문제될 것이 없어요. 그렇지만 저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고 말하고 싶네요. 예전 파리 여행 때 많은 것을 보고 많은 것을 느끼지 못하고 왔다는 아쉬움이 항상 남아 있어요. 그래서 짧게 다녀가는 여행이 아니라 한 달씩 오래 머무는 생활을 해보고 싶은 욕심이 꿈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이번 유시민 작가님의 책도 그렇게 나온 것이 아닐까, 한달 살이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하고 기대를 안고 봤어요.

 

그런데 제 기대와는 달리 <유럽도시기행 1>은 유럽의 도시들을 4~5일 정도 머물면서 대표 건축물들, 대표 거리, 대표 음식 등을 접했던 얘기들이더라구요. ~~~ 좀 더 길게 써주시지, 좀 더 오래 머무르며 그들의 생활을 좀 알려주시지. 아쉬움이 진하게 베어 나옵니다. 유시민 작가님이 워낙 바쁘셔서 그렇게 할 수 없는 상황이었을거라 충분히 짐작하기에 이해하고 받아들여요. 짧은 일정이었다는 걸 감안한다면 4~5일씩만 여행하고도 책을 한 권 낼 수 있다는 게 새삼 작가의 위엄을 느끼게 합니다.

 

전 아직 유럽의 여러 나라를 가보지 못했어요. 파리와 스위스만 가보았지요. 그래서 이 책에서 소개된 아테네와 로마 이스탄불은 역사책 얘기와 다름없이 다가왔습니다. 알고 있는 역사를 확인하는 기분, 모르는 걸 새롭게 알아가는 느낌 그 자체였는데요. 반면 제가 가본 파리 부분을 읽을 때는 앞선 세 도시와는 확연히 다른 기분이 들었어요.

 

추억이 물밀 듯이 밀려오고 몰려가기를 반복하며 예전의 제가 파리에서 뚜벅 뚜벅 걸어다녔던 때가 생생하게 떠오르더라구요. 세계에 3대 아는 것이 있다고 하죠. 소크라테스의 너 자신을 알라’, 프랜시스 베이컨아는 것이 힘이다그리고 유홍준의 아는 만큼 보인다가 그것인데요. 저도 하나 추가하고 싶어요. 안다는 것은 세포까지 느끼는 것이라고 말이지요.

 

예전 여행 때 미처 느끼지 못했던 감정, 생각들이 <유럽도시기행 1>을 통해 정리되면서 저의 세포들이 그때의 일을 마치 현재처럼 느끼고 있는 것 같은 착각이 들었어요. 저의 파리 여행기는 고행의 연속이었던지라 보아도 보이지 않고 들어도 들리지 않았던 여행과도 같았는데요. 그런 여행을 책을 보면서 다시 느끼게 되었습니다. 보이지 않아도 들리지 않아도 세포들은 다 반응하고 있었구나 하구요. 그때의 느낌이 책을 통해 다시 부활하는 것 같아요. 재방송이어도 또 보고 싶은 영화가 있듯이 가봤던 곳을 소개하는 여행 책에서도 신선한 감흥이 일어납니다. 아쉬움과 설렘을 다 남겨두고 왔던 파리, 다시 가서 그 아쉬움과 설렘을 회수해오고 싶어요.

 

아테네는 멋있게 나이 들지 못한 미소년, 로마는 전성기를 다 보내고 은퇴한 사업가를 연상하게 한다고 작가는 말합니다. 그리고 이스탄불은 터키공화국보다 더 큰 도시라고 했어요.

 

그렇다면 제 세포가 기억하는 파리는 작가님이 어떻게 그려주셨을까요? 저도 4~5일 짧게 머무른 곳이지만 직접 발을 들여 그 땅을 걷고 그 공기를 마시며 숨을 쉬어 봤기에 다른 도시에 비해 애정이 각별합니다.

 

p 245 지금 시점에서 어떤 도시를 지구촌의 문화수도로 정한다면 어디가 좋을까? 나더러 결정하라면 망설임 없이 파리를 선택하겠다. ? 파리는 에펠탑이 랜드 마크 1번 건축물이니까.

에펠탑 자체가 그 정도로 특별해서가 아니다. 이상하게 생긴 그 철탑을 도시의 상징으로 만든 과정, 프랑스공화국의 정치체제, 파리 시민들의 정신세계와 문화적 감각이 호모 사피엔스가 도달한 문명의 최고봉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이런 면에서 파리를 능가하는 도시는, 적어도 한동안은 나오지 않을 것이다.

 

인류 문명의 최전선이라고 표현한 파리, 그 최전선에서 설렘과 일탈, 용기와 무모함 모두를 다시 경험해 보고 싶은 건 비단 저 뿐만이 아니겠죠. 많은 사람이 가보고 싶어 하는 도시이기에 문명의 최전선이라고 하셨을 것 같아요.

 

그 도시가 하는 얘기를 알아듣고 내 삶을 들려주면서 공감하고 교감하며 세포 하나하나에 기억과 추억을 새겨 넣고 싶은 마음. 흡사 연인을 알아가는 느낌과도 비슷하네요. 파리와 사귀고 싶으신 분은 문명의 최전선으로 달려가기 전에 <유럽도시기행 1>로 예습을 하시면 어떨까요.

 

 

728x90

'배움 > ' 카테고리의 다른 글

역사의 쓸모  (10) 2019.07.30
채널예스 - 커버스토리 정우성  (12) 2019.07.25
백만장자 메신저  (8) 2019.07.18
1천권 독서법  (28) 2019.07.17
아주 작은 습관의 힘  (8) 2019.07.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