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움/책

역사의 쓸모

꿈트리숲 2019. 7. 30. 06:37

나의 일생으로 삶에 답하기

 

 

학교 다닐 때 역사라고 하면 대학 입시 시험의 한 과목쯤으로 여겼습니다. 그래서 빡세게 외우는 과목이라 생각했어요. 역사적 사건의 연도를 순서대로 외우고 제도나 관습 모두 몰이해 위에 암기의 기둥만 세웠었죠. 그랬더니 남는 것은 단편적 지식만 머리에 둥둥 떠다닙니다. 역사서나 역사 다큐를 볼라치면 지루하거나 답답한 느낌을 지울 수 없었던 게 연결되지 않은 지식, 부실한 토대 위에 세워진 암기 지식 때문이었던 거에요.

 

어른이 되고 역사적 사실을 하나하나 알아가는 재미를 붙이게 되니 그때의 사건들이 조금씩 이해가 되었어요. 왜 인적 물적 자원이 귀한 시대에 황룡사 9층 목탑을 만들었을까? 고려는 왜 망했을까? 갑신정변은 왜 실패했으며 동학 농민운동은 어떤 의미인가 등등. 비로소 사건만 보던 눈에서 그 시대를 살던 사람들에게로 시선이 옮겨졌습니다.

 

시대를 읽고 사람을 보는 눈이 역사를 통해서 생기게 된 거에요. 암기만 했던 역사는 저에게 울림이 없지만 사람과 시대를 이해하는 역사는 역사이지만 살아있습니다. 그리고 끊임없이 우리에게 말을 걸어옵니다. 현재도 우리와 일본의 관계에서 역사가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기에 국민들이 앞장서서 일본 제품 불매 운동을 벌이고 있는 것이겠죠.

 

큰별쌤으로 유명하신 최태성 선생님의 <역사의 쓸모>를 읽고서 역사의 중요성을 새삼 깨닫게 됩니다. 지나간 것은 흔히 우리가 쓸모없는 것이라 치부하기 쉬운데요. 대표적으로 역사를 그렇게 생각하지 않나 싶어요. 하지만 최태성 선생님은 쓸모없어 보이는 것의 쓸모있음을 역설하십니다.

 

p 6 어떤 사람은 역사가 단순히 사실의 기록이라고 말하지만, 저는 오히려 그것은 착각이고 역사는 사람을 만나는 인문학이라고 강조합니다. 역사는 나보다 앞서 살았던 사람들의 삶을 들여다보면서 나는 어떻게 살 것인지를 고민하고 실천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존재예요. 역사를 공부했음에도 살아가는 데 어떠한 영감도 받지 못했다면 역사를 제대로 공부했다고 하기 어려울 것입니다.

 

과거의 제가 역사를 제대로 공부하지 못했던 사람이었어요. 물론 지금이라고 상전벽해만큼 달라진 것은 아니지만요. 역사가 사람이 만드는 거라면 그 역사는 되풀이 되겠다, 과거에서 답을 찾아봐야겠다 정도로 생각이 조금씩 바뀌고 있습니다.

 

최태성 선생님도 삶을 바로 잡고 싶을 때마다 역사 속으로 시간 여행을 떠나셨대요. 그러면 100년 전, 1000년 전에 살았던 사람도 우리와 비슷한 고민을 하고 위기를 겪고, 또 극복했음을 알게 되었다는군요. 그래서 역사가 우리에게 나침반이 되어주기도 하고 친구처럼 위로가 되어주기도 한답니다. 우리의 현재 위기도 역사 속의 그들을 만나면 왠지 돌파할 수 있을 것 같다는 희망이 생기네요.

 

제가 토지를 읽으면서 느낀 건 역사 속에 이름 없이 쓰러져간 민중이 엄청 많았구나 하는 거였어요. 책이나 영화 등에서는 큰 업적을 남긴 분들만 다루어져서 대게 그분들만 역사를 이끌고 나머지는 없다고 생각하거나 아님 있더라도 관심이 거기까진 미치지 않아요.

 

일명 아무개의 역사, 혹은 개인의 기록쯤으로 그치고 말텐데요. 하지만 이름 한줄 남기지 않은 그들이 있어 오늘의 대한민국이 건재한 것이고 또 제가 이렇게 글을 쓸 수 있습니다. 과연 저는 그 시대에 살았더라면 아무개로 전쟁에 뛰어들 수 있었을까, 솔직히 자신이 없어요. 그러기에 아무개 분들의 위대함이 크게 다가옵니다. 남이 알아주지 않아도 나의 길을 묵묵히 가는 뚝심, 내 이름 하나 남지 않아도 대의를 위해 희생하는 정신 등. 역사의 쓸모가 저를 숙연하게도 겸손하게도 만듭니다.

 

최태성 선생님은 역사의 쓸모를 조목조목 알려주셨어요. 숨겨진 보물을 찾아 떠나는 탐험에서는 재밌는 역사 이야기를, 기록이 아닌 사람을 만나는 일에서는 역사 속 인물의 얘기를, 새날을 꿈꾸게 만드는 실체 있는 희망에서는 함께 꾸는 꿈이 현실이 되는 이야기를 해주셨어요. 고시랑고시랑 옛날이야기 듣는 기분으로 책장이 술술 넘어갑니다.

 

저는 이 책을 읽으면서 그렇다면 나는 어떻게 살아야 하나? 지금 제대로 살고 있는 건가?’ 하는 물음이 계속 생기더라구요. 역사책, 특히나 역사의 쓸모에 관해 읽고 있으니 당연히 역사에서 답을 구해야 되는거겠죠. 최태성 선생님도 흔들릴때마다 되새기는 말이 있다고 소개해주셨는데요. 독립운동가 이회영 선생의 말씀입니다. 저도 그 글을 읽고 울컥하면서 아! 나도 그렇게 살아야겠다 다짐을 했어요.

 

p 39 서른 살 청년 이회영이 물었다.

한 번의 젊은 나이를 어찌할 것인가

눈을 감는 순간 예순여섯 노인 이회영이 답했다.

예순여섯의 일생으로 답했다.

 

너는 누구냐고 묻는다면 이제껏 살아온 마흔 여섯의 인생이 알려줄 것이고, 먼 훗날 너의 일생은 어땠어라고 묻는다면 그때까지의 일생으로 답을 할 수 있게 살아야겠다고 말이죠.

저의 인생은 기록이지만 동시대 여러 사람의 기록은 역사가 됨을 알게 되었어요. 우리 함께 우리의 일생이 좋은 답이 되도록 그래서 쓸모있는 역사를 만들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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