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움/일상

SNS 과연 인생의 낭비이기만 할까?

꿈트리숲 2019. 10. 11. 06:56

SNS 인생의 양념이자 디톡스

 

영국 축구의 프리미어 리그에 전설적인 감독이 있었죠. 지금은 은퇴를 하셨는데,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알렉스 퍼거슨 감독입니다. 갑자기 뜬금없이 웬 축구 이야기인가 어리둥절 하시겠지만 축구 이야기를 하려는게 아니라 SNS 이야기를 하려다 보니 퍼거슨 감독의 말이 생각이 나네요.

 

“SNS는 인생의 낭비

 

퍼거슨 감독이 이렇게 말했어요. 아마도 선수들이 SNS 신경을 쓰느라 훈련에 전념을 안해서 했던 말이 아닐까 추축을 해봅니다. 그런데 저 말이 우리나라 연예인들이 SNS로 인하여 뭔가 안 좋은 일이 터지면 항상 회자되더라구요.

 

저도 저 말을 굳게 믿고 SNS를 안했어요. 블로그, 페이스북, 인스타, 카카오스토리 등 일체 하지 않았죠. 카톡도 지인들이 불편하다며 하라고 하라고 해서 남들 다 시작하고 몇 년 후에나 입성을 하게 됐습니다.

 

그러던 제가 작년에 블로그를 시작하고 두 달 전에는 인스타를 시작했어요. 블로그는 어쩔 수 없이 뭔가를 꼭 해야만 했던 상황에서 할 수 밖에 없었고요. 인스타는... 시작은 이랬습니다. 세바시 강연을 갔어요. 인스타에 세바시 인증 사진 올리면 책을 무려 4권을 준다는 겁니다. 책값도 만만찮은데, 한 번 해볼까 싶어 인스타를 열었죠. 책 당첨은 다른 이에게로...

 

김민식 작가님의 페이스북에 제 글이 올라왔다 해도 페이스북을 시작하지 않았고요. 이재덕 강사님의 인스타에 제 딸 사진이 올라왔다 해도, 김창옥 강사님 인스타에 저희 가족이 다 나왔다고 해도 시작하지 않은 SNS였는데, 책을 준다는 말에 단번에 오케이 하고 발을 들였습니다.

 

 

SNS 깜깜이라 남들은 인스타를 어떻게 하나 예시라도 봐야겠다 싶었는데요. 친구는 어떻게 찾는지도 모르겠고, 팔로워와 팔로잉은 또 어떻게 구분하는건지. 신문명에 완전 까막눈인 저 자신을 발견하게 됩니다. 최재붕 교수님은 포노족이 되어야 된다고 강의나 책에서 강조를 하셨어요. 은행 업무 스마트폰으로 보는 저는 나름 포노족이라고 만족하고 있었더니 그건 완전 아기 걸음마 수준이었더라구요.

 

이왕 개설하게 된 인스타, 사진만 올린다니 쉬울 것 같아서 책 사진도 올리고 신문도 올리고 그렇게 인스타人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어느 날 신기한 걸 알아냈어요. 제가 책 사진 올리면 작가들이 어떻게 알고서는 제 글에 하트를 누르더라구요. 어떻게 알았지? 아님 매일 자신의 이름 넣고 검색하나? 생각했거든요. 비밀은 해시태그에 있었어요. #000 하면 작가도 출판사도 다 와서 하트를 눌러주는 시스템이더라구요. ~~~ 신문명에 저 완전 깜짝 놀랐잖아요. 그런 거 알아낸 제가 넘 대견한거 있죠?(벌써 다 알고 계시다구요?)

 

제 경우에 있어 블로그는 저의 책 덕질의 요약이라면 인스타는 그런 블로그의 요약이라고 할 수 있어요. 이미 블로그로 저는 다양한 경험을 해오고 있어서 블로그 하기 참 잘했다 싶은데요. 인스타 역시 블로그의 요약, 축소판일지언정 잘 시작했다 싶은게, 작가들과 팔로워 팔로잉 관계가 되고요. 소소한 이벤트 당첨이라는 당근도 받게 되더라는거죠.

 

 

설민석 선생님이 삼국지를 내셨죠. 제 블로그에도 후기를 올렸더랬어요. 삼국지 출판과 동시에 첫독자 이벤트를 진행했어요. 인스타에서요. 이벤트 운이 없던 저는 큰 기대 없이 사진을 올렸는데, 선물을 받고 싶은 마음 가득 담았을 뿐인데, 덜컥 당첨이 된 겁니다. 살다 보니 이런 날이 다 오네요.

 

블로그로 인연이 된 김민식 작가님과는 단골손님 독서모임도 하게 되어 11월이 오기만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습니다. SNS를 하지 않을 때 저와 지금의 저, 같은 사람이지만 같지 않습니다. 겉 모습은 같아도 알맹이는 계속 진화하면서 변해가고 있어요. 명사형이 아니라 동사형이 되어감이 느껴집니다. 그렇다고 왜 이제야 SNS를 했을까 후회하지는 않아요. 그때는 제 마음이 변화를 받아드릴 여유가 없었던 때였으니 지금에라도 이 변화가 왔음을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SNS, 진정 인생의 낭비일까요?

타인에게서 인정을 바라는 그 욕구 해소의 도구로만 본다면 분명 낭비에요. 누군가 눌러주는 하트는 하트를 위장한 가짜 인정일 수 있거든요. 그럴 시간에 내가 나를 위해 내가 인정할 만한 행위들을 하는 것이 훨씬 이득이라는 생각이에요.

 

하지만 내가 타인의 인정에 목마르지도 않고, 하트 수에 연연해하지 않는다면 SNS는 분명 인생의 윤활유 같은 도구입니다. 밋밋한 씀씀한 일상에 양념 더하기, 아픔과 슬픔을 좀 덜어주는 디톡스, 그것이 SNS가 아닐까 싶어요. 하트가 1개라도 좋다, 팔로워가 1명이라도 좋다, 인생을 더 풍요롭게 만드는 것이라면 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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