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움/일상

크리스마스 어떻게 보내셨나요?

꿈트리숲 2019. 12. 26. 11:54

조촐하지만 조용하고 의미있는 크리스마스

 

 

 

크리스마스 잘 보내셨나요? 이웃님들은 어디서 어떻게 보내셨는지요. 저는요 20대 때는 지방에서 서울까지 올라와서 명동 거리를 쏘다니기도 했고, 크리스마스 이브에 하는 공연을 날밤 새가며 보기도 했었어요. 공연 끝나고 나오는 크리스마스 새벽에 거짓말 처럼 쏟아지는 함박눈을 맞으며 아이처럼 좋아서 날뛰던 시절도 있었어요.

 

그때는 백만돌이 체력이었던지라 피곤한 줄 모르고 쌩쌩했는데... 이제는 사람 많은 곳은, 사람 많이 붐비는 날은 일단 거르고 봅니다. 중년이 되어가는건지 젊은 감성과 거리감이 생기는건지 몰라도 일단은 제 몸이 우선이라서요.

 

이번 크리스마스 이브는 아프고 난 뒤라 더더욱 조용하게 보냈습니다. 두 달여 시간이 순삭되고 정신차려 보니 벌써 연말이더라구요. 매번 뭐라도 해서 집안을 꾸몄던 크리스마스 장식은 신경 쓸 겨를도 없어서 크리스마스 분위기가 영 나지 않고 있었는데요.

 

 

얼굴만큼이나 마음씨 고운 예쁜 동생이 포인세티아를 선물해줬어요. 덕분에 크리스마스 분위기 듬뿍 납니다. 워머에 오일 한방울 떨어뜨려 온기와 향기를 곁에서 쬐고 있으면 더없이 포근해요.

 

아이 어릴때는 커다란 트리도 장식하고 새벽에 아이 몰래 선물 가져다 놓는 산타 임무도 수행하고 했었는데요. 어느 해부턴가 그런게 큰 의미가 없게 느껴져서 아이에게 사실대로 털어 놓았어요. 아이의 실망이 이루 말할 수 없이 컸지만 그 이후로는 선물 준비하는 부담없이 홀가분하게 크리스마스를 보내고 있습니다.

 

 

 

트리마저 없애고 나서는 때로는 손에다 때로는 벽에다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냈었어요. 이제는 손도 벽도 다 시들하고 그냥 눈으로 한번 보고 먹고 남지 않는 것으로 점점 옮겨가고 있습니다. 미니멀 수 년째 진행중이고 새로이 제로 웨이스트 도전해보려 하거든요.

 

 

 

크리스마스 이브에 세 식구 조촐하게 이야기 시간 가지려 했더니 남편은 상가집 가고 딸과 둘이서만 보내게 됐어요. 딸은 끄적끄적 그림에 집중하더니 크리스마스 분위기 물씬 풍기는 그림 하나 뚝딱 완성을 했습니다. 남들이 보기엔 어떨지 몰라도 제 눈엔 금손 딸입니다.ㅎㅎ 물개박수에 쌍엄지 날려가며 폭풍 칭찬을 하고는 바로 케익에 코박고 먹방 돌입했어요.

 

 

저에겐 특별한 카드가 도착했어요. 후원하는 아동들에게서 온 크리스마스 카드인데요. 매일 아이들의 사진은 보지만 제가 먼저 편지를 써봐야겠다 생각은 못해봤어요. 편지를 받으면 답장만 보내고 있는데, 이번에도 아이들이 먼저 카드를 보내줬네요. 정성껏 답장을 해야겠습니다.

 

 

내 아이가 커가는 모습도 신기하지만 지구촌 어딘가에 나와 인연이 닿은 아이가 커가는 모습을 보는 것도 정말 뿌듯한 일입니다. 잊지 않고 저에게 카드를 보내주는 것도 정말 감사한 일이고요.

 

2020년에 뭔가를 계획하고 계시다면 올해가 가기 전에 며칠 앞당겨 시작해보시는 건 어떨까요? 아직 오지 않은 새해를 기다리는 것 보다 확실한 오늘에 투자하는 것이 더 현명하다 싶어요. 좋은 건 하루라도 빨리 해보고 싶은 것이 사람 마음이잖아요. 확실한 행복, 지금 이 순간 꽉 잡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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