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움/책

지쳤거나 좋아하는 게 없거나

꿈트리숲 2020. 1. 7. 11:01

나는 내가 생각하는 것 보다 강하다

 

 

 

지난 10월 중순부터 11월 말까지 저는 세 번 입원을 하고 세 번의 퇴원을 했습니다. 그런다고 블로그도 한 두달여 동안 장기 휴가를 좀 냈었어요.

사실 '블로그 며칠 쉽니다' 글을 올릴 때만 해도 이렇게 오래 쉬게 될 줄은 상상도 못했었는데... 사람 일이라는게 한치 앞도 알 수 없는 안갯속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세 번의 입원동안 수술, 조직검사, 재발한 병의 치료 등을 하면서 전 너무 지쳐버렸어요. 병원과 뗄래야 뗄 수 없는 생활을 시작하게 된 것이 올해로 14년차인데요. 그간에 몇 번의 입원을 했는지 언뜻 헤아리기가 어려울 정도입니다. 그 여러번의 입원 중에 수술도 몇 번 포함이 되고요.

 

병원과 친하게 지내는 저 자신에 대해 '넌 그래도 건강할거야.' '살아있잖아, 감사해야지' 하는 마음을 늘 세뇌시키다 이번에 또 한 번 수술하게 되면서 믿음, 소망, 희망이 한꺼번에 와르르 무너졌었어요.

 

좋아하는 책도 보기 힘들어지고, 글은 더더욱 쓰기가 어려워지더라구요. 병원에서 모든 걸 놓아버리고 싶어서 남편에게 그런 말을 했었어요. 이제 책도 보지 않을거고, 글도 쓰지 않겠다고요. 왜냐하면 많은 책을 읽고 위안을 주고 희망을 주는 글을 썼음에도 불구하고 정작 제가 아플 때 너무 고통스러울 때 그 책들과 글들은 아무런 도움이 안됐거든요.

 

고통을 줄여줬던 건 오로지 진!통!제! 뿐이었어요. 물론 진통제도 듣지 않아서 하룻밤 사이에 세 종류를 바꿔가며 맞은 날도 있었지만요. 내가 위로 받지 못하고 내 스스로에게 희망을 주지 못하는데, 계속 글을 쓰는 건 의미가 없다 생각했어요.

 

남편이 딸에게 엄마가 더이상 글을 쓰지 않을거라고 얘기를 했나봐요. 두 번째 퇴원하던 날이 저의 생일이었는데요. 딸이 저에게 편지를 썼습니다. 엄마가 글을 안쓴다고 해도, 엄마가 뭘 한다고 해도 응원하겠다는 내용이었습니다. 그 말에 어찌나 눈물이 나던지요. 제 딸이 이렇게 엄마를 믿고 응원하고 있는 줄은 몰랐어요.

 

 

그 즈음에 엄마가 병원에 있어 쓸쓸해하고 있을 딸을 위해 조카가 며칠 와있었어요. 조카도 제 생일에 편지를 선물로 줬습니다. 조카의 편지에는 딸이 저를 롤모델로 생각하고 있다는 내용과 더불어 조카가 제일 좋아하는 어른이 저라는 메세지. 세상 누구보다 병약한 저를 강하게 일으켜 세우는 두 사람의 편지 덕에 쓰나미처럼 떠밀려 나갔던 믿음과 희망이 다시 돌아오는 소리가 들립니다. 저는 비온 뒤에 땅이 굳듯 조금씩 단단해지고 있습니다.

 

 

 

힘들 때 떠올리면 좋은 3가지

 

당신은 지금 정말 힘든 이 순간을

포기하지 않고 잘 버텨내고 있다는 것과

 

지금처럼 버티다 보면 이 순간이

어느새 다 지나가 있을 거라는 것

 

그리고 당신은 당신이 생각하는 것 보다

훨씬 강하다는 것

(13쪽)

 

힘들 때 3가지를 다 떠올려 보았지만 별 소용이 없었는데요. 시간이 지나보니까 알겠더라구요. 나는 나 혼자만으로는 절대 강할 수 없다는 것을요. 공기처럼 있는 듯 없는 듯 곁에서 끊임없이 저를 지지해주고 응원해주는 사람들이 있어 제가 버텨내고 견뎌내며 더 단단해진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저는 제가 생각하는 것 보다 훨씬 강합니다. 그 이유는 훨씬 강한 가족, 친구, 이웃이 제 곁에서 믿어주고 사랑해주기 때문이지요.

 

오늘 소개해드릴 이 책은 제 생일에 이웃분이 선물해주신 건데요. 책 얘기를 하려다 제 이야기가 길어졌어요. '지쳤거나 좋아하는 게 없거나'의 이야기는 다음 한 번 더 소개를 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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