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춘나래 도서관을 소개합니다

꿈트리숲 2020. 1. 30. 06:00

언젠가 꿈의 도서관을 짓고 싶어요.

 

이번 방학 때 저희 집 아이는 소설에 흠뻑 빠져 지냈어요. 그것도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한 소설이요. <구르미 그린 달빛>을 시작으로 <해시의 신루>, <해를 품은 달>, <보보경심> 등 중국 소설까지 그 관심이 뻗쳐나갔는데요. 처음 <구르미 그린 달빛>을 보고선 윤이수 작가에게 매료되어 <해시의 신루>로 이어졌다지요.

 

저더러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한 소설 더 없냐고 묻는데, 제가 그런 소설을 안 본 지가 좀 많이 되어서 딱히 추천할 만한 책이 없었어요. 매일 밤 책을 찾아 삼만리 하다가 예전 인기 많았던 드라마들이 소설 원작이 따로 있었다는 게 떠올라서 <해를 품은 달>, <보보경심> 등을 추천해주고요. 좀 오래되긴 했지만 <성균관 스캔들>도 원작 소설을 얘기해줬죠.

 

모든 책들을 독파하고선 어디까지가 허구이고 어디까지가 사실인지 궁금하다며 설민석의 조선왕조실록까지 읽어보는 세심함에 제 딸이지만 참 기특하다 생각했어요. 이 많은 책을 다 읽어도 아직 방학이 남았기에 혼자서 드라마 원작 소설이 뭐가 더 있는지 찾다가 [군주]라는 책을 찾아냈어요. 소설책은 대부분 도서관에서 빌려 읽는데, 그 책은 오직 한 도서관에만 비치되어 있었어요.

 

제가 자주 이용하는 대학 도서관에도 없고 동네 도서관은 물론 차를 타고 가긴 하지만 단골인 도서관에도 책이 없어요. 상호대차 서비스를 신청할랬더니 그 도서관은 2월부터 상호대차를 한다는 안내가 뜹니다. 아니 다른 도서관은 상호대차가 다 되는데 이 도서관만 유독 안 되는 이유가 뭘까? 하면서 그 도서관을 찾아갔어요. 동네 작은 도서관일 거라 섣부른 추측을 하면서요.

 

주차장부터 예사롭지 않습니다. 동시 주차 몇십대가 가능할 것 같은 널찍한 지하 주차장이 갖추어져 있고요. 엘리베이터가 2층에 도착하고 문이 열리자 저와 딸은 동시에 입을 못 다물었어요. 너무나 깔끔하고 고급진 인테리어에 감탄, 또 감탄했습니다. 이런 도서관이 제가 사는 곳 근처에 있다니 자부심 느끼지 않을 수 없어요.

 

동춘 나래 도서관을 소개합니다.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면 마주하는 벽면

문이 열리네요. 그대가 들어오죠. 첫눈에 난 대박인걸 알았죠.~~

개관한 지 몇 달 되지 않아서 일까요?  모든 게 반짝반짝 해 보입니다. 책장들이 천장까지 가득 메우지 않아서 한결 여유로워 보입니다. 도서관이 책이 있어 좋긴 하지만 많은 책장들이 어른 키를 훌쩍 넘기기에 가끔은 위압감, 답답함 등을 느낄 때가 있거든요. 책장이 낮아서 아이들도 어른 도움받지 않고 맘껏 책을 빼 볼 수 있겠어요. 빈 서가는 앞으로 점점 채워지는 맛이 있겠죠.

 

아차차!! 시설이 너무 좋아서 우리가 동춘나래 도서관을 찾은 목적을 까먹을 뻔했네요. 딸은 <군주> 책을 찾아 검색대에서 열심히 검색 중입니다. 사실 <군주>가 상, 하 두 권이 출판되었는데, 어렵사리 찾은 단 한 곳, 동춘 나래엔 <군주> 상권만 있어요. 혹시나 하권 있나 검색해봅니다. 결과는 저 위에 사진에서 보다시피 상권만 있었네요.

 

애는 책 찾게 내버려두고 저는 에라 모르겠다, 온 김에 사진 제대로 찍어서 동춘 나래 도서관 홍보를 해야겠다 마음먹었어요.

 

DVD 시청실입니다. 놀라셨죠? 보통 도서관에는 책상에 앉아서 컴퓨터 모니터로 DVD 시청하게 되어 있는데요. 동춘 나래 도서관은 편하게 앉아서 혹은 기대서 DVD를 시청할 수 있습니다. "완전 대박"을 음소거로 외쳐봅니다. 

 

동춘 나래 도서관의 특징 중 하나가 웹툰, 만화도서 코너를 따로 뒀어요. 이 사실 하나만으로도 놀라운데, 더 놀라운 건 바로 이겁니다.

 

만화 카페인 줄 알았어요. 유명 피규어도 종류와 크기가 다양하게 갖추어져 있고요. 옆구리에 끼고 이 한 몸 기댈 수 있는 폭신한 쿠션도 준비되어 있습니다. 엄마가 사진 찍는 사이 요즘 코난에 흠뻑 빠져 계신 따님은 그 사이 코난 책을 찾아서 열독하고 있어요. 추억의 만화책도 다량 비치되어 있습니다.

 

동춘 나래 도서관은 화장실 가는 복도마저 예술적이에요. 벽기둥에 할머니 화가, 모지스 작가의 그림들이 딱!! 이런 인테리어 센스 누가 발휘하신 거죠? 정말 칭찬합니다.

 

책을 보는 사람들이 있어 소리 내지 않으려 사진 어플로 한컷 한컷 찍었는데요. 딸이 말하기를 사람들이 수상한 사람으로 오해하겠다며 블로그 정신 그만 발휘하라고 야단입니다. 아~~ 조금만 더!!!

 

좀 외진 곳에 있어 큰 기대를 안 하고 찾아갔던 동춘 나래 도서관에 제대로 뒤통수 한 대 맞고 도서관을 짓고 싶은 저의 꿈을 다시 한번 생각해봅니다. 돌아오는 길에 아이한테 얘기했어요. 꿈트리 도서관을 지을 때 건축가는 누구로 할지, 초대 관장은 누구를 모실지에 대해서요. 아이의 의견도 물어보고요. 아직은 꿈이지만 이야기하는 것만으로도 행복한 시간이었습니다.

 

동춘 나래 도서관도 처음엔 그냥 꿈이었겠지요. 하지만 하나둘씩 차근차근 실행에 옮겨 현실로 만들어 냈고, 이제는 다른 이가 그 도서관을 보며 새로운 꿈을 꿉니다. 지금 우리가 누리는 대부분의 것들이 처음엔 누군가의 꿈이었다는 사실, 놀랍지 않으세요? 오직 꿈만이 현실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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