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모비아토르로 살기 위한 준비물

꿈트리숲 2020. 7. 26. 06:00

 

그림일기 한달동안의 미션

 

호모 비아토르로 가는 여정에 난 호모 루덴스였고, 호모 쿵푸스였으며 호모 픽토르를 거쳐 호모 사피엔스까지 1인 4역을 했다.

 

 

 

호모 루덴스

그림일기를 시작하고 첫 일주일은 일기 쓰는 재미에 푹 빠졌다. 못 쓰는 글씨여도 형광펜과 스티커가 다 커버해주니 괜스레 다이어리를 잘 꾸민 것만 같았다. 혼자 자뻑에 빠지기도 하고 가족에게 ‘나 이정도하는 사람이야’ 하며 어깨를 으쓱했다.

그런 자랑이 먹혔던 건 집에서 아이패드로 그림일기를 쓰는 사람이 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신문물을 접하면 아무리 어설퍼도 위대해 보이는 법. (딸의 도움이 없었음 진즉에 나가떨어졌을지도 ㅠㅠ)

호모 루덴스, 놀이하는 인간은 디지털 기기를 만나고 바야흐로 날개를 달았다.

 

 

 

호무 쿵푸스

열정이 없는 지혜는 무기력하고, 지혜와 무관한 열정은 위태롭다. (호모 쿵푸스 中)

그림일기 중반으로 접어들면서 공부해야 할 것들이 늘어났다. 나만의 스티커 만드는 것도 배우고, 나만의 파레트, 예쁜 글씨체 다운 받아서 그림일기 도구가 더 풍성했졌다. 알면 알수록 새로운 걸 또 알고 싶은 욕구가 생겨 하이퍼링크도 습득했다. 배움은 끝이 없다 했건만 아이패드의 까도까도 계속 나오는 양파같은 기능은 어찌 다 숙지할꼬. 열정과 지혜를 무기력하게도 위태롭게도 하지 말자.

 

 

 

호모 픽토르

난 언제부터 그림 그리는 인류였던가? 그리고 쓰고 오리고 붙이면서 나만의 일기는 날로 쌓여간다. 태초의 인류는 어떻게 소통했을까? 분명 그들에게도 언어가 있었을텐데, 지금 우리가 그들의 흔적을 볼 수 있는 건 오롯이 남은 동굴 벽화뿐이다. 최초의 인류가 남긴 흔적이 그림이라면 최후의 인류는 어떤 것을 남길까? 가장 원초적인 방법이 가장 현대적이고 미래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림은 말이 생략된 이야기다. 그림은 글이 생략된 책이다.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놀이하는 인간, 책을 보며 공부하는 인간이 마지막까지 붙들고 갈 수 있는 건 호모 픽토르가 아닐까?

 

 

 

호모 사피엔스

하루의 일기를 채우는 동안 오늘 무엇을 했는지 하루 일과를 돌아본다. 기억 더듬는 것조차 생각의 한 가지이다. 오늘 한 일들에 ‘어떤 의미를 부여할까’도 생각이다. 그림일기의 성격상 상하좌우 배치를 고민해본다. 그 고민도 사피엔스의 특권이리라. 중요한 건 굵고 진한 글씨로, 강조하고 싶은 건 형광펜으로 사진의 사이즈는 이렇게 저렇게... 모든 것이 생각이다. 그림일기는 인간만이 할 수 있는 놀이요, 공부요, 그림이다. 하루를 다 채우고 정리하고 나면 내가 보낸 하루가 나에게 말을 걸어온다. ‘너... 내일은 어떻게 보낼 거야? 한 달 뒤는 뭘 하고 있을 것 같니? 1년 뒤, 10년 뒤의 너를 한 번 그려봐.’

미래를 계획할 수 있는 나는 생각하는 인간, 호모 사피엔스. 계획한 미래를 하루하루 기록으로 현실화시키는 나는 생각하는 인간, 호모 사피엔스다.

 

 

스티커와 표만들기, 여행일기, 독서일기, 영화일기

 

호모 비아토르

길 위의 사람, 여행하는 사람. 나, 너, 우리 모두 인생길을 가는 길 위의 사람이다. 나, 너, 우리 모두 지구별을 여행하는 사람이다. 인생길 굽이굽이마다 쉼표를 찍기도 마침표를 찍기도 한다. 숨이 가쁠 땐 쉼표로 한 숨돌리고, 마무리가 필요할 땐 마침표로 다음을 기약한다. 호모 비아토르는 그렇게 성장해간다. 지구별 여행을 아무런 준비 없이 아무것도 모른 채 시작했지만 여행의 한 챕터 챕터마다 의미 없는 것이 없다. 왔던 길을 되돌아갈 수는 없지만 지나왔던 여행의 기록을 보며 되새김한다.

 

방황으로 점철된 길 위의 여행이라고 해도 방황이 가져다주는 혼란마저도 나를 기록하는 이야기가 된다. 평생 호모 비아토르로 살아갈 우리는 평생 호모 루덴스이면서 호모 쿵푸스여야 하고, 나를 표현하고 나를 남기는 호모 픽토르여야 하며, 나를 나답게, 인간답게 만들어줄 호모 사피엔스 역시도 놓치지 말아야 한다.

 

그림일기와 비주얼씽킹을 하면서 보낸 한 달, 나는 놀이하는 즐거움으로, 공부하는 열정으로, 그림 그리는 인류로 생각하는 사람으로 보냈다. 앞으로 나의 여행길에는 놀이, 공부, 그림, 생각이라는 도구를 항상 휴대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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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일상이 비범한 기록이 되도록

나의 하루를 기록하는 일기, 다르게 변주되어 여행일기, 독서일기 등으로 활용되기도 하는 일기. 일기는 나를 가감 없이 과감하게 드러내는 장소이기도 합니다. 일기는 시간의 씨줄과 내 생각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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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모두 호모픽토르

요즘 제가 흠뻑 빠져있는 것이 있는데요. 드라마보다 중독성이 강하고 쇼핑보다 몇 배는 더 재밌는 것입니다. 바로 그림 그리기에요. 엄밀히 말하자면 디지털 드로잉에 푹 빠져있습니다. 매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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