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가 고픈 날

꿈트리숲 2020. 3. 11. 06:00

제가 애정하는 시인이 있습니다. 주로 언더(집)에서 활동하지요. 자신있게 내놓을 변변한 시집 한 권, 아직은 없습니다. 등단하는 것이 인생 목표가 아니기 때문인데요. 그래도 매일매일 습작을 이어가고 있어요. 전 그 사람을 시인이라 부릅니다.

 

작가는 매일 글을 쓰는 사람이에요. 그처럼 매일 시를 쓰는 사람은 시인으로, 매일 노래를 부르는 사람은 가수로, 매일 그림을 그리는 사람은 화가로 불러도 손색없지 않을까요?

 

꼭 대중앞에 저작물을 들고 나서야만 작가이고, 음원차트에 노래가 올라가야만 가수로 인정하는 거, 이제는 그런 틀에서 좀 자유롭고 싶어요. 한 명의 팬만 있더라도 아니 단 한 명의 독자조차 없더라도 즐거워서 글을 쓰고 노래하고 그림 그린다면 바로 그 사람이 시인이요, 가수요, 화가라 생각합니다.

 

시가 열리는 날은 시를 마구마구 쏟아내고, 시가 고픈 날은 시를 한움큼씩 눈에 주워 담는 시인의 팬이 되고파요. 아름다운 시를 만나는 건, 어쩌면 인생에 있어 큰 행운이 아닐 수 없어요. 몇 번이고 우려내는 소꼬리처럼 평생 저의 감성을 두고두고 어루만져 줄 테니까요.

 

하루 종일 비가 추적추적 내려 기분이 센치해진 날 시가 고파집니다. 시 한 편 읽으면서 눈에도 담고 마음에도 담아봅니다. 팬심 가득 담아 조용히 읊조리고 또 읊조립니다.

 


 

Mira Kemppainen/Unsplash

 

겨울이 추운 것은

                            - little space

 

겨울이 추운 것은

여름을 그리워하도록 만들기 위해서이고,

 

여름이 더운 것은

겨울을 기다리도록 만들기 위해서이다.


 

Krista Mangulsone/Unsplash

 

위로의 방법

                   - little space

 

말이 필요하지 않을 때가 있어요.

그땐 가만히 옆에 있어줘요.

옆에 앉아 온기를 나눠주면

알게 모르게 큰 힘이 된답니다.

 

말이 필요하지 않을 때가 있어요.

그땐 어깨를 나란히 놓아줘요.

나와 같은 곳을 바라봐주면,

내 안에서 온기가 도는게 느껴진답니다.

 

"고마워요,

당신의 존재만으로 날 따뜻하게 해주었어요."

 


 

구글 이미지

 

美 花

                      - little space

 

햇빛이 닫지 않아

고개가 꺾이고

 

하늘도 무심하여

비는 커녕 버려지는 물조차 없다.

 

이런 그늘에선

주위의 예쁨 받기란 그른지 오래

 

허나 이렇게 살아온 花만이 살아 남는다.

 

세상에서 가장 힘들었던,

그래서 가장 아름다운 꽃, 美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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