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움/책

여자로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꿈트리숲 2020. 2. 25. 06:00

 

 

여자 둘이서 나누는 교환일기라는 소제목에 왠지 너무 사적인 이야기들만 가득할 것 같아 처음엔 외면했다가요. 가는 곳마다 자꾸 이 책이 눈에 띄어서 읽어보지 않을 수가 없었어요.

 

교환일기는 제 예상과는 다르게 두 사람에게만 머물지 않고 우리 모두 특히나 여자로 살아가는 우리들이 꼭 듣고 싶고 나누고 싶은 이야기들이었습니다.

 

물론 아무나 교환일기를 쓴다고 책은 되지 않을 거예요. 교환일기가 책으로 나온데는 필력이 대단한 작가들이었기에 가능했을텐데요.

 

요조 작가는 뮤지션으로 ‘책방 무사’의 주인장으로 또 팟캐스트 진행자로 익히 알고 있었는데, 임경선 작가에 대해서는 인물 검색을 해봤어요. 10여 년 훌쩍 넘게 작가 생활을 해오고 출판된 책도 많은데, 저는 오늘에서야 새로운 작가를 알게 되었네요.

 

우연한 기회에 알게 되어 급속도로 친하게 된 두 사람, 하루 종일 메시지를 주고 받다가 임경선 작가가 제안했대요. 이건 너무 비효율적이니까 영양가 있는 뭐라도 만들자고요. 그래서 탄생하게 된 것이 ‘요조와 임경선의 교환일기’랍니다.

 

고효율의 끝을 달리는 한 사람과 비효율의 끝에 있는 한 사람, 둘은 펭귄과 낙타처럼 너무 이질적이어서 두 사람의 공동 작업을 알게 된 지인들은 하나같이 의외라는 반응이었다는군요. 그런데 책을 읽어보면 이 의외의 조합이 그렇게 찰떡궁합일 수가 없어요. 탁구처럼 주거니 받거니 이야기가 피어나고 여물고 또다시 피어나기를 계절이 바뀌는 것마냥 자연스럽습니다.

 

여자여서 공감 가는 부분이 많았던 <여자로 살아가는 우리들에게>에서 남녀불문하고 알아두면 좋겠다 하는 것들이 있었는데요. 그 중 한 가지가 이메일 보내는 방식입니다. 전 이메일을 쓸 일이 잘 없어서 대신 매일 쓰는 문자 메시지에 대입해봤어요.

 

제가 이메일을 보낼 때 유념하는 사항은 두 가지예요.

첫째, 아무도 기분이 상해서는 안 된다.

둘째, 이모티콘을 문장으로 표현해본다. (230쪽)

 

문자 메시지를 보내면서 정해진 문구처럼 사용하는 이모티콘, 때로는 너무 많이 쓴다는 생각을 종종 할 때가 있거든요. 요조 작가의 글을 보며 한 수 배워갑니다.

 

이모티콘을 최소화하는 연습을 꾸준히 하면 좋아요. 보통 우리가 이모티콘을 쓰는 경우는 고맙거나 기쁜 마음을 표현하기 위해서, 혹은 난처하거나 미안한 마음을 표현하기 위해서 등등 자신의 감정을 손쉽고 즉각적으로 연출해야 할 때인데요. 이걸 문장으로 표현해보는 연습을 하면 받는 사람 입장에서는 ‘아, 이 사람이 아주 공들여서 이 메일을 썼구나’ 하는 느낌을 받을 거예요.

 

예를 들어서 “작가님~~ 너무 오랜만이에요^^ 잘 지내셨어요?^^”처럼 반가움을 드러내기 위해 소환한 물결 표시와 웃음 표시를 저라면 이렇게 없애보겠어요. “작가님, 지난번 어디어디 행사장에서 뵙고 거의 반년 만에 연락을 드립니다. 언제 작가님을 또 뵐 수 있을까 싶었는데 이렇게 또 연락을 드릴 수 있게 되다니, 정말 꿈만 같은 마음으로 이 글을 쓰고 있습니다. 그간 잘 지내셨지요?”라고요. (231쪽)

 

물결 표시 두 개, 웃음 표시 두 개 들어간 한 문장을 세 문장으로 늘려 쓰는 거 살짝 비효율적 아닌가 생각하다가 저의 문자 습관, 블로그 댓글 습관을 점검해보게 되네요. 메일과 문자 메시지라는 차이를 감안하고서라도 전 너무 많이 쓰는가 싶어요.

 

물결과 웃음의 향연, 때로는 눈물(ㅠㅠ)과 땀(^^;;)까지 소환되어 감정의 범벅이 될 때가 있더라고요. 제가 비효율이라 생각했던 건 아마 저의 낮은 어휘 수준을 감추고 싶은 마음 아니었을까 싶어요. 한편으로는 감정을 손쉽고 즉각적으로 표현할만한 적확한 문장을 뽑아낼 재주가 없기에 무심코 감정의 이모티콘 총출동시켰던 것 같습니다.

하루아침에 한 문장을 세 문장으로 늘리는, 용빼는 재주가 나오진 않겠지만 조금씩 연습해보면 나아지겠지요.

 

똑같이 비슷비슷한 삶을 사는 것 같아도 매 순간 공들여 임하는 사람의 인생은 어쩔 수 없이 윤이 나는가봐요. (265쪽)

 

반짝반짝 윤이 나는 글, 매일 공들여 써보겠습니다.

 

728x90

'배움 > '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사이언스?  (14) 2020.02.27
사기병  (16) 2020.02.26
나는 질 때마다 이기는 법을 배웠다  (10) 2020.02.21
그래도Anyway  (10) 2020.02.18
일단 오늘은 나한테 잘합시다  (16) 2020.02.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