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움/엄마와 딸

잘 놀아야 늙지 않는다

꿈트리숲 2020. 2. 28. 06:00

 

 

블로그를 시작한 지 2년이 다 되어가면서 글 쓰는 것이 저희 집에선 더는 낯선 풍경이 아닙니다. 작년 10월까지는 새벽에 일어나 글을 썼는데요. 지금은 건강상 새벽 글쓰기는 지양하기로 남편과 약속했어요.

 

주로 낮이나 저녁에 블로그 글을 쓰고 있는데, 그러다 보니 옆에서 지켜보는 시선(남편과 딸)이 느껴질 때가 왕왕 있어요.

 

그럴 때면 이런 글을 쓰면 좋겠다, 저런 사진을 넣으면 좋겠다 등 외압이 좀 들어옵니다. 블로그 처음 시작했을 때 주 고객이었기에 그분?들의 말씀을 아예 외면할 수가 없어요. 기회 봐서 의견 반영하겠다는 말로 마무리하곤 합니다.

 

특히 그분들 중, 그녀는 책 얘기 그만하고 다른 것 좀 쓰라고 하는데요. 제가 거의 집순이라 다른 활동이 없어요. 특히나 요즘은 더더욱 그렇구요. 저의 어설픈 글 실력으론 책 없이 무에서 유를 창출해내는 용빼는 재주가 없는데, VIP 고객은 어떻게 만족시켜 드릴지 대략 난감입니다.

 

 
학교 개학이 연기되면서 길어진 봄 방학을 좀 더 재밌게 보내보고자 여러 종류의 보드게임을 하고 있어요. 문득 보드게임으로 글을 쓰면 VIP 고객님은 만족 하실려나 하던 차. 어제 김민식 피디님 블로그에서 루미큐브 얘기가 나와서 동질감이 마구 느껴지더군요.

저희 집에도 루미큐브만의 음악이 있을 정도로 한때 저는 루미큐브 광팬이었어요. 몇 번 해보다 재미없다고 내뺀 남편 대신 구원투수로 딸이 등판해서 저의 루미큐브 메이트가 되어주었는데요. 매일 다섯 게임씩 잘도 해주더니만 그때 너무 많이 해서 그런가 요즘은 루미의 ‘루’자만 나와도 딸이 손사래를 칩니다.

 

 

 

루미큐브 할 때 저희 모녀가 듣는 음악은 바로 아바 노래들, 특히 맘마미아 OST에요.

몇 년 전에 맘마미아 영화를 본 시기와 제가 루미큐브에 빠진 시기가 겹쳐서 그런지 루미 할때는 항상 아바 노래를 틀고 시작합니다. 아바 노래와 루미는 찰떡궁합, 환상조합이지요. Dancing Queen부터 시작해서 The winner takes it all, Mamma Mia, Souper Trouper, Voulez-Vous를 넘어 Lay all your love on me로 넘어오면 거의 절정에 이르러요. ♬Don’t go wasting your emotion♬ 부르면서 루미는 아웃 오브 안중이 되고 노래에 심취해있습니다. 이쯤 되면 노래를 부르자는 건지 게임을 하자는 건지 헷갈릴정도죠.

 

전 학창 시절에 부모님과 격의 없이 놀았던 기억이 별로 없는 것 같아요. 십대 시절 제가 생각한 부모님은 편하긴 하지만 그렇다고 친구 같은 느낌은 아니었거든요. 높임말을 쓰지 않아도 부모님의 말이나 행동엔 권위가 느껴져서 친구처럼은 되지 않더라고요. 그래서 제 딸과는 친구처럼 지내고 싶은 게 저의 바람입니다.

 

물론 아무리 친구처럼 한다고 해도 온전히 친구와 같을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전 그 부분에선 최선을 다하고 싶어요. 저도 독서 모임 나가면 유식한 말로 책 내용을 나누고, 있어 보이게 저의 생각을 꺼내놓기도 하는데요. 그와 반대로 아이와 있을 때는 어딘가 부족하고 덜 떨어진 듯한 모습을 보이는 게 사실입니다. 특히나 보드게임 할 때 제가 좀 많이 지면 진상 엄마가 되거든요.

 

아이는 그런 엄마가 너무 편하게 느껴지는지 “엄마가 이렇다는 거, 나비 선배님들도 알아?”라고 자주 물어보죠. 알면 어떻고, 모르면 또 어떻겠어요. 누구나 다 여러 면이 있지 않나요? 그리고 아이에게만큼은 모든 권위와 가식을 벗고 오롯이 저의 민낯으로 대하고 싶습니다.

 

전 아이와 노는 것이 좋아요(아이는 어떤지 본심을 못 물어봤네요). 우리는 놀이를 통해서만 오롯이 지금 이순간을 산다는 말 <자기인생의 철학자들>에서 본 기억이 납니다. 더불어 늙어서 놀지 않는 것이 아니라 놀지 않기에 늙는다라는 말도요.

 

아이들과 지내는 사람들은 늙지 않는다는 얘기 들어본 적 있으시죠? 양기를 많이 받아서 그렇다고 말들 하던데요. 저는 그런 생각이 드네요. 아이들과 많은 시간을 보내는 사람들은 아마도 아이들과 열심히 놀기 때문에 늙지 않는거 아닐까 하고요.

 

슬기로운 방콕 생활, 지금 이 순간을 잘 살기 위해서 아이와 함께 있다면 모든 권위를 내려놓고 놀이에 몰입해보면 어떨까요. 아이와 절친이 됨은 물론 노화도 지연될거라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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