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움/엄마와 딸

코로나로 바뀐 일상

꿈트리숲 2020. 3. 3. 06:00

 

 

코로나로 바뀐 일상

 

남편이 재택근무를 하게 되면서 우리 집에 직급이 3개 생겼다.

이부장(남편)

이대리(딸)

그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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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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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주임(나)

 

이부장은 지난주 갑자기 목이 따갑다고 했다. 혹시 코로나?

방콕중인 이대리와 정주임은 의심의 눈초리를 3초간 발사하며 자가 격리도 모자라 자방 격리를 격하게 외쳤다.

이부장은 최근 치과 치료를 계속 받느라 입안이 헐어서 그렇다고 항변했지만 단호박 정주임의 칼 같은 조치에 울며 겨자먹기로 자방 격리에 들어갔다.

 

그와 동시에 금요일부터 시작된 이부장의 재택근무. 금요일부터 주말 내내 삼시세끼 집밥을 하느라 정주임의 고충도 만만치않다. 방학 때 점심 담당이었던 이대리는 코로나로 인해 방학이 점점 길어지면서 점심 준비에 슬슬 꾀를 내기 시작한다. 학교 안 가서 좋긴 하면서도 집안일에서 해방되고 싶어 학교 가고 싶은 이중적인 마음도 드는가 보다.

 

월요일 풍경

아침 9시

이부장은 집무실(실은 컴방)에서 업무 시작

이대리는 본연의 업무라고 할 수 있는 피아노 뚱땅거리기.

정주임은 차리고 먹고 치우고, 쓰리고를 찍는다.

 

아침 먹고 뒤돌아서니 점심시간(엉덩이 붙일 새가 없다)

점심 하기는 싫지만 그래도 아직 방학 중이기에 주방에 어슬렁거려보는 이대리, 정주임과 함께 팽이버섯국을 뚝딱 끓인다.

평소 설거지 타임엔 팔 걷고 나서던 이부장은 업무시간이라며 슬쩍 자리를 뜨고 또다시 정주임의 쓰리고 찍기가 이어진다. 이대리는 옆에서 어물쩍 거드는 시늉을 한다.

 

오후 2시

이부장이 집무실에서 나와 이대리에게 향한다. 일(미드 보기)은 재밌냐고 물어본다. 이대리는 대답 대신 어깨를 으쓱해보인다.

이부장은 정말 부장 놀이에 빠진건지... ‘이대리가 부장이 말하는데, 어깨만 으쓱해보이네요. 사회 생활 그런식으로~~’

꼰대부장 만들지 않기 위해 센스 발동하는 정주임이 옆에서 끼어든다.

 

‘부장님~ 이대리는 미국물(미드 심취) 먹은 아메리칸 스타일이어서 그래요.’

‘아! 아메리칸 스타일?!’ 하며 바로 수긍하고 집무실(컴방)로 들어가는 이부장.

 

 

순간포착 세상에 이런일이 - 정주임 하품.jpg(그림 : 이대리)

 

시간을 보니 식곤증 몰려올 시간. 티타임이라도 가질 시간인데 재택 근무라 아쉬운가보다.

이부장의 취향과 식성을 훤히 꿰고 있는 정주임은 탕비실(주방)로 달려가서 뭔가를 뚝딱뚝딱 준비한다.

커피를 마시지 않는 이부장에게 안성맞춤인 주스를 만들어 왔다.

이름하여 딸바블리 주스. 딸바보 이부장에게 기가막히게 어울리는 주스 이름이다.

 

 

 

기+나나+루베리+귀음료

이 넷의 신묘한 조합은 먹어보지 않은 사람은 모른다. 얼매나 맛있게요^^

고객 만족을 넘어 고객 감동을 지향하는 정주임. 고과점수 올라가는 소리 들린다.

 

동분서주 바쁜 정주임은 퇴근하고 싶다. 낮 동안 쓰리고 찍는 것도 모자라 야간에는 이대리와 맞고를 쳐야한다. 수년 전 이대리의 산수를 돕기 위해 전수해줬던 고스톱. 이제는 정주임의 실력(그림만 맞춤)을 뛰어넘어 점수 계산 척척하고 먹은 패의 정렬도 알아서 한다.

 

 

 

그러나 이대리와 정주임 둘 다 약한 부분이 있었으니 바로 비(가수 비 아님요). 비만 들어오면 점수 계산에서 헷갈린다. ‘쩜오’로 하냐? 초단과 섞이면 어떻게 하지? 옥신각신할 때 자다 깬 이부장이 한마디 한다. “비광은 2점입니다.”

 

정주임은 우아한 오전을 즐기고 싶다. 직원(이부장, 이대리)말고 사람을 만나고 싶다. 코로나여 너만 빨리 사라져주면 돼.

 

신문이든 뉴스든 우울한 소식밖에 없어서 조금이라도 웃어보고자 저희 가족 일상을 재구성해보았습니다. 다 같이 웃을 수 있는 날이 빨리 왔으면 하는 바람이에요. 의료현장에서 열일하시는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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