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움/인문학

위대한 개츠비

꿈트리숲 2020. 3. 2. 06:00

불현듯 생각나면 나는 책꽂이에서 <위대한 개츠비>를 꺼내 아무렇게나 페이지를 펼쳐 그 부분을 집중해서 읽곤 했는데, 단 한 번도 나를 실망시키지 않았다. 한 페이지도 재미없는 페이지는 없었다. 어떻게 이리도 멋질 수가 있을까 감탄했다. (노르웨이의 숲 中, 무라카미 하루키)

 

예전에 <노르웨이의 숲>을 읽던 중 주인공 와타나베가 <위대한 개츠비>를 극찬하기에 얼마나 재밌는 책일까 내심 궁금했어요. 정말 아무 페이지나 펼쳐도 실망시키지 않는지, 와타나베의 말이지만 실은 하루키의 속마음이겠거니 하고 <위대한 개츠비>를 직접 만나봅니다.

 

1차 세계대전 이후 물질 만능주의로 치달아 가는 미국 사회, 특히 미국 뉴욕에서 펼쳐지는 젊은이들의 돈과 사랑에 대한 이야기를 보면서 인간의 탐욕과 오만함, 돈 앞에서는 민낯도 스스럼없이 보여주는 인물들을 보면서 씁쓸함도 느껴지는 소설이었어요.

 

전통적 부촌인 이스트에그와 신흥 부촌, 웨스트에그는 해협을 마주 보고 있어요. 웨스트에그에는 출신을 알 수 없는 젊은 부자 제이 개츠비가 멋진 저택에 살고 있는데요. 그의 집에선 밤마다 파티가 열립니다. 왁자지껄 사람들이 한바탕 즐기고 떠나간 자리는 쓰레기와 헛헛함 만이 남아요. 헛헛함의 끝에서 개츠비는 맞은편 이스트에그를 아련한 눈으로 바라봅니다.

 

이런 광경을 옆집 살던 닉이 지켜보며 개츠비에 대한 궁금증을 키우고 있을 때쯤 개츠비가 닉을 정식으로 파티에 초대해서 둘은 친구가 됩니다. 그리고 개츠비가 매일 밤 화려한 파티를 연 이유를 알게 되죠. 그의 옛 연인이었던 데이지를 혹시 만날 수 있을까 하는 기대에서 개츠비는 파티를 열었던 거에요.

 

그런데 데이지는 닉의 먼 친척이자 닉의 대학 동창인 톰의 부인입니다. 닉의 도움으로 재회하게 된 개츠비와 데이지. 개츠비는 데이지 부모의 반대로 헤어졌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아직까지 그녀의 마음이 자신에게로 향하고 있다 믿고 있어요. 과연 데이지 마음은 변함없이 개츠비에게 있을까요?

 

소설 초반은 파티에 대한 묘사, 개츠비 집에 드나드는 사람들의 이야기들로 살짝 지루했다면 중반 이후부터는 속도감 있게 쭉쭉 나아갑니다. 개츠비 신분에 대한 진실이 드러나고 개츠비, 데이지, 톰 셋이서 팽팽하게 맞잡고 있는 줄이 언제 끊어질지, 누가 먼저 그 줄을 놔버릴지 긴장하며 보게 되더라고요.

 

전통적 부촌에서 부자인 톰과 사는 데이지, 그녀도 물론 개츠비를 사랑하지만 아직 불완전한 부를 가진 그보다 출신을 알 수 없는 그보다 자신을 변함없이 지켜줄 것 같은 톰, 톰이 가진 견고한 돈과 지위를 더 사랑하는지도 모르겠어요.

 

개츠비가 불쑥 말했다. 바로 그거였다. 전에는 전혀 깨닫지 못했는데, 데이지의 목소리는 돈으로 가득 차 있었다. 돈 안에서 오르락내리락하는 매력은 결코 사라지지 않는다. (218쪽)

 

애초에 개츠비가 데이지와 사랑에 빠진 건 그녀가 아름다운 것도 있지만 데이지가 가진 돈과 배경 때문에 그 사랑이 더 깊어졌어요. 그렇기에 갖은 방법을 동원하여 돈을 벌려고 부자가 되려고 했다 싶은데요. 아마 개츠비는 꿈꾸는 대로 이루어진다 생각하는 사람이었겠지요.

 

1만 마일 밖에서도 지진을 탐지하는 지진계처럼 그는 인생에서 희망을 감지해내는 감각이 고도로 발달해 있었다. (중략) 어느 경우에도 결코 희망을 버리지 않는 놀라운 품성을 타고났다. (7쪽)

 

그런 천부적 품성과 함께 개츠비는 노력 또한 탁월했기에 웨스트에그의 대저택을 소유할 수 있었나 봅니다. 희망을 감지해내는 능력이 타고났다면 그 능력을 뒷받침하는 노력 또한 만만치 않은데요. 제임스 개츠가 제이 개츠비로 다시 태어나는 데는 천부적 능력과 후천적 노력이 골고루 발휘되었으리라 짐작합니다.

 

“지미는 앞서 나갈 운명이었던 거요. 그 애는 이런저런 결심을 늘 했었소. 자신을 발전시키기 위해 어떻게 했는지 봤지. 그는 정말 대단했소. (319쪽)

 

시단위 분단위로 쪼개가며 기상, 공부, 일, 운동, 자세 훈련까지. 시간낭비 하지 말 것과 담배 피우거나 껌 씹지 않기, 저축하기, 교양서적이나 잡지 읽기 등 결심까지 써놓고 매일 그 희망에 대한 심상화를 하는 철저한 사람이었습니다.

 

희망을 쫓아 서부에서 동부로 사랑을 찾아 웨스트에그에 자리 잡은 개츠비. 돈 앞에서 경박한 사람들 속에서 그는 돈도 사랑도 다 쟁취한 위대한 개츠비가 되었을까요?

 

p.s 참고로 춤추는고래 출판사에서 나온 이 책에는 오타가 좀 많아요. 만약에 <위대한 개츠비>를 보신다하면 다른 출판사를 권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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