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움/인문학

침묵의 봄

꿈트리숲 2020. 3. 16. 06:00

 

 

아이를 낳고 좀 더 좋은 먹거리를 찾아 생협의 조합원이 되었어요. 처음엔 매장에서 유기농 먹거리만 사다가 점차 활동가들과 강의도 듣고 환경을 살리는 운동에도 동참하게 되었는데요. 그렇게 하다가 알게 된 책이 바로 <침묵의 봄>입니다.

 

해충을 없애기 위해 무분별하게 사용되었던 살충제들로 인해 곤충은 물론 새들, 동물들, 그리고 인간까지도 고스란히 피해를 보게 된다는 사실을 어쩌면 최초로 알린 책이 아닐까 싶어요. 이 책이 1962년도에 출간되었으니 60년이 다 되어가는데요. 그때만도 이 책의 저자는 화학물질 사용에 대해 심각한 경고를 했었어요. 하지만 반세기가 지난 지금, 아직도 침묵의 봄은 현재 진행중에 있습니다.

 

특히나 올해 봄은 모두 마스크 쓰고 서로 거리를 두고 격리되고 하느라 전 세계적으로 침묵의 봄이 되고 말았네요. 지금의 상황은 바이러스 때문이긴 하지만 근본적인 원인을 따져본다면 아마 인간이 자연을 지배할 수 있다는 오만함과 인간만이 자연을 바꿀 수 있다는 자만심에서 기인한 것이 아닐까 생각이 듭니다.

 

봄이 왔음에도 재잘거리는 아이들의 소리를 들을 수 없고, 한껏 물오른 봄꽃들의 꽃망울 터뜨리기 향연을 볼 수 없는 지금이 안타까워 <침묵의 봄>을 다시 한 번 펼쳐봤습니다.

 

레이첼 카슨은 과학 기술이 인류의 도덕적 책임감보다 훨씬 더 빠르게 움직인다고 걱정했는데요. 그도 그럴 것이 과학 기술이 본격적으로 발달하던 시기에는 과학 기술의 부산물은 심사숙고 되지 않고 좋은 것으로만 받들어졌었지요. 살충제 한 방에 해충이 사라지니 모두 환영했을 겁니다. 그때는 단번에 사라지던 해충이 어떤 재앙을 몰고 올지 전혀 알 수 없었을테죠.

 

곤충이 사라지니 그 곤충을 먹이로 하던 새들의 개체수가 감소하고 더이상 새들이 울지 않는 침묵의 봄이 도래하기 시작한 건데요. 새들의 개체수 감소는 비단 먹이 감소 때문만은 아니었어요. 비행기로 숲에, 자연에 무차별 살포되는 화학물질들 때문에 직접적인 해를 입었기 때문입니다.

 

사지가 마비되고 호흡이 가빠지고 결국엔 죽음에 이르게 하는 살충제. 이는 인간에게도 서서히 나타나서 치명적 병의 원인이 되기도 합니다. 야생생물이 살충제에 한 번이라도 노출된다면 원래 상태로 완전히 회복되기란 거의 불가능하다고 책에서 전하는데요. 그래서 ‘살충제’가 아니라 ‘살생제’라고 불러야 할 것이라고 합니다.

 

<침묵의 봄>은 살충제의 위험성, 더 나아가 화학물질이 생태계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경고한 책인데요. 우리는 화학물질의 공포에 이미 많이 노출되어 왔죠. 가습기 살균제 사태부터 시작해서 화학물질 범벅의 생리대, 온갖 방부제로 점철된 치약, 라돈침대 등 생활 속 깊숙이 들어 온 화학물질에 무방비 상태로 당해왔어요. 그래서 지금은 ‘화학포비아’ 내지는 ‘케미포비아’라는 말까지 생겨났더라고요. 과학 기술의 부산물에 도덕적 책임감과 안전성을 정부나 권한 있는 자가 부여하지 않는다면 소비자 스스로 조심하고 안전한 제품을 찾겠다는거죠.

 

자기만족을 위해 자연을 일정한 틀에 꿰맞추려고 온갖 위험을 무릅쓰다가 결국 그 목적을 달성하지 못하는 것은 결정적인 역설이다. 하지만 이것이 바로 우리가 처한 상황이다. 자연은 결코 인간이 만든 틀에 순응하지 않는다. (273쪽)

 

과학을 맹신하던 인간은 과연 살충제로 곤충 방제에 성공했을까요? 살충제의 수, 다양성, 파괴성 등이 매년 실질적으로 증가하면서 질병을 옮기고 농작물에 피해를 입히는 곤충의 개체수는 심각하게 증가했다는군요.

인간에겐 다소 불편할지 모르지만 자연은 자연 스스로 자정 작용과 정화 작용을 하기 때문에 곤충 방제도 인간의 손을 타지 않았더라면 자연에 의해 이루어졌을거라 예상됩니다. 다만 시간이 조금 더 걸릴뿐이겠죠.

 

인간이 아무리 안 그런 척 행동해도 인간은 자연의 일부이다. (216쪽)

 

봄이 더 이상 침묵하지 않도록 자연의 일부인 인간은 자연이 주는 혜택은 누리면서 자연에게 총구를 겨누지는 말아야겠습니다. 그 총구는 곧 우리를 항할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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