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움/인문학

명상록

꿈트리숲 2020. 2. 17. 06:00

오늘은 약 2000년 전 어느 한 개인이 쓴 일기를 소개합니다. 어떤 일기이기에, 누가 쓴 것이기에 2000년이 흐른 지금까지도 책으로 나올까 궁금하시죠.

 

그 대단한 일을 한 사람은 바로 로마 시대 오현제 중 마지막 황제이자 철학자였던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인데요. 오현제는 로마 전성시대를 이끌던 다섯 명의 황제를 일컫습니다. 네르바, 트라야누스, 하드리아누스, 안토니누스 피우스, 그리고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순이지요.

 

이때는 황제의 자리를 세습하는 것이 아니라 원로원에서 유능한 인물을 황제로 지명했기에 오현제가 나올 수 있었다고 하는군요.

 

명상록의 앞부분은 주로 타인의 칭찬에 대한 글로 채워져 있습니다.

 

타인들의 장점을 열거는 하지만 그것을 본받아야겠다는 직접적인 언급은 없어요. 하지만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의 삶에 영향을 미친 인물들의 좋은 점들을 나열했기에 아마도 평생 마음에 새기고 몸으로 익혔을 것으로 짐작됩니다.

 

할아버지, 아버지, 어머니, 증조부, 개인 교사 등 가족과 주변 인물에서부터 여러 스토아학파 철학자들, 집정관 등 장점을 가진 인물들이 여럿 등장하는데요. 그만큼 아우렐리우스는 주변 사람들에게 관심이 많았던 것 같습니다.

 

전 칭찬일기를 한때 써보긴 했는데, 남 칭찬이 아니라 저 자신에 대한 칭찬일기를 썼거든요. 다른 사람에 대해서 칭찬하라고 한다면, 착하다, 선하다, 잘 도와준다 등 단조롭게 끝나지 싶어요. 그런데 아우렐리우스는 아주 구체적으로 장점을 설명합니다.

 

디오그네토스에게서는 쓸데없는 일들에 힘을 쏟지 않는 것, 주술사들이나 사기꾼들이 주문이나 축귀 같은 것들에 대해 말하는 것들을 믿지 않는 것, 메추라기를 싸움 붙이는 놀이는 하지 않고 그 같은 일들에 열광하지 않는 것, 다른 사람들이 해주는 솔직한 말들을 막지 말고 귀 기울여 잘 듣는 것을 보았다. (28~29쪽)

 

수사학자였던 알렉산드로스로부터는 다른 사람을 비판하지 않는 것, 무례하거나 어처구니없거나 황당한 말을 해도 중간에 말을 잘라버리거나 핀잔을 주지 않고, 도리어 그 사람이 사용한 표현 자체가 아니라 내용을 함께 생각하고 토론해 보거나 그 밖의 다른 방법을 사용해서 그런 상황에서는 어떤 표현을 사용하는 것이 적절한 것인지를 간접적으로 재치 있게 깨우쳐 주는 것이 좋다는 것을 알았다. (32쪽)

 

어떠세요? 장점이 정말 세세하게 나열되어있죠. 이렇게 열거하려면 많은 관심과 관찰이 필요할 것 같아요. 저는 위의 알렉산드로스의 이야기에서 2000년 전에도 사람 사는 것은 요즘과 비슷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사람과의 관계 맺기에서 우리는 경청을 중요한 미덕으로 꼽는데요. 이 시대 역시 경청이 특별한 장점으로 여겨지는 것 같습니다. 알렉산드로스가 그런 미덕을 가진 인물인 것 같고요.

 

비판 없이 듣기, 황당한 얘기를 해도 중간에 말 자르지 않기, 사용한 언어보다는 내용으로 함께 토론하고 적절한 언어 표현에 대해선 간접적으로 깨우쳐 주기 등. 경청의 끝판왕 스킬을 다 갖고 있네요.

 

이렇듯 본받을만한 장점을 가진 이들을 일기장에 적어서 두고두고 보며 자신을 점검해보고, 반성하는 황제이기에 오현제 중 한 명이 되었으리라 짐작해봅니다.

 

너의 마음을 즐겁고 기쁘게 하고자 한다면, 네가 함께 어울리는 사람들의 좋은 점들을 떠올려보라. (중략) 우리와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의 성품 속에서 여러 가지 다양한 미덕들이 여기저기에서 많이 나타나는 것을 생각해 볼 때만큼 즐겁고 기쁜 때는 없기 때문이다. (126쪽)

 

명상록은 보물 창고 같은 책입니다. 보물이 너무 많아서 어떤 걸 취해야 할지 대략 난감하기까지 한데요. 그래서 그런가 빌 클린턴 대통령은 1년에 두 번씩은 꼭 읽는다고 해요. 또 많은 책의 저자들이 인생 책으로 꼽기도 하더라고요. 저도 평생 두고두고 볼 마음으로 이번 1회독에서는 타인의 장점을 세세하게 열거할 수 있도록 깊이 있게 관찰하고 그 결과를 바인더에 기록하는 것까지 적용해보려 합니다. 다음 번 읽을 때는 또 어떤 보물을 발견하게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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