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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사를 바꾼 13가지 식물

꿈트리숲 2020. 3. 5. 06:00

인간처럼 말을 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동물처럼 이동할 수도 없는데 세계사를 바꾼 식물이 있다니 솔깃합니다. 아마 가장 연약해 보이는 몸짓 속에 인간의 욕망을 자극하는 맛과 향을 가득 담았기에 세계사를 움직이지 않았나 생각이 드네요.

 

<세계사를 바꾼 13가지 식물>에는 굵직굵직한 세계사의 직간접적 이유가 됐던 식물 열세 가지가 소개되는데요. 감자, 토마토, 후추, 고추, 양파, 차, 사탕수수, 목화, 밀, 벼, 콩, 옥수수, 튤립 등이 그것입니다.

 

감자는 오늘날의 초강대국 미국을 만드는데 중요한 역할을 했고, 후추는 콜럼버스가 아메리카 대륙을 탐험하고 약탈하는데 첫 시발점이 되었습니다. 사탕수수는 노예무역을 촉발하게 했고요. 차는 아편전쟁, 미국의 남북전쟁에 다 발을 담갔어요. 목화는 산업혁명의 씨앗을 품었고, 튤립은 최초의 거품경제를 일으킨 한때 높은 몸값을 자랑하는 귀하신 식물이었지요.

 

모든 것은 ‘후추’ 때문이었다. 아니,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후추를 향한 인간의 ‘검은 욕망’에서 시작되었다. (8쪽)

 

감자 얘기로 물꼬를 트자니 후추를 빼놓을 수가 없습니다. 감자의 원산지는 남미 안데스산맥 주변인데요. 유럽으로 처음 전해진 때가 콜럼버스가 아메리카 대륙을 탐험한 이후라고 합니다.

 

콜럼버스가 아메리카 대륙을 탐험한 이유는 바로 후추였어요. 15세기 유럽에서는 후추가 아주 비싸게 거래되었는데요. 유럽인들의 주식이었던 육류를 상하지 않게 보관하고 또 맛있게 먹기 위해서 향신료로 후추가 사용되었어요. 비싼 후추를 잡는다면 거부가 되는건 시간문제였죠. 후추의 원산지는 인도, 그래서 인도를 찾아 나선다는 것이 아메리카로 향하게 된 거죠.

 

콜럼버스는 찾으려는 후추는 못 찾고 감자를 유럽으로 가져옵니다. 이전에 감자 같은 덩이 식물을 본 적이 없는 유럽사람들은 감자 기피합니다. 그러는 중에도 싹이 난 부분을 먹고 탈 나는 사람이 있었으니 감자는 독성식물이라는 이미지로 소문이 났어요. 또 성서에 기록되지 않은 식물이라 하여 악마의 식물로 종교재판까지 받고 화형에 처해졌다는군요.

 

이건 뭐 말못하는 식물이라 너무 막대한 것인지, 아니면 감자의 위력을 과대평가한 건지 모르겠어요. 이런저런 우여곡절을 겪고 유럽 각국의 왕들이 감자 전파에 앞장서서 감자는 대중화에 성공합니다.

 

이 과정에서도 일반 하층민들은 감자에 대한 두려움이 여전했는데요. 널리 번지게 할 수 있었던 방법, 무엇이었을까요? 바로 ‘감자는 귀족만 먹을 수 있다’고 왕이 선포하는 거였어요. 감자밭 주위로 보초를 서면서 감자를 지키는 척하는 겁니다. 그리고 밤에는 보초를 느슨하게 해서 하층민들이 감자를 훔쳐 가도록 유도하는 거죠. 인간의 심리를 역이용해서 감자 보급에 성공하다니 예나 지금이나 금지하면 더 하고 싶은 심리는 똑같군요.

 

감자가 오늘날 미국을 초강대국으로 만든 사건으로 한번 가볼게요. 아일랜드에서도 감자가 널리 보급되었는데요. 감자 덕분에 인구가 폭발적으로 늘어났어요. 그런데 감자 역병이 돌아서 흉작이 이어지고 아일랜드 사람들에겐 죽음만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 닥쳤습니다.

 

영국은 도움을 안 주고 어떻게든 살아야했던 아일랜드 사람들은 새로운 땅을 찾아 미국으로 떠납니다. 무려 400만 명에 가까운 인원이었어요. 당시 미국은 공업화 단계에 들어서고 있었는데 이주해온 아일랜드인은 노동자로 정착해서 오늘날 미국의 초석을 다지는데 큰 기여를 했던거죠.

 

이때 이주해온 아일랜드인에는 미국 대통령들의 선조들이 여럿 있었습니다. J.F. 케네디의 할아버지가 있고요. 레이건, 클린턴 대통령 그리고 오바마 대통령도 아일랜드계라고 하는군요.

 

감자가 아니었다면 오늘의 미국은 지금과는 다른 모습이었겠지요? 저자는 말합니다. 감자라는 식물이 미국 역사와 세계 역사를 바꿔놓았다고요.

 

식물은 태생적으로 빛을 사냥하는 존재다. 새가 곤충을 사냥하고 육식동물이 초식동물을 사냥하듯 잎은 빛을 사냥하여 광합성을 해야만 살 수 있다. (14쪽)

 

지구 역사를 놓고 봤을 때 인류는 식물의 후손이라고도 할 수 있어요. 식물이 빛을 사냥해야만 살 수 있다면 인간에게도 빛 사냥은 기본입니다. 더불어 식물이 빛 사냥을 통해 만들어낸 좋은 영양소를 인간은 그것마저도 사냥을 해야만 살 수 있어요.

 

식물은 사전에 다 계획이 있었던 걸까요? 아주 아주 나중에 나타날 자신의 후손인 인간을 위해서 빛 사냥을 하고, 그리고 동물 사냥으로 지쳤을 후손들이 쉽게 먹을 수 있도록 제자리에서 꼼짝하지 않으며, 잘 알아볼 수 있도록 알록달록 색깔을 만들어낸 건 아닐까요? 살신성인의 자세로 후손들을 위해서 말이죠.

 

말 못한다고 움직이지 못한다고 절대 무시해서는 안 될 식물, 그 식물은 세계사도 바꾸어 놓는 막강한 힘을 가졌습니다. 인간의 욕망을 자극했다지만 실은 인간의 몸과 마음을 살찌워준 식물의 희생정신을 더 높이 사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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