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움/인문학

주홍글씨

꿈트리숲 2020. 4. 6. 06:00

어릴 때 세계 명작소설로 읽어봤던 <주홍글씨>, 어렴풋하게 기억나는 A가 있었습니다. 어른의 시선으로 다시 읽어보니 주인공이 품었던 A가 다른 뜻으로 진화해나감이 느껴집니다.

 

너대니얼 호손의 작품 <주홍글씨>는 17세기 식민 시대 미국, 뉴잉글랜드를 배경으로 하고 있습니다. 작가 자신이 엄격한 청교도 집안에서 자라서 그런지 청교도들이 개척해 계율이 엄격한 보스턴을 무대로 잡았어요.

 

A... (Adultery)

“아무리 생각해도 헤스터 프린의 이마에 달군 쇠로 낙인을 찍었어야 하는데, 그래야 뜨거운 맛이 뭔지도 알게 되고 말이야.” (15쪽)

 

간통죄를 범한 죄인은 가슴에 간통을 뜻하는 A를 새기고 살아가야 합니다. 헤스터 프린은 감옥에서 갓난아기를 안고 나와 교수대에 올라서 만인이 보는 앞에 자신의 가슴에 새긴 A를 보여주며 치욕의 형벌을 받습니다.

 

간음을 했다면 반드시 그 상대도 있어야 하는데, 헤스터는 상대의 이름을 밝히지 않습니다. 그 사람을 꼭 지켜주고 싶었기 때문이지요. 그 상대는 지역에서 존경받고 학식 높기로 유명한 청년 목사 딤즈데일이었습니다.

 

딤즈데일은 스스로 자신의 죄를 밝힐 용기가 없었어요. 그리고 자신의 지위와 권위를 내려놓을 자신도 없었죠. 그것으로 인해 죄의식에 시달리며 나날이 피폐해져 갑니다. 자신에게도 새겨진 낙인의 글자 ‘A’를 감추면서요. 

 

어린아이의 시선으로 봤던 <주홍글씨>는 남편이 있는 여자가 불륜을 저질러서 벌을 받는구나였는데요. 어른의 시선으로 본 <주홍글씨>는 충분히 공감되고 이해되는 이야기로 다가오네요.

 

또 불륜만이 이야기의 전부가 아니라 낙인은 사람을 어떻게 변화시키는지, 죄를 숨기는 것과 죄를 드러내고 벌을 받은 사람은 어떤 삶을 사는지 등을 새롭게 느끼게 해줬던 것 같습니다.

 

A...(Able)

그들은 서슴없이 ‘A’자를 유능(Able)의 머리글자라고 말했다. 나약한 여자의 힘이 이토록 강한 힘을 발휘하고 있었던 것이다. (163쪽)

 

헤스터는 딸 ‘펄’을 키우며 바느질로 생계를 꾸려가는데요. 바느질 솜씨가 워낙 좋아서 그녀의 손을 거친 물건들은 유행의 물결을 타게 되죠. 그녀는 바느질로 번 돈 중 최소한의 생활비만 빼고 모두 불쌍한 사람들을 위해 썼어요. 속죄하는 마음으로 자신의 재능과 시간을 기꺼이 들인거죠.

 

낙인이 평생 타인의 시선에서 자유로울 수 없어 인간다운 삶을 누리지 못하게 하는 줄만 알았는데, 헤스터를 보며 자신이 어떻게 하는가에 따라 뭇사람들의 시선도 달라짐을 느낍니다.

 

세상이 달라지기 위해서는 사회의 기존 제도와 조직, 남성 위주로 된 전통을 새로이 고쳐야 한다고 믿는 헤스터입니다. 무엇보다도 여성 자신이 놀라운 변화를 일으키지 않는 한 사회 개혁의 혜택을 보지 못한다고 말이죠.

그런 헤스터는 낙인 ‘A’를 스스로의 의지로, 선의의 행동으로 이전과는 다른 뜻의 A를 사람들의 마음속에 심어줬습니다.

 

A...(Angel)

“수놓은 글씨를 달고 다니는 저 여자를 아십니까? 저 여자가 바로 우리의 헤스터랍니다. 가난한 사람에겐 친절하고, 병든 사람에게는 도움을 베풀고, 고통에 처한 사람에게는 위로를 주는 여자입니다.” (164쪽)

 

이마에다 낙인을 찍어 뜨거운 맛을 보여줘야 한다던 사람들이 헤스터를 칭송하기에 이릅니다. 그러는 동안 자신의 죄를 숨겨왔던 딤즈데일 목사는 죄의식이 절정에 이르러 목숨이 위태로운 지경까지 가는데요. 죽기 전 자신을 위해 헤스터를 위해 숨겨둔 ‘A’를 많은 사람 앞에서 드러냅니다.

 

낙인을 담담하게 받아들이고 가장 낮은 곳에서도 남을 도우며 자신의 역할을 다했던 헤스터는 사람들의 인식을 바꿈으로써 자신의 죄를 씻어냈고요. 반면 딤즈데일은 스스로 죄를 밝힐 기회를 놓치고 죽음으로 속죄하게 되는군요. 낙인의 상처와 고통도 고통이지만 낙인을 받은 사람의 행동에 따라 낙인의 의미를 바꿀 수도 있음을  알게 해준 <주홍글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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