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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생 처음 한번 들어보는 클래식수업 2

꿈트리숲 2020. 5. 12. 06:00

 

 

악성(樂聖), 불멸의 연인, 운명, 청력 상실, 월광 소나타... 그리고 합창 교향곡. 베토벤 하면 떠오르는 단어가 참 많습니다.

 

작년에 난생 처음 한번 들어보는 클래식 수업 재미나게 읽었었는데요. 클래식 수업 1권이 모차르트의 생애와 빛나는 업적, 재미난 음악 이야기를 다루었다면 클래식 수업 2권은 베토벤의 거의 모든 것을 담았습니다.

 

클래식을 보다 잘 이해할 수 있도록 베토벤 음악의 화음과 악장, 형식들을 설명하는데요. 전 그 부분은 익숙지 않아서 설렁설렁 읽게 되는군요. 그냥 음악가들의 삶과 음악 듣는 것으로 만족해야겠습니다.

 

1권에서 클래식 음악이 왜 이렇게 어려운 것이 되었냐는 얘기를 했었죠. 그 이유는 17, 18 세기 때 모든 음악은 라이브로 연주되었어요. 그래서 오래 기억하려면 한 번 들을 때 잘 들어야 했던 거죠. 그럼으로써 청중들의 듣는 귀가 발달하고, 그에 따라 음악가들은 청중들을 만족시키기 위해 좀 더 심오하고 기교를 더 넣은 음악을 만들게 되었습니다.

 

이렇게 어려운 음악을 만드는데 일조한 사람이 바로 베토벤이에요.

 

클래식이 처음부터 길고 어려웠던 음악은 아닙니다. 클래식도 누구나 가볍게 즐길 수 있는 음악이었지요. 그런데 어느 순간 클래식이 확 달라졌습니다. 상당히 진지하고 복잡한 쪽으로 말이죠. 다름 아닌 이 책의 주인공인 베토벤 때문입니다.

베토벤은 음악이 오락처럼 소비되는 것을 참지 못했습니다. 음악이 편안한 여흥이 아니라 숭고한 예술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했거든요. (6쪽)

 

그렇습니다. 베토벤은 음악이 예술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했고 음악가도 예술가로 인정받기를 원했던 겁니다. 그래서 궁중 음악가로 맡은바 연주만 한 것이 아니라 예술혼을 불어넣은 수많은 창작물을 만들어 냈던 거였어요.

또 하나 그 시절 악기 제조의 기술이 발달하면서 새로운 악기들이 등장하고 베토벤에게 악기 협찬이 줄을 잇습니다. 요즘으로 치면 PPL이죠. 새로운 악기를 연주해보면서 이런저런 다양한 시험을 해본 것이 오늘날 우리들의 귀를 호강시켜주는 음악들이 탄생하게 된 계기가 됐습니다.

 

날아오르려 하는 사람이 땅을 기는 데에 만족할 수는 없습니다. -헬렌 켈러 (70쪽)

 

새로움을 창조하지 않고 그 시대 유행에만 편승한 음악은 여흥은 줄지언정 유구한 세월을 이겨내는 작품이 될 수는 없음을 베토벤이 증명해냈죠.

 
베토벤이 활동하던 시기 수많은 음악가가 있었을 텐데, 지금까지 우리에게 기억되는 음악가가 베토벤이 독보적인 걸 보면 베토벤은 땅을 기는 것에 만족하지 않았음이 분명해요.

음악은 소리로 구성이 되죠. 그런데 아무 소리나 음악이 되지는 않아요. 음악은 소리에 규칙성이 입혀진 것인데요. 당연히 베토벤도 이 규칙을 따랐기에 음악을 만들 수 있었겠죠. 규칙은 질서가 있다는 뜻이고요. 질서는 반복을 통해서 만들어집니다.

 

그런데 반복만 하고 질서를 따르기만 했더라면 악성 베토벤은 탄생할 수 없었을 겁니다. 베토벤이 위대한 이유는 질서 속에서도 파격을 만들어 냈기 때문이에요. 뜬금없이 튀어나오는 파격이 아니라 질서와 조화를 이루는 파격. 그 파격이 만들어 내는 새로움과 감동이 베토벤의 음악으로 빨려들게 만드는 것 같아요.

 

이런 파격은 베토벤의 마지막 교향곡인 <합창 교향곡>에서 절정에 달했다 싶습니다.

 

이전까지 교향곡은 악기로만 연주하는 장르였습니다. 이렇게 사람의 목소리를 넣는다는 아이디어는 획기적이기는 하지만 거부감을 일으킬 수 있는 시도였어요. 하지만 베토벤은 <합창 교향곡>에서 훌륭하게 조화를 이뤄냅니다. (263쪽)

 

열아홉 살 때 청강생으로 들은 수업에서 실러의 ‘환희의 송가’에 감명받았던 기억을 간직하고 <합창 교향곡>의 가사로 썼습니다.

 

전 이 음악을 들을 때면 시원하게 뿜어져 나오는 성악가의 목소리에 압도되어 매번 들을 때마다 뜻도 모르면서 전율이 일었는데요. 이제 뭐좀 아는 척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모든 갈등에 화해를 권하고, 가혹한 세상을 떠나 함께 천국으로 향하자, 모든 사람이 형제가 되어 천국에 가자는 내용이라고 합니다.

 

한해 마무리하는 시점에 왜 <합창 교향곡>이 많이 들리는지 알 것 같아요. 갈등과 반목을 거두고 화해로 새로운 해를 맞자는 의미겠지요. 무엇보다 베토벤이 청각을 거의 잃은 시기에 작곡도하고 초연도 했던지라 합창은 다른 교향곡보다 울림이 더 크게 느껴집니다.

 

불은 황금을 시험하고, 역경은 강한 인간을 시험한다. -세네카 (170쪽)

 

아버지의 폭력으로 불우하게 보낸 어린 시절, 장성해서는 온갖 병에 시달려야 했던 베토벤. 정신적, 신체적 역경을 의연하게 극복한 인간은 죽어서도 절대 죽지 않음을 보여줍니다. 불멸의 베토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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