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움/책

꿈틀꿈틀 오늘도 자유형으로 살아갑니다

꿈트리숲 2020. 8. 28. 06:00

 

 

제가 수영을 처음 배웠던 때가 대학교 2학년 때였는데요. 대학생 되면 살이 빠진다던 고등학교 선생님들 말씀만 믿고 고3 때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먹고 앉아있기만 했어요. 그랬더니 살들이 다 허벅지며 엉덩이로 몰렸지요.

 

대학생이 되어도 그 살이 빠지지 않자 부모님의 걱정은 날로 늘어가고 먹는 것에 은근슬쩍 태클을 걸기도 하셨습니다. 2학년이 된 어느 날 수영하면 살이 많이 빠진다는 얘기를 어디서 듣고 오신 엄마. 어서 수영장 등록하라고 저의 등을 떠미셨어요.

 

저, 물에 대한 공포심이 엄청 큰 사람이거든요. 중학교 때 캠프 갔다가 야외 수영장에서 물먹고 정신 못 차린 기억이 있어서 물 근처에도 못 가는 사람이었는데 살 앞에는 도저히 물러설 수가 없어서 수영장 등록을 했습니다.

 

등록한 회원 모두 주부들이었고요. 저 혼자 학생이었어요. 그런데 진도는 제가 제일 느렸어요. 물에 대한 공포심을 떨쳐버릴 수가 없으니 계속 벽 잡고 걸어야만했습니다. 아시죠? 수영 초급반은 수영장 레인 중 맨 가장자리에서 하는 거요. 아마 저 같은 겁쟁이 초보를 위해서 배려한 것이 아닌가 생각해요.

 

벽 없었음 초급 한 달을 아마 못 버텼을 겁니다. 시작하고 3주 정도 지나니까 모두들 킥판 없이 자유형으로 25m레인을 가더라고요. 저는 킥판을 놓으면 버티고 있어야 할 한쪽 팔이 계속 물속으로 기어들어갔어요. 마치 누가 밑에서 당기는 것처럼요.

 

간신히 선생님 손 붙잡고 25m를 어찌어찌 가기는 했습니다. 선생님 손 놓으면 다시 물속에서 허우적대다가 물먹는 하마가 되어서 자유형은 고사하고 개헤엄도 못 했었죠. 남들과 다르다는 게 부끄러워서 수영장 가기가 싫었어요. 남들보다 뒤처진다는 게 받아들일 수 없어서 저에게 엄청 화가 났었습니다.

 

타고난 재능이 없다면 연습으로 재능을 만들어 보아요.

단 한 번에 하늘 높이 연을 날릴 수는 없겠지요.

내가 올리고 싶은 높이까지 가게 하려면 수없이 많은 연습이 필요해요. 46쪽

 

 

 

주중 수업엔 빠짐없이 수영장 나가고 수업 없는 주말에는 혼자서 몇 시간씩 연습했습니다. 수영 선수 할 것은 아니었지만 어떻게든 벽 잡고 걷는 것만은 벗어나고 싶었거든요. 연습을 통해 킥판 던지고 두 손으로 자유롭게 자유형을 하고 싶어서였어요.

 

그랬더니 드라마처럼 기적이... 일어났을까요?

드라마는 일상에서 그리 자주 일어나지 않는다는 거, 저 일찍 깨달았습니다.

 

자유형은?

(...)

마음대로 헤엄치는 것이 자유형이잖아요. 90쪽

 

 

 

킥판없이 25m를 갔습니다. 사람들이 관심 가지는 혹은 아예 눈길 주지 않는 그런 자세로 말이지요. 사람들이 관심 가진 이유는요 자세가 독특해서였고요. 눈길 주지 않았던 건 너무 못해서였어요. 그 사람들은 제가 얼마나 물을 먹어가며 25m를 갔는지 몰랐을 겁니다. 그래도 전 해내서 안도했어요. 남들과 함께 배영반으로 넘어갈 수 있었기 때문이에요.

 

수영장에 레인이 왜 있을까 생각해봤는데요. 제 기준에는 생명 줄이기 때문에 있는 것 같아요. 배영반에서는 벽이 없어서 너무 겁이 났지만 오며 가며 한 손은 위로 뻗고 한 손은 레인 붙잡고 이동했기에 한 달을 버텼습니다. 생명줄에 의지하던 제가 나중엔 50m 레인에서 쉬지않고 15바퀴를 돌게 되었다는 이야기도 살짝 전해드리면서 제 추억은 여기서 줄입니다.

 

우리 삶에서도 무너진 자신감을 세워 줄 생명줄이 어딘가에는 반드시 있다고 믿어요. 그 생명줄이 누군가에겐 책이고, 누군가에겐 사람이며 누군가에겐 바로 윗단계의 목표 일수도 있습니다. 나만의 방식으로 천천히 연습하며 무너진 자신감을 차곡차곡 쌓아 보면 어떨까요?

 

착한재벌샘정님, 제 블로그 대문 사진의 캘리그라피를 써주신 작가이시죠. 이번에 새로운 책을 내셨어요. <꿈틀꿈틀 오늘도 자유형으로 살아갑니다>. 그림 품은 예쁜 캘리그라피에 선생님만의 인사이트를 담은 감각적인 글. 마음이 말랑말랑해지고 희망과 용기가 샘 솟는 책입니다.

 

 

https://coupa.ng/bI4nEQ

 

꿈틀꿈틀 오늘도 자유형으로 살아갑니다:세상 속으로 천천히 내 맘대로 유영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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