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움/책

공간이 만든 공간

꿈트리숲 2020. 8. 7. 06:00

 

 

원숭이, 사자, 바나나 이 세 단어를 두 그룹으로 묶으라고 한다면 여러분은 어떻게 묶으시겠어요?

기차, 버스, 철길 이 세 가지를 같은 종류끼리 묶으라고 한다면요?

 

전 원숭이와 사자를 한 그룹에 그리고 바나나를 한 그룹으로 묶었죠. 기차와 버스를 묶고, 철길을 따로 했어요. 정답은 없는 문제입니다. 자신만의 대답을 하셨다면 아래 설명을 한번 들어보실까요?

 

탈헬름 교수라는 분이 농사 품목이 가치관을 결정한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중국 한족 학생을 상대로 실험을 진행했다고 합니다. 중국은 대륙이 커서 중부와 남부 지역에서는 비가 많이 내려 벼농사를 짓고요. 북쪽으로 가면 비가 적게 내려서 밀 농사를 짓는다고 하네요. 벼농사와 밀 농사, 농사 품목에 따라 한 국가 안에서도 가치관이 과연 달라질까요?

 

밀 농사를 짓는 지역의 학생은 기차와 버스를 하나로 묶는 비율이 높게 나왔대요. 반면 벼농사를 짓는 지역의 학생들은 기차와 철길을 묶는 비율이 높았고요.

 

벼농사를 짓는 지역의 사람들은 ‘철길 위를 달리는 기차’를 생각하면서 개체 간의 ‘관계’에 집중해 기차와 철길을 하나로 묶었고, 밀 농사를 짓는 지역에서는 관계가 아닌 각 개체가 가진 성질의 공통점을 찾아서 교통수단이라는 범주에 속하는 ‘버스와 기차’를 하나로 묶은 것이다. 같은 역사적 배경과 같은 유전자적 특징을 가진 같은 민족임에도 불구하고 농사 품종에 따라서 가치관의 차이가 만들어진 것이다. 66쪽

 

더 상세한 이유는 아래에서 말씀드릴게요. <도시는 무엇으로 사는가>를 몇 년 전 처음 만나고서 작가의 기발한 생각과 건축과 역사를 넘나드는 설명에 완전 매료되었는데요. 그 뒤로 <어디서 살 것인가>도 <당신의 별자리는 무엇인가요>도 재밌게 읽고는 팬이 되었습니다.

 

제가 모르는 분야, 특히 건축을 재밌는 역사와 쉽게 접하는 우리 일상을 섞어서 얘기해주니 그리 재밌을 수가 없었어요. 그래서 유현준 교수님 책은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일단 읽고 봅니다.

 

<도시는 무엇으로 사는가>가 우리가 사는 도시를 인문학적 시선으로 바라보는 이야기였다면 <어디서 살 것인가>는 우리가 살고 싶은 공간은 어디이며 어떻게 하면 좀 더 나은 공간에 살 수 있는지에 대해 작가의 시각을 엿볼 수 있게 해줬죠. 덕분에 저도 살고 싶은 공간의 기준을 어렴풋하게나마 정해볼 수 있었습니다.

 

<공간이 만든 공간>은 공간을 통해 이루어지는 우리들의 생각, 그 생각의 뿌리를 알려주는 책 같았어요. 흡사 생각의 탄생이라고나 할까요. 생각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를 시공을 넘나들며 건축과 공간으로 그 뿌리를 풀어놓는데, 캬~~ 이 한마디로 저는 설득당하고 말았습니다.

 

생각은 공간에서 탄생한다고 해요. 공간이라 하면 크게는 지구라는 공간, 동양 서양이라는 공간이 생기고요. 작게는 집, 학교, 도서관, 박물관 같은 것들이 다 공간입니다. 서양은 공간에 채움을 중요시했다면 동양은 비워서 여백의 미를 즐겼지요.

 

생각이 집단으로 뭉치며 문화가 되고 세대를 거쳐오면서 가치관으로 자리 잡습니다. 동서양의 문화 차이 어떻게 생겨났을까요? 바로 기후 때문에 생겨났다고 저자는 말합니다.

 

기후 차이로 강수량의 차이가 발생하고요. 강수량이 적은 서양은 밀을 재배하고 강수량이 많은 동양은 벼농사를 하지요. 밀은 벼농사에 비해 많은 노동력이 필요로 하지 않습니다. 그렇기에 집단으로 모여 살 필요가 없었다고 하는군요. 반면 벼농사를 짓는 지역은 노동력이 많이 필요하기에 집단으로 모여 살고 모여 사니까 서로의 관계를 중요시하게 된 거죠.

 

글 서두에 나왔던 원숭이, 사자, 바나나 생각나시죠? 벼농사 짓는 지역의 학생들은 관계를 중요시하기에 원숭이와 바나나를 한 그룹으로 묶는 비율이 높았겠지요. (물론 저처럼 따른 답을 하는 예외도 있겠지만요)

 

역사 속에서 새로운 생각은 위기와 다름에서 시작했다. 위기와 다름은 보통 갈등과 충돌을 야기한다. 그런데 갈등과 충돌이 있다고 자동적으로 새로운 생각이 만들어지지는 않는다. 새로운 생각은 갈등과 충돌을 화합시키려는 마음이 있을 때 만들어진다. 403쪽

 

공간에서 생각이 탄생하는 이야기 동서양의 생각이 융합된 건축물 얘기를 쭉 해온 저자는 마지막에 위기와 화합을 얘기합니다. 21세기 지리적 경계가 모호해지는 지금 새로운 생각은 무엇일까, 어떤 가치관을 가져야 할까? 생각이 드는데요. 위기에서 해법을 찾듯, 갈등 상황에서 네탓내탓 할게 아니라 화합하려는 마음을 내야 될 것 같아요. 옆집이든 타 지역이든 다른 나라든 다른 공간에서 싹튼 다른 생각을 하는 사람들을 많이 만나야겠다 싶습니다.

 

언택트 시대, 새로운 생각의 탄생은 블로그란 공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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