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움/책

모모를 찾습니다

꿈트리숲 2020. 8. 6. 06:00

 

 

제가 요즘 읽는 책들에 청소년 소설이 드문드문 들어있어요. 아이가 청소년 시기라서 청소년 소설을 읽는다해도 딱히 부정할 이유는 없지만 제가 청소년 소설을 읽는 데는 또 다른 이유가 있습니다.

 

작년 4월로 기억하는데요. 블로그로 인연이 되어 오프라인에서 만나게 된 김리하 작가님을 알게 되고부터 청소년 소설에 남다른 시선을 주게 되었죠. 김리하 작가님이 동화작가인 줄도 모르고 첫만남에 요즘 주로 읽으시는 책이 어떤 거냐고 겁 없이 물어봤었습니다. 자기계발서? 소설? 역사서? 등등 머릿속에 여러 답이 뱅뱅 돌고 있는데, 김리하 작가님은 성장 소설을 주로 읽는다는 말씀을 하셨죠.

 

그렇게 인연을 맺게 된 김리하 작가님 덕분에 동화작가님을 여러분 알게 되고요(물론 이름과 작품으로만요) 청소년 소설에도 관심이 가더라고요. 동화작가, 더 넓게는 은밀한 작가의 세계를 알게 된 것 같아 저 혼자 무슨 비밀을 안 것처럼 심장이 뛰기도 했다가 얼굴이 달아오르기도 했다가 그럽니다.

 

김미희 작가님도 그렇게 알게 된 분입니다. <오늘의 주인공에게>라는 시집을 낸 시인이신데요. 얼마 전에는 <폰카, 시가 되다>라는 시집을 내기도 하셨죠. 김미희 작가님은 2002년 신춘문예로 등단하시고 18년간 전업 작가로 활동하시며 다양한 동화를 많이 써 오셨어요시인이라는 타이틀이 제가 아는 전부였는데, 건너 건너라도 알게 되니 남 같지 않아서 더 자세히 알고 싶어집니다. 저 혼자서 한 사람을 새로이 사귀는 기분이에요.

 

모든 인연은 우연의 가면을 쓰고 와서 필연의 뒷모습을 남기고 가는 것 같아요. 그런 인연이 책으로 나온다면 퍼도 퍼도 마르지 않는 이야기 우물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고급스러운 단어를 쓴 것도, 모든 문장이 명언이었던 것도 아니었다. 그저 순수하고 정겨운 말들로 엮어진 문장들이지만 내 가슴에 큰 파장으로 다가와 심장을 고동치게 했다. 눈시울이 붉어지는가 하면 ‘단오’를 따라 피식피식 웃기도 했다. 검은 글씨가 사람의 마음을 따뜻한 온기로 가득 채우기는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모모’라면 우리 모두에게 ‘선’이라는 존재를 마음에 심어줄 수 있지 않을까.
- 추천 글 중에서 -

 

이 추천 글을 읽고서 책 내용이 무척 궁금해졌어요. 모모와 단오의 인연은 어떤 우연과 어떤 필연이었을까 하고요. 검은 글씨가 사람의 마음을 따뜻한 온기로 채운다니 보나마나 이야기 우물이 마를 새가 없을 것 같은 기대가 들었어요. 김미희 작가님의 최신작 <모모를 찾습니다>, 제목에 이미 마음을 홀딱 빼앗겨서 책 받고 앉은 자리에서 다 읽었습니다.

 

모모? 내가 아는 그 모모일까?

 

“저는 우도에서 태어난 시인이자 동화작가입니다.”

우도에 와 본 문우들은 한결같이 말합니다.

“네가 작가가 된 연유를 알겠어.”

그렇습니다. 우도가 글을 쓰게 합니다.

내게 우도는 커다란 우주였습니다.

어린 시절 나의 전부였던 우도가 여기 있습니다.

아픔을 가진 사람을 만나면 말없이 감싸 안아주는 사람들이 정답게 살던 곳,

지금도 그들이 우도를 지키고 있습니다. - 작가의 말 중에서 -

 

모모를 궁금해하며 책을 펼쳤던 저에게 김미희 작가님과 우도가 저에게 뚜벅뚜벅 걸어옵니다. 섬은 육지라는 덩어리에서 떨어져 나간, 말하자면 주류에서 떨어진 아웃 사이더 느낌이죠. 주인공은 육지가 맡고, 섬은 조연이나 행인 1, 2등을 맡습니다. 그래서 육지는 00시, 00동 구체적으로 주소를 넣어가며 부르지만 섬은 그저 섬으로 퉁 치고 말아요.

 

그런데 <모모를 찾습니다>를 읽고 나니 섬은 저에게 새로운 해석을 던져줍니다.

섬은 육지를 품어 안는 엄마 같아요. 섬은 큰 대양의 파도와 바람으로부터 육지를 보호해주는 방패 같아요. 모모가 그렇습니다. 책 속 이야기 곳곳에 조연으로 등장합니다. 간혹 행인 1, 2를 맡기도 해요. 그러면서 사람들의 아픔에 함께 아파하고 기쁨에 함께 기뻐합니다. 작가의 일기장에는 모모가 주연입니다. 섬사람에겐 현아 할머니, 광수, 김삿갓 할아버지 등 모두가 주연이듯이요.

 

육지에서 떠밀려 나간 섬이 바다와 육지를 다 품어주는 것처럼 비극을 품은 모모는 사랑을 가르쳐주고 희극을 선사하며 모두를 다 품어주네요.

 

추천 글을 저희 집 아이가 썼다는 비밀 아닌 비밀을 누설하며 글을 마무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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