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움/인문학

맹자

꿈트리숲 2020. 10. 5. 06:00

 

 

여름 두 달 동안 읽었던 맹자를 정리합니다. 일전에 <낭송 맹자>를 소개하면서 홍익출판사의 <맹자>를 잠시 언급했던 적이 있었어요. 딸 아이가 5년 전에 읽었다는 표시를 보고 마음이 뜨끔했었어요. ‘나는 읽지 않으면서 아이에게 고전을 읽으라고 했구나.’ 싶어 반성했습니다. 역시 ‘너나 잘하세요’ 저만 잘하면 되는 거였어요. 아이가 모르는 단어는 책에 깨알같이 메모해두었기에 저도 그냥 읽기만 해서는 안 되겠다 싶어 굿노트로 정리를 했습니다.

 

 

 

맹자(기원전 372~기원전 289)는 전국시대 사람으로 태어난 연도를 정확하게 알 수는 없는데요. 다만 공자 사후 100년 뒤에 태어났다고 추측합니다. 공자(기원전 551~기원전 479) 역시도 출생과 사망 연도가 정확하지는 않습니다만 여러 문헌으로 추정해볼 때 공자와 맹자 사이의 간격을 100년 정도로 본다는군요.

 

 

 

맹자는 공자의 사상을 계승했습니다. 공자의 仁과 禮를 이어받고 義를 더해 왕도정치를 주장하였어요. 맹자가 살던 시대는 170여 개에 달하는 제후국에서 전국칠웅이라 하여 7개의 제후국으로 정리가 된 시절인데요. 이 제후국들은 춘추시대와 마찬가지로 이합집산하며 서로에게 칼을 겨누고 천하 패권을 차지하려 전쟁이 끊이지 않을 때였습니다.

 

 

 

이에 맹자는 그런 세태를 비판하고 무력 정치가 아닌 인의를 바탕으로 하는 왕도정치를 주장하며 자신의 이론을 받아 줄 제후들을 찾아 나섰습니다. 맹자의 사상을 받아줄 제후들이 나타나지 않아 스승과 마찬가지로 뜻을 펼쳐보지 못했지요. 170개 제후국에서 7개로 정리되는 동안에도 무자비한 전쟁이 계속되었지만 7개 남은 제후국에서도 힘의 균형을 무너뜨려 천하를 가지려는 전쟁이 계속되었기 때문인데요. 전쟁에서 필요한 건 어찌하면 전략과 전술을 잘 짜서 상대를 제압할까이기에 맹자의 왕도정치는 시대가 받아주지 않았던 것 같아요.

 

 

 

그 시대 제후들이 봤을 땐 맹자의 이론이 시대에 뒤떨어진 것이라 여겼겠지만 2,300여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맹자의 사상을 우리가 공부하고 있으니 시대에 많이 앞섰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또 시대가 변하는 것과 상관없이 보편적인 진리, 인간의 기본적인 도리를 말하고 있기에 과거에도 필요한 진리였고 지금도 앞으로도 계속 새겨야 할 도리라고 생각해요.

 

 

 

맹자의 사상은 우리가 학창 시절 귀에 딱지가 앉도록 들어서 아마 다 기억하실 거예요. 사람은 날 때부터 선한 마음을 가지고 있다는 성선설이지요. 인간의 본성에 인의예지(仁義禮智)가 있다는 건데, 그 단서로 측은지심(측은하게 여기는 마음), 수오지심(부끄러워하는 마음), 사양지심(사양하는 마음), 시비지심(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마음)을 얘기합니다. <맹자>의 요약은 이 정도로 마무리하고요. 저의 생각이 멈추었던 구절 몇 개를 소개해 드릴게요.

 

 

 

다른 사람을 사랑하는데도 그가 나를 친하게 여기지 않을 경우는 자신의 사랑하는 마음을 반성해 보고, 다른 사람을 다스리는데도 다스려지지 않을 경우는 자신의 지혜를 반성해 보고, 다른 사람에게 예를 갖추어 대하는데도 그것에 상응하는 답례가 없을 경우는 자신의 공경하는 마음을 반성해 보아야 한다. (171~172쪽 이루 上)

 

다른 사람이 나를 사랑하지 않는 경우, 다른 사람이 다스려지지 않는 경우, 다른 사람이 나에게 예를 갖추지 않는 경우 이 모든 문제의 답을 자신에게서 구하라는 뜻으로 저는 해석했어요. 나는 올바른데, 상대가 잘못된 예는 없을까? 한 번 생각해봤는데요. 그럴 경우라도 남이 잘못되었다고 탓하지 말고 그의 모습에서 나를 돌이켜보는 것이 유교에서 말하는 수신(修身)이 아닐까 싶습니다. 사랑하는 마음과 지혜 그리고 공경하는 태도를 평소 점검해보는 태도가 필요하겠지요.

 

전 이 구절을 읽고서 남편과 아이에게 제 말이 안 먹힐 때 그들을 탓하지 말고 제 말 전달 방식이나 내용을 점검해보기로 했습니다.

 

 

 

 

 

하늘이 장차 큰 임무를 어떤 사람에게 내리려 할 때는 반드시 먼저 그의 마음을 괴롭게 하고 그의 근골을 힘들게 하며, 그의 몸을 굶주리게 하고 그의 몸을 곤궁하게 하며, 어떤 일을 행함에 그가 하는 바를 뜻대로 되지 않게 어지럽힌다. 이것은 그의 마음을 분발시키고 성질을 참을성 있게 해 그가 할 수 없었던 일을 해낼 수 있게 도와주기 위한 것이다. (316쪽 고자 下)

 

어떤 일을 하려고 마음먹거나 시작하고 얼마 안 되었을 때 저는 항상 몸이 잘 아팠어요. 그래서 뭐만 하려고 하면 어찌 이리 발목을 잡는 것인가 생각할 때가 여러 번 있었는데요. 하늘은 날 도와주지 않는구나 여겼습니다. 맹자의 위 구절을 읽고서 제일 크게 부각 된 글씨는 ‘도와주기 위한 것이다’였어요. 하늘은 저를 도와주기 위해 마음을 괴롭게 하고 몸을 힘들게 한 것이었는데, 저는 그런 줄도 모르고 일찍 그만둬버렸더라고요.

 

지금 마음이 괴롭고 몸이 힘들고 뜻한 대로 일이 진행되지 않고 있다면 하늘이 우리 마음을 분발시키고 참을성을 키워서 할 수 없던 일도 해내도록 도와주고 있다고 생각해야겠습니다.

 

사람들은 닭과 개를 잃어버리면 찾을 줄을 알면서도 마음을 잃어버리고는 찾을 줄을 모른다. 학문하는 방법은 다른 데 있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잃어버린 마음을 찾는 것일 뿐이다. (284쪽 고자 上)

 

이 가을 잃어버린 마음을 찾고 싶다면 고전에 스며드는 것은 어떨까요?

 

 

2020/04/23 - [배움/논어] - 낭송 논어/맹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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