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움/인문학

장애를 넘어 인류애에 이른 헬렌 켈러

꿈트리숲 2020. 10. 26. 06:00

너무 유명해서 오히려 잘 모르는 사람들이 있죠. 그중 한 사람이 헬렌 켈러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눈멀고 귀먹은 장애 여성이지만 글도 읽고 말도 하고 책까지 내서 모든 장애인의 희망이 되었던 사람이죠. 자신의 삶을 다 헌신해서 헬렌의 곁을 지켜준 앤 설리번 선생님까지. 제가 헬렌 켈러에 대해 아는 지식은 여기까지였어요.

 

<장애를 넘어 인류애에 이른 헬렌 켈러>를 읽고서 헬렌의 삶을 한층 더 촘촘하게 들여다볼 수 있었습니다. 헬렌은 단순히 장애를 극복한 사람이 아니라 장애를 딛고 일어남은 물론 평범한 사람도 하기 어려운 약자 편에 서는 활동을 했더라고요. 자신이 약자이니 약자 편에 서는 건 당연한 거 아닌가? 하시겠지만 헬렌은 장애 여성 최초로 대학교육까지 받았습니다. 자신의 업적이 전 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져서 유명인사나 다름없었는데요. 부와 권력을 거머쥘 수도 있었지만, 사회의 낮은 곳으로 가서 그들의 아픔에 귀 기울이고 그들 편에 서서 더 나은 삶을 만들려고 노력했던 거죠. 그것이 저에겐 더없이 크게 다가오는 헬렌의 위대함이었어요.

 

헬렌은 생후 두 돌도 채 안 된 어느 날 열병을 앓고 눈이 멀고 귀가 먹고, 말도 못 하게 되었어요. 부유한 환경에서 태어나 사랑받고 자랄 줄 알았던 헬렌의 불행이 시작된 겁니다. 캄캄한 동굴이 이어지던 헬렌의 불행에 한 줄기 빛이 들어온 건 앤 설리번 선생님을 만나고부터인데요. 설리번 선생님과 만남은 그 후 50년을 함께 한 운명 같은 인연이되었습니다.

 

설리번 선생님 역시 앞이 잘 보이지 않아 맹아 학교를 졸업했기에 누구보다 헬렌의 마음을 잘 알았을 거예요. 그리고 헬렌에게 필요한 교육이 무엇인지도 잘 알았을 테고요. 헬렌에게 설리번 선생님은 자신과 세상을 이어주는 끈이었고, 설리번 선생님에게 헬렌은 삶의 목표이자 의미였습니다.

 

책에는 헬렌이 글자를 배우는 과정, 생활 예절을 익히는 과정, 말을 해보려 노력하는 과정들이 잘 담겨있는데요. 사실 장애를 한 번도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그 과정들이 얼마나 힘든지 명확하게 알 수 없을 것 같아요. ‘노력’이라는 글자에 미처 드러나지 않은 숱한 좌절과 실패, 원망과 분노, 시도와 도전이 얼마나 많았을까 가늠조차 하기 힘든 게 사실입니다.

 

우리가 감히 상상할 수 없는 듣지도 보지도 말하지도 못하는 3중의 장애일지라도 헬렌의 배움에 대한 열정은 막지 못했습니다. 오히려 헬렌의 순수하고 사랑스러운 마음을 더 빛나게 만들어 준 요인이 되었지요.

 

헬렌은 불가사의한 천재가 아닙니다. 아주 영리하고 사랑스러운 아이일 뿐입니다. 만나는 사람 누구나 헬렌을 사랑하지 않을 수 없는데, 그 까닭은 헬렌이 재능이 뛰어나서가 아니라 그 마음이 사랑스럽고 아름답기 때문입니다. 이토록 사랑스러운 마음을 지닌 헬렌과 함께 있는 것은 제겐 특권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부드럽고 순수하고 사랑스러운 사람을 생각하는 것만도 행복하고 즐겁습니다. 헬렌의 곁에 있으면 아무리 거친 사람이라도 마음이 부드러워지고 다른 사람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가득 찬답니다. 59쪽

 

3중 장애의 헬렌이 글을 읽고 쓰고 말까지 하니까 ‘세계 8대 불가사의’라는 말까지 나돌았어요. 이에 설리번 선생님께서 연설한 내용입니다. 헬렌은 천재는 아니지만 다른 사람의 아픔에 공감하는 아름다운 마음이 있다고 얘기를 하고 있어요.

 

장애인에 대한 편견을 깨고 싶어서 다른 사람보다 몇 배는 더 노력했다는 헬렌은 장애인의 대변자가 됨은 물론이고요. 거기에 더해 사회의 약자 편에 서서 사회운동까지 하게 됩니다.

 

우리 상황이 그토록 나쁘다는 게 놀라운 게 아니라 우리 인류가 그토록 나쁜 상황을 극복하면서 진보해 왔다는 사실이 놀랍다는 점을요. 그래서 저는 이제 세상을 바꾸기 위해 싸우기로 했어요. 129쪽

 

자신이 사회의 약자였지만 교육을 통해 새로운 삶을 살게 되었듯이 장애인, 노동자, 여성, 어린이, 유색인종들도 평등하고 인간다운 삶을 누리를 수 있다고 헬렌은 확신했어요. 사회운동가로의 삶은 그리 녹록지 않았지만, 헬렌에겐 꼭 해야만 하는 일이었습니다.

 

어려움이 있을지라도 도전하는 용기가 있을 때만 삶의 새로운 지평을 열 수 있다고 믿었던 헬렌. 반전 운동, 여성 참정권 운동, 노동환경 개선, 인종 차별 반대 운동을 하며 쏟아지는 비판에도 당당히 맞서 나갔습니다.

 

문제투성이 사회 같지만, 헬렌 같은 사람들이 있었기에 우리 사회는 매일 조금씩 나아지고 있어요. ‘나 한 사람이 무슨 힘이 있다고 사회 문제를 얘기하겠어.’ 하면서 우리는 시도해볼 엄두조차 내지 못합니다. 그런 우리에게 헬렌은 이런 말을 남깁니다.

 

“도전하지 않는 삶은 무의미한 인생입니다.”

매일 변화하는 세상을 볼 수 있고, 아름다운 소리를 들을 수 있고, 자신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여러분은 의미 있는 인생을 살 조건이 이미 충분하다고 말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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