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메일은, 나의 내일은 나의 것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히가시노 게이고/현대문학
저는 중학생 시절에 편지를 참 많이 썼었어요. 친구들과도 매일 편지를 주고 받고, 군인 아저씨와 펜팔도 하고, 타지에 사는 사촌들과도 편지를 했었어요. 그때는 이메일, 카톡, 트위터, 페이스북 등이 전혀 없던 시절이었고, 또 전화도 유선전화만 있던 세상이었으니까요. 그래서 편지 하는 것이 유행이었던 것 같아요. 저랑 매일 편지를 주고 받던 친구는 사춘기 소녀의 폭발하는 감수성을 편지에 다 녹여냈고, 또 군인 아저씨는 교육대학 학생있었던 기억이 있어요. 그래서 저같은 학생들을 앞으로 잘 가르치고 싶다 그런 포부를 편지에 밝히기도 했죠. 그 시기에 늘상 집의 우체통 체크하는 것이 버릇이었어요. 새로운 편지가 들어있는 날에는 그야말로 하늘을 나는 듯한 기분이고, 편지가 없는 날은 왠지 모르게 어깨가 축 처지는 느낌이죠.
몇년 전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이라는 책이 서점에 계속해서 추천도서, 혹은 베스트셀러 자리를 잡고 있었어요. 표지 그림을 보면 마음이 참 따뜻해지는 기분이 들어서 한번 보기 시작했는데, 책 끝날때까지 손에서 놓을 수가 없었어요. 읽으면서 옛날 주구장창 편지 썼던 기억이 떠올라 흐뭇하게 봤었어요. 히가시노 게이고 작가의 책은 처음이었는데, 금새 작가의 매력에 빠져 추리소설들을 탐닉했던 기억도 있습니다. 몇달 전 딸아이가 이 책 어떠냐고 해서 괜찮다고 추천해줬어요. 딸도 역시나 흠뻑 빠진 모양이더라구요.
세대 불문하고,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는 책을 쓰는 작가는 어떤 능력을 가지고 있을까요? 나, 너, 우리 모두가 공감하는 부분을 잘 알아채는 거겠죠? 심히 부러운 능력입니다. 책에서 마음에 와닿는 부분은 저마다 다르겠지만 책 전체가 가지고 있는 주제랄까, 감정들은 모두를 만족시키기에 충분한가 봅니다.
과거에서 온 편지가 미래의 세 젊은이를 성장시키고, 미래의 세 젊은이는 답장을 통해 과거의 사람들에게 꿈과 희망을 준다.
정말 기발한 아이디어! 더군다나 답장을 해주는 쇼타, 아쓰야, 고헤이는 유능한 사람도 아닐뿐더러 심지어 좀도둑입니다. 그런데도 누군가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다니 사람을 소중히 생각하는 작가의 마음을 엿볼 수 있어요. 물론 추리소설에서는 매 작품마다 죽어 나가는 사람이 있기는 하지만요.^^ㅎㅎ
나미야 할아버지는 그 동네에서 지금으로 치면 멘토나 좋은 코치였을 것 같아요. 편지로 고민을 상담해주시니 아직 인생이 뭔지 모를 청춘들이 편지로 할아버지의 조언을 구하려하는 것 같아요. 고민이 꼭 해결되어서라기 보다 누구에게 털어놓기만 해도 한결 가벼워지니 아무 상관없는 할아버지에게 찾아가는 건지도 모르겠어요.
저도 십대때 무수히 많은 편지를 다양한 사람들과 주고 받으면서 현실이 싫다고 맘에 안든다고 많이 징징거렸던 것 같아요. 그러나 항상 마무리는 내일에 대한 희망과 다짐으로 했었어요. 편지가 내 마음 쏟아내는 창구이기도 하지만 편지도 하나의 글이기에 부정과 우울로 마무리하기 보다 해피엔딩으로 맺어야 뭔가 안정된 기분이었나봐요.
p 259 부디 내 말을 믿어 보세요. 아무리 현실이 답답하더라도 내일은 오늘보다 멋진 날이 되리라, 하고요.
오늘 일이 잘 풀리지 않아 답답하시다면 누군가에게 편지를 써보세요. 이메일도, 카톡 메세지도 좋구요. 쓰다 보면 분명 내일이 준비한 희망이 있음을 깨닫게 될거에요.
나의 메일을, 나의 내일을 열어 볼 특권은 나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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