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움/인문학

쉽게 읽는 백범일지

꿈트리숲 2020. 12. 7. 06:00

올 한해 문사철 50권 목표로 매주 한 권씩 문학, 역사, 철학책을 읽어왔는데요. 때로는 계획했던 책을 읽기도 하고 때로는 전혀 계획에 없던 책을 보기도 했습니다. 오늘 소개해 드릴 책이 전혀 읽을 계획이 없었던 책인데요. 바로 <백범일지>입니다.

 

집 책꽂이에 아주 오래전부터 꽂혀있었던 책이지만 선뜻 읽을 마음이 나지 않더라고요. 문·사·철 50권 목표를 잡았을 때 <백범일지>는 문학, 역사, 철학 중 어디에 속하는지 결정을 못 내려 미루고 미뤘는데, 올해가 가기 전에 읽게 되어 다행으로 생각합니다.

 

<백범일지>가 매일 기록한 일기인 줄 알았던 저는 백범일지를 읽기 쉽게 잘 엮어주신 도진순 선생님 덕에 일지의 진정한 뜻을 알게 됐습니다.

 

 

 

우선 ⌜백범일지⌟白凡逸志라는 제목부터 살펴보면, 일지逸志는 매일매일 기록한 일기日記나 일지日誌가 아니라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를 기록했다는 의미이다. 따라서 ⌜백범일지⌟에는 다른 곳에서 볼 수 없는 진귀한 내용 들이 많이 포함되어 있다. 7쪽

 

전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로 무엇보다 김구 선생이 이름을 여러 번 바꾼 것을 꼽고 싶습니다. 자의든 타의든 이름을 바꿀 때 선생의 결의와 다짐은 무엇이었을까 생각하면서 읽으니 그때 대한민국의 운명도 함께 느껴지더라고요.

 

“창암昌巖아, 선생님께 절하여라”

김구 선생의 어릴 때 이름이 ‘창암’이었습니다. 열두 살에 처음 서당을 다니며 글을 배우고 공부를 시작했습니다. 과거 공부를 하다 과거 시험의 비리를 알고는 회의가 들어 서당 공부를 그만둡니다. 아버지가 추천해준 관상서를 보다 평생 간직할 귀한 문장을 발견하게 되지요.

얼굴 좋은 것이 몸 좋은 것만 못하고

몸 좋은 것이 마음 좋은 것만 못하다. 32쪽

 

나는 김창암金昌巖에서 김창수金昌洙로 이름을 바꾸었다.

김구 선생은 동학에 입도합니다. 관상 공부하면서 마음 좋은 사람이 되기로 했던 터라 하늘님을 모시고 도를 행한다는 말이 가장 먼저 와닿았다고 하는군요. 또 동학에 들기만 하면 차별대우를 철폐한다는, 평등한 새 나라를 건설한다는 말에 큰 꿈을 품었어요.

 

23세에 승명 원종圓宗을 얻게 된다.

김구 선생은 명성황후 시해 사건 후 국모의 원수를 갚기 위해 일본인 한 명을 죽였습니다. 그 죄로 감옥에 갇히는데요. 교수형을 면하긴 했지만 언제 풀려날지 알 수 없는 수감생활. 감옥에서 책 읽기에 매진합니다. 동서양의 책을 두루 읽고 신지식을 접하고서는 탈옥을 감행합니다. 탈옥 후 방랑길에 마곡사에서 출가하게 되죠.

 

창수昌洙에서 김구金龜로 고치고, 호는 연하蓮下로 정함.

이제부터라도 우리는 문명국의 교육제도를 본받아 학교를 세우고 자녀들을 교육하여 건전한 2세로 길러야 합니다. 또 애국지사들을 규합하여 국민으로 하여금 나라 잃는 고통이 어떤 것인지, 나라가 발전하는 복이 어떤 것인지 알도록 해야 합니다. 127쪽

이름을 바꾸고 본격적으로 독립운동에 나섭니다. 선생이 생각한 나라 되찾는 방법은 교육이었어요. 문명국이 되려면 학교를 세우고 교육을 하는 것이 우선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신 거죠.

 

白凡 金九

우리가 알고 있는 김구 선생의 이름, 백범 김구입니다. 세 번째 투옥된 감옥에서 스스로 호와 한자 이름을 고칩니다.

굳은 의지를 다지는 결심의 표시로 이름을 ‘九’라 하고, 호를 ‘白凡’이라 고쳐 동지들에게 알렸다. 구龜를 구九로 고친 것은 왜의 호적부에서 벗어나고자 함이요, 연하蓮下를 백범白凡으로 고친 것은 우리나라가 완전한 독립국이 되려면 조선의 하등사회, 곧 백정白丁 범부凡夫 들이라도 애국심이 현재의 나 정도는 되어야 하겠다는 바람 때문이었다. 184쪽

 

자주 바뀐 이름만큼이나 선생은 조선, 대한민국임시정부, 대한민국까지 우리나라 근현대사를 다 관통해오셨어요. 광복은 맞았지만, 선생이 그토록 원하던 하나 된 자유대한민국은 끝내 보지 못하고 숨을 거두셨습니다. 다행히도 선생이 그토록 염원했던 꿈, '높은 문화의 힘을 가진 나라'는 점점 이루어져 가는 것 같습니다.

 

내가 원하는 우리나라

나는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나라가 되기를 원한다. 가장 부강한 나라가 되기를 원하는 것은 아니다. 내가 남의 침략에 가슴이 아팠으니, 내 나라가 남을 침략하는 것을 원치 아니한다. 우리의 부는 우리 생활을 풍족히 할 만하고 우리의 힘은 남의 침략을 막을 만하면 족하다. 오직 한없이 가지고 싶은 것은 높은 문화의 힘이다. 문화의 힘은 우리 자신을 행복하게 하고, 나아가서 남에게도 행복을 주기 때문이다. 315쪽

 

728x90

'배움 > 인문학' 카테고리의 다른 글

셰익스피어 4대 비극 - 햄릿  (12) 2020.12.21
멋진 신세계  (12) 2020.12.14
지킬 박사와 하이드  (14) 2020.11.30
한국명작단편  (12) 2020.11.23
탈무드  (15) 2020.11.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