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움/책

식탁 위의 세계사

꿈트리숲 2018. 8. 3. 08:13

바나나와 세계사는 뭔 상관일까?

식탁 위의 세계사/이영숙/창비

학창 시절에 연도표 좔좔 외워가면서 세계사를 배웠어요. 연도표가 세계사의 전부가 아닌데 겉만 핥은 느낌이죠. 그것도 학창 시절엔 모르고 지났다가 어른이 되어서야 세계사의 본질은 그것이 아니었구나 알았어요. 정말 피와 살이 되는 세계사의 알짜배기를 놓치고서는 세계사는 암기 과목이라며 무의미에 무재미라고 깎아내렸나봐요.

제 딸에게도 세계사의 빅재미를 알려주고자 어릴 때부터 그림책으로 많이 보여줬는데, 중학생이 되면서 세계사라고 이름 붙여진 책을 잘 안볼려고 하더라구요. 다른 책이나 영화를 보면서 쥐도새도 모르게 세계사를 배우고 있으면서도 그건 세계사 공부가 아니라고 생각하나 봅니다.

어쨌든 엄마는 아이에게 재미와 의미 두 마리 토끼를 다 보여 주고 싶기에 눈에 불을 키고 재밌는 세계사 책을 발굴해내요. 그래서 찾은 책이 식탁 위의 세계사입니다. 책 제목을 딸에게 얘기해줬을 때는 세계사라는 제목만 듣고 재미없을 것 같다는 반응이었어요. 그럼 내가 읽지뭐 하고 사다놨더니, 은근슬쩍 딸이 먼저 보네요. 반응은 '재밌다.' 였어요.  캬~~~~ 성공입니다. 제가 며칠전 [나는 행복한 불량품입니다] 포스팅 할때 콜럼버스 얘기를 썼었는데, 그 얘기 식탁 위의 세계사에 나온다고 넌지시 자랑도 하더라구요. 저는 나이 40넘어서 세계사의 감춰진 진실을 알게 되었는데, 아이는 자라면서 다양한 관점을 접하게 되니 편협된 시각은 갖지 않으리라 믿어요.^^

이 책은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우리 식탁에 오르는 음식들로 목차가 이루어져 있어요. 감자, 소금, 후추, 빵 등 아무 생각없이 먹게 되는 음식들에 관련된 역사를 알고나면 일상의 음식들이 새로운 의미로 다가옵니다. 감자에 얽힌 영국과 아일랜드의 관계, 모차르트만 알았던 잘츠부르크가 소금의 도시였다는 얘기, 간디의 소금 행진도 새롭게 알게 된 슬픈 역사입니다. 맛있는 크루아상 빵의 기원에 이어 각 나라의 국기 공통점 등등 재미도 있고, 새로운 지식도 알게 되는 일석이조의 기쁨을 주는 책이에요.

그 중에도 전 바나나 얘기에서 생각이 좀 많아졌는대요.  더 나은 재배 방법이 빨리 연구되어 널리 전파되면 좋겠다 싶어요.

p 141 우리가 아는 바나나는 먹음직스럽고 탐스러운 과일이지만 동시에 대표적인 오염 작물로 알려져 있어, 왜 그럴까? 살충제나 제초제 따위를 많이 사용해서야. 바나나를 재배하고 후가공하는 작업이 환경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치는 거란다. 살충제, 제초제, 윤기를 내는 왁스 등이 그 원흉이라 할 수 있지.

이는 비단 환경에만 치명적인 것이 아니라 사람에게도 피해를 주더라구요. 예전에 바나나 재배 농장의 영상을 봤는데, 노동자들이 장시간 노동은 물론이거니와 살충제 가득한 농장에서 일을 하더라구요. 바나나는 상하기 쉬운 과일이라 살충제를 사용하지 않을 수 없다고 합니다.

천여 가지에 이르는 바나나 종류가 지금은 장거리 수송, 병충해에 강한 캐번디시 한종 으로만 재배 된다고 하네요. 바나나는 푸드마일리지(농산물이 생산지에서부터 우리 식탁에 이르기까지의 거리)가 큰 대표적 농산물입니다. 국내에서도 바나나를 생산하는 곳이 있어요. 저도 자연드림에서 가끔씩 바나나를 사 먹곤 하는데, 그 바나나가 흔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익기도 전에 따서 수출하는 동안 성장 억제 농약 뿌리고, 또 팔리기 전에는 빨리 익으라고 화학물질을 뿌린 걸 알면서도 매일 아침 먹고 있네요.ㅠㅠ  푸드마일리지 고려해서 한국 땅에서 재배되는 음식만 먹어야 한다면 그건 너무 가혹한 일이구요.

한 종만 번성한다면 그건 곧 멸망의 지름길이죠. 바나나도 멸종할지 모르기에 다양한 종이 살아 남을 수 있도록 지금 당장 살충제를 뿌려 재배할 것인지 적은 수확이라도 화학약품 배제하고 더디게 다양성을 살릴 것인지 진지하게 고민해보면 좋겠어요. 바나나가 살아 남아야 우리 식탁도 풍요로워지고 세계사도 풍성해질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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