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움/가끔 영화

넷플릭스 빨간머리앤

꿈트리숲 2018. 9. 5. 12:26

넷드? 캐드? 뭐가 됐든 재밌는 드라마!

제 딸은 넷플릭스 열혈 시청자입니다. 어릴 때부터 영어 디비디를 많이 보여줘서 그런지 영화 보는 걸 아주 좋아해요. 매달 디비디를 꾸준히 사모은 탓에 한때는 3~400장을 보유하기도 했었어요. 그러고도 없는 영화는 다운 받아 보기도 하구요. 아이가 크면서 관심사가 다양해지다 보니 제가 디비디를 선택해서 주는 것에는 한계가 있더라구요. 그래서 아이 스스로 영화나 드라마를 고르게 했는데요. 영화는 그나마 양호한 편이지만 청소년 미드는 정보 구하기가 쉽지 않았어요. 그러다 만나게 된 넷플릭스! 지금은 더할 나위 없이 편하고 좋네요. 저는 아이가 뭐 보는지만 확인하고, 선택하는 것은 오롯이 아이의 몫으로 넘겼습니다. 아이는 넷플릭스 키즈 카테고리에서 물만난 고기마냥 펄떡입니다.^^

예전에 기사에서 빨간머리앤을 실사로 제작한다는 소식을 접했어요. 재밌겠다, 싶었는데 넷플릭스라는 플랫폼을 이용해야만 볼 수 있다하여 적잖이 실망했죠. 그때는 넷플릭스를 이름으로만 알고 있을 때라 네이버나 다음처럼 쉽게 접할 수 있는 줄 몰랐거든요. 어찌됐든 이제는 편히 볼 수 있게 된 빨간머리앤, 그 이름 처럼 주황과 다홍이 믹스된 듯한 머리에 주근깨가 얼굴에 내려 앉은 진짜 소녀가 나옵니다.

현재는 시즌 2까지 나왔어요. 어릴 때 만화로만 봤던 빨간머리앤의 구체적인 에피소드는 다 기억나지 않지만 초록지붕과 매튜 아저씨, 마릴라 아줌마, 앤의 베프 다이애나까지 모두 그대로에요. 추억에 젖는 것 같다가도 현실감 있는 스토리와 캐나다의 대자연에 흠뻑 빠져서 저 또한 딸 못지않게 넷플릭스 애청자가 되었어요.ㅎㅎ

미드라는 한마디로 외국 드라마를 통칭하는 때가 있었죠. 아직까지 미드는 전세계 다양한 팬층을 확보하고 독보적인 자리에 있지만 이제는 일드, 중드까지 가세해서 외국 드라마의 영역이 더 넓어지는 듯 합니다. 제작 주체가 누구냐에 따라 넷플릭스 빨간머리앤은 넷드라고 부를 수 있을까요? 아니면 캐나다에서 제작되고 있으니 캐드라고 부르면 될까요? 넷드냐 캐드냐 뭐가 됐든 그냥 전 재밌는 드라마라고 하고 싶네요.

빨간머리앤 만화에서는 앤의 이야기에 초점이 맞춰줘서 주변 인물들의 성격이나 과거사 같은 것은 몰랐었어요. 뭐, 어릴 때는 오로지 주인공에만 관심 가질때라 설령 만화에 나왔다고 하더라도 제가 기억 못할 수도 있구요. 그런데 실사 드라마에서는 주변 인물들의 스토리가 많이 나와서 이야기가 더 풍성해져서 아주 좋아요.

매튜와 마릴라의 내면의 상처는 앤을 만나지 않았다면 평생 모르고 살았을텐데, 앤 덕분에 그들의 아픔을 확인하고 치유하면서 표정이 한결 여유로워지고 따스해지는 것이 보이더라구요. 사람으로 입은 상처는 역시 사람으로 치유가 되나 봅니다. 만화에서는 표정 변화가 거의 없던 마릴라 아줌마가 드라마에서는 입체적인 표정을 가진 앤의 안전한 울타리가 되어 주어 호감도 급상승했습니다. 매튜 아저씨는 두말 할 것도 없이 앤의 절대적 지지자여서 완전 멋있구요.

시즌 1의 얘기는 앤이 애번리에 와서 적응하는 얘기였다면 시즌 2의 얘기는 좀 더 다양하게 흘러갑니다. 길버트와 친구가 되어 애번리 마을에 오게 된 흑인 친구 배시, 조세핀 할머니와 앤의 같은 반 친구 콜의 이야기, 진보적인 어머니들 모임에서 거부당한 급진적인 스테이시 선생님까지. 흥미진진해서 어서 빨리 시즌 3이 나오기를 손꼽아 기다리고 있어요. 풍부한 상상력을 가진 앤이 주변의 사람들을 하나 둘씩 친구로 만들어 가는 것을 보면서 앤은 이야기꾼이구나 싶었어요. 재잘재잘 쏟아내는 수다쟁이인 듯 싶지만 사람에 대한 사랑과 배움에 대한 열망은 그 누구보다 강렬하고 뜨겁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는 앤의 대사로 오늘 글은 마무리 합니다.

Tell me and I forget, teach me and I remember, involve me and I learn.

Different isn't bad, it's just not the sa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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