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움/가끔 영화

2018 PIXAR BAO(인크레더블 2) 바오

꿈트리숲 2018. 7. 30. 15:12

VIP고객이 자주 찾아오도록

10여일 전 쯤에 영화 인크레더블 2를 봤어요. 남편과 딸이 인크레더블 1을 재밌게 봐서 후속편 제작 소식을 들었을때 부터 기다리던 영화였습니다. 인크레더블 2는 전편과 다름없이 초인적인 능력을 가진, 심지어 기어다니는 아기 조차도 강력한 능력을 가진 가족의 얘기로 그려졌어요. 엄마의 사회적 활약상을 볼 수 있었던 영화였어요. 다른 한편으로는 가정 내에서 아빠의 역할이 상황에 따라서 고정적이지 않고 얼마든지 변할 수 있는 가능성을 봤습니다. 사회에서 여성의 직업이 다양해지는 것 만큼 가정내에서 부부의 역할에 대한 대화가 많이 이루어졌으면 합니다.^^

본 영화 보다는 영화 시작 전에 미니 드라마 처럼 짧게 보여 주는 단편 애니가 더 큰 울림이 있어 오늘은 그 얘기를 할려 합니다. '바오'에 대해서 검색을 해봤어요. 픽사 최초로 여성 감독이 만들었다고 하는군요. 중국계 캐나다인. 그래서 영화의 배경도 중국계 캐나다인 가정에서 시작됩니다. 바오는 발음에 따라 다양한 뜻이 있는데, 만두가 되기도 하고, 보물 이라는 뜻도 된다고 하네요. 영화를 보면 둘 다 뜻하는 것 같아요. 성년에 된 아이가 떠나고 텅빈 집에서 생활하는 엄마에게는 옛날이 향수가 되어 눈앞에 기억속의 아이가 다시 나타나요. 만두가 태어나는 순간입니다.^^  어린 만두는 너무나 작고 여려서 일일이 엄마의 손길이 있어야 하지만 그런 엄마는 오히려 자신의 존재 이유를 느껴서 행복한 듯 보였어요. 어린 만두는 박제된 인형이 아니다 보니 무럭무럭 커서 반항도 하고, 집도 나가고 엄마 속을 많이 태워요. 외국인 여자 친구도 데려오구요. 결국 상상 속의 바오도 현실의 아들과 다르지 않게 엄마와 갈등을 빚어, 엄마는 바오를 삼켜버려요.(엽기적이야!!!^^ 만두여서요~~ㅎㅎ) 만두를 삼켜버림으로써 현실로 돌아오는 엄마. . . 아들과 엄마는 서로의 입장을 조금씩 이해하고 함께 만두를 빚는 것으로 영화는 끝났어요.

바오를 보면서 저의 부모님 생각이 났고, 또 저와 딸 사이도 다시 생각해 보게 되었어요. 사춘기때 부모님이 못마땅하던 저는 오로지 저 입장만 생각하고 부모님을 이해할 수 없었어요. 그나마 아이를 키우면서 부모님의 마음을 조금 헤아릴 수 있게 되었지요. 제가 부모가 되고 보니 부모 입장에서 먼저 낮춰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아이는 경험해보지 못한 어른의 세계를 이해할 수 없잖아요. 하지만 부모는 겪어본 시기이기에 충분히 눈높이를 자녀에게 맞춰줄 수 있다고 봐요. 큰 사람이 굽히지, 아이는 까치발을 해도 어른의 눈높이를 맞출수가 없거든요.

다행히 저의 딸은 아직 사춘기가 아닌지, 아님 평탄하게 그 시기를 보내고 있는지 소통에 있어서는 별 문제가 없는 것 같아요. 자식이 떠나고 나이든 부부만 남겨졌을 때 얼마나 공허할까, 쓸쓸할까, 더이상 엄마로서의 할 역할이 없다 생각이 들면 존재의 가치도 못 느끼지 않을까 등등 여러 생각이 들었어요.

자녀를 키우는 것은 만두를 빚듯 조심히 세심히 해야 된다고 생각해요. 만두피가 얇아서 만두소를 너무 많이 넣으면 터져버리고, 또 너무 적게 넣어도 만두가 홀쭉해서 먹을게 없구요. 적정선을 유지하는 것이 참 힘들죠. 부모가 바라는 이상향은 많은데, 그 모든 것을 다 넣어주기엔 받아들이는 자녀 입장에서는 다 소화하기 버거울거에요.

그리고 부모는 항상 일방적인 짝사랑이에요. 어릴땐 부모가 주는 사랑에 보답하듯 방긋방긋 잘 웃어주고, 말도 잘 듣고 사랑이 순탄합니다. 그러다 어느 순간부터 그 짝사랑은 비극으로 갈 때가 많아요. '나에게 제발 관심 좀 꺼줘.' 이런말 들으면 부모의 억장은 무너지죠. 제가 그런 모진말을 했던. . .ㅠㅠ 딸이었습니다. 과도한 관심은 부모와 자식간에 관계를 무너지게해요. 정신 건강에도 해롭구요. 일촌 사이라고 내가 낳았다고 해서 절대로 맘대로 할 수 있다는 생각은 버려야 할 듯 싶어요.

부모와 자식 사이도 어느 정도 거리가 있어야 그 사이에 사랑과 관심이 싹트지, 너무 찰삭 붙어 있으면 오히려 불이 붙거나 남극 빙하 같은 사이가 될지도 모릅니다. 자식은 언제든 떠날 손님으로, 그렇지만 정성으로 대하면 반드시 찾아오게 되어 있는 VIP고객입니다. 바오의 어머니는 알게되었을까요? 잡고만 있어서는 빈 둥지가 채워지지 않는다는 것을요. 놓아줘야지만 빈 둥지가 새로운 사람으로, 더 많은 이야기로 풍요로워 진다는 것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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