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움/가끔 영화

옥자

꿈트리숲 2018. 10. 24. 09:26

우리 딸이 비건선언을 했어요!!

옥자/봉준호 감독/2017.6

작년 여름쯤에 봉준호 감독의 영화 옥자가 개봉을 했는데요. 극장 개봉을 하나마나로 한동안 이슈가 되었던 적이 있었죠. 결국 극장 개봉을 안했던 듯 싶어요. 우리가 극장 하면 떠올리는 그곳들에서는 상영을 거부했다고 하는군요. 일부 소규모 극장에서 개봉을 했나봐요. 저는 그 당시 신문으로 옥자에 대한 소식을 접하고 영화 내용은 대충 상상에 맡겼어요. 멀티플렉스 영화관에서는 못 보더라도 언젠가는 보게 될 것 같은 느낌적인 느낌이 들었거든요.

아이에게 몇번 옥자를 같이 보자고 권유를 했는데, 제목에서 오는 왠지모를 심심함이 느껴져서 그런가 계속 거부하더라구요. 그런데 얼마 전 뭔 바람이 불었는지 본다고 하더니 영화가 끝나고선 뜬끔없이 비건 선언을 하는 겁니다. 비건이 뭔지는 알고 그러는거냥? 묻고 싶은데, 일단은 아이의 의사 존중 차원에서 영화의 어떤 면이 그런 생각을 하게 했어? 하고 물어봤어요.(남편과 딸 둘이서 본 날이라 저는 그때 아직 내용을 몰랐죠) 그랬더니 줄줄 설명하는거에요. 그래서 비로소 아! 옥자가 그런 내용이었구나~ 했습니다.

저는 혼자서 옥자를 보며 이런 저런 생각이 들었어요. 인간의 탐욕은 정말 끝이 없구나, 그 탐욕 때문에 지구가 멸망한다고 해도 우린 어디가서 원망하거나 하소연 할 수도 없겠다는 생각이요. 인간은 언제부터 잡식 동물이었는지 정확하게 모르겠지만 육식, 채식을 다 하면서 진화하고 번식해온 건 거부할 수 없는 사실이죠. 그 DNA 덕분에 우리는 골고루 잘 먹는 사람이 되었구요.

그 사실이 자본과 만나면서 탐욕으로 변질된 건 아닐까 생각도 해봤어요. 영화에서 보여주는 어마어마한 크기의 슈퍼돼지라는 것이 정말 자연적으로 돌연변이로 태어날 수 있을까요? 영화 속 대중은 그런 거짓말을 믿어요. 공장식 축산에 길들여진 자신들의 입맛은 모른채 자연에서 친환경적으로 길러진 슈퍼돼지라는 말에 열광을 합니다. 본질은 보려하지 않고 말초적인 자극에만 반응하는 우리를 보는 것 같아 마음 한켠이 허하기도 하고 슬프기도 합니다.

슈퍼돼지 옥자는 유전자 조작의 결과물입니다. 주인공 미자의 절친이자 할아버지와 손녀의 가족이지만 영화 포스터에서 보듯이 공장을 멍에처럼 이고 가고 있어요. 공장 굴뚝에서 뿜어져 나오는 검은 연기는 우리의 탐욕과 이기심, 물질만능주의를 세상에 알리는 듯한 느낌이에요. 마치 '이래도 공장식 축산을 늘리기만 할거냐'하고 옥자를 통해 경고하는거죠.

저는 고기를 좋아 하지 않아서 육식을 즐기는 사람들의 마음을 잘 헤아리지 못하기는 합니다. 고기 먹지 않고도 1년 365일 너끈히 잘 사는데, 굳이 동물을 잡아 먹어야할까 싶지만 제가 채식을 즐기는 만큼 다른 사람들의 입맛과 취향도 존중하려고 해요. 채식 VS 육식 뭐가 옳고 그르다 할 수 없는 영역이더라도 조금 덜 먹고 자연도 동물도 사람도 공존할 수 있는 방안을 좀 찾아보는 노력을 하면 좋겠어요. 

지난 주 세계지식포럼 관련 기사를 신문에서 봤는데요. 옥자 보면서 그 기사가 생각났어요. 고기맛을 느끼게 해주는 세포과학이 지구도 살리고 사람도 살릴 수 있는 방안 중 하나가 된다면 좋겠다 생각했어요.

2018.10.13 매경기사입니다. "세포과학으로 소고기맛 재현… 식물성 버거가 지구 살린다" http://news.mk.co.kr/newsRead.php?year=2018&no=637068 

그리고 우리가 알지 못하는 그러나 꼭 알아야만 하는 진실을 말해주는 사람도 늘어나면 좋겠어요. 봉준호 감독은 영화 촬영 전 미국 도축장 견학하고서 엄청 충격을 받았다고 합니다. 실상은 영화보다 더 무섭고 충격적이지만 영화는 부드럽게 표현한 거라고 하는군요. 제 딸은 부드럽게 표현된 현실을 보고서 비건 결심을 했나봐요. 그런데 비건 결심 바로 다음날 학교 급식에서 소시지 왕창 들어간 부대찌를 먹어야 했다며 비건이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고 고백?하더라구요.ㅎㅎ

급진적 비건은 자칫 스트레스가 될 수 있으니 혹시라도 채식 결심을 하신 분이라면 여러가지 채식 유형을 참고 하시고 천천히 자신에게 맞는 스타일을 찾으시기 바랍니다.

 

미자가 불어 날리는 민들레 홀씨처럼 지구를 살리는 우리 한 사람 한 사람의 생각이 멀리 멀리까지 날아가 꽃을 피우는 날이 언젠가 오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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