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움/책

시크:하다

꿈트리숲 2018. 9. 18. 07:47

가꾸는 것과 꾸미는 것에 대하여

시크:하다/조승연/와이즈베리

 

저는 화장을 하지 않아요. 여름에는 크림 하나도 안 바르죠. 얼굴에 유전이 아직 많은 것 같아서. . .ㅎㅎ 20대 때는 화장을 하지 않으면 외출을 못했어요. 누구 하나 막는 사람 없었는데, 혼자서 그런 굴레를 만들어서 꾸밈에 힘을 들였던 것 같아요. 아이가 태어나고는 매일 얼굴 부비는 아이에게 안 좋을 것 같아 뜨문 뜨문 하다가 결정적으로 화장품의 비밀이란 책을 보고선 집에 있는 화장품을 다 버렸어요. 그리고는 맨 얼굴로 당당하게 다닙니다. 립스틱만 바르는 것도 저에겐 연중행사에요. 오히려 화장하면 '화장을 글로 배웠어요' 처럼 어색하고 더 나이들어 보이는 것 같아요.

요즘은 꾸밈 노동이라는 말도 생겼더라구요. 외모 지상주의에서 좀 벗어났다 싶지만 아직도 예쁨, 아름다움의 기준을 겉모습으로 평가하는 사람들이 많아요. 그래서 꾸밈을 하는 사람들도 타인이 그랬든 스스로 그랬든 꾸밈의 굴레에서 자유롭지 못한 것 같습니다. 화장이 여자만의 특권도 아니고, 그렇다고 코르셋을 입는 것이 여자의 의무는 더더욱 아니고요. 화장하고, 렌즈끼고, 코르셋 입으면 전혀 다른 내가 되어요. 마치 행사용 탈인형을 쓴 것 같다고 할까요? 저 탈인형 쓰고 아르바이트도 한번 했봤었거든요. 나는 난데, 보는 사람들은 다들 토끼로 곰으로 보더라구요. 그리고 탈을 벗으면 다들 놀라요. 마치 못 볼걸 봤다는 분위기에요. 풀메이컵을 지우면 사람들이 못 알아보는 것 처럼요.ㅎㅎ

제가 프랑스 갔을 때 본 프랑스 여성들은 원래 이목구비가 뚜렷해서 그런지 화장을 한듯 안한듯 했는데도 다들 예쁘고 아름답게 보이더라구요. 멋지다 생각했어요. 민낯에 참 당당하고 자연스럽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어요. 시크한 느낌! 네, 시크하다가 딱 맞을 듯 싶어요. 프랑스 여성들은 저에게 시크하게 다가왔어요. 저 말고도 그런 생각을 하는 분을 서점에서 만났어요.^^  이번에 <시크:하다> 책을 낸 조승연 작가입니다. 이전에 그의 여러 책들에서 프랑스 얘기가 잠깐 잠깐 소개됐었는데, 아예 프랑스 관찰 에세이를 쓰셨네요. 프랑스 사람들의 삶을 대하는 태도, 연애, 가족, 육아, 먹거리 등 소소하지만 확실한 그들의 행복을 알게 해주는 책이에요.

이 책 속에서 <프랑스 여자는 늙지 않는다> 책 얘기가 잠깐 나오는데요. 저는 이 대목에서 아름다움을 가꾸는 거와 꾸미는 것의 차이는 뭘까 생각을 했었어요.

p 43 "나는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을 있는 그대로 바라본다. 그 모습을 받아들이고 편안하게 생각한다. 하지만 나 자신을 돌보고 현재의 내 이미지를 가장 멋지게 드러내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다."

이 말은 위 책의 저자이면서 샴페인 브랜드 '뵈브 클리코'의 최고경영자 출신인 미레유 길리아노가 한 말이라고 합니다. 그녀는 자신의 지금 외모를 그대로 받아들이고, 아름답게 나이들어 가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어요. 현재를 인정하고 나를 가장 잘 드러나게 최선을 다하는 것이 프랑스 여자는 늙지 않는 것 처럼 혹은 늙어도 아름다워 보이게 하나봐요. '시크하다'는 세련되고 멋있다는 뜻인데요, 자신의 외모를 바라보는 태도만 봐도 프랑스 사람들의 시크한 면이 잘 드러나는 듯 합니다.

화장하는 청소년이 많아지고 있다는 기사를 종종 접합니다. 제 딸도 친구들 화장하는 얘기를 가끔씩 하고요. 호기심에 한번이라고 시작했다가 의무처럼 그러다 정말 꾸밈노동이 될까 걱정이 되기도해요.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아름다움을 가꾸는 것과 외모를 꾸미는 것의 차이를 제대로 알려주는 어른이 있으면 좋겠어요. 저부터 그런 어른이어야 하는데 말이죠.

오늘 아침 거울을 마주하고 '너, 참 예쁘다. 어제보다 한결 더 아름다운데!' 하고 감탄할 수 있는 내가 되면 자연스럽게 아름답게 나이들어 가는 어른의 본을 보여줄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나는 어제의 나보다 오늘의 나를 더 사랑한다. 지금 이대로의 모습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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