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움/책

당신이 허락한다면 나는 이 말 하고 싶어요

꿈트리숲 2018. 9. 19. 06:45

우리는 별도 보고 운전도 할 수 있어요

당신이 허락한다면 나는 이 말 하고 싶어요/김제동/나무의마음

 

김제동씨와 저는 공통점이 있더라구요. 그것도 세개씩이나!!! 첫째, 74년생이라는 거. 둘째, 안경을 썼다는 거. 셋째, 김제동씨가 쓰는 말을 저는 다 알아들어요. 저도 경상도 출신이거든요. ㅎㅎ 하릴없이 김제동씨와의 공통점을 찾았던 건 김제동씨의 화법이나 글이 참 좋아서에요. 그래서 저 혼자 친한척 해보려구요.^^ 마이크를 들고 있을 때 그는 쎈 소리도 거침없이 해서 시원한 사이다 같지만 글로 만나보는 김제동씨는 참 따뜻하고 인정 많은 사람 같아요.

작년엔가요, <그럴 때 있으시죠?>를 읽고서 신영복 선생님의 <담론>을 꼭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김제동씨의 글은 설득력이 강해서 내가 접해보지 못한 미지의 세계를 과감하게 들어가볼 수 있는 용기를 주더라구요. 신영복 선생님 책은 어려울 것이다는 편견을 가지고 있어서 저에겐 미지의 세계였거든요. 담론에 대한 저의 후기는 아래 참조 부탁드려요.~~

2018/06/21 - [Book Tree/북스타트] - 담론(談論)

이번에도 어쩌면 결코 들어가볼 생각을 하지 않았던, 끝까지 미지의 세계로 남겨 둘 헌법에 대해 살짞쿵 마음이 동했어요. 헌법이 이렇게 일반인이 쉽게 접할 수 있는 영역인가, 재밌는건가?. . . 하고 헌법을 말랑말랑하게 보게 되더라구요. 헌법 독후감을 쓸만큼 헌법이 감동과 전율을 주는 글이였나 하고 살짝 갸우뚱 하지만 <당신이 허락한다면 나는 이 말 하고 싶어요>는 헌법 사랑에 대한 김제동씨의 진심이 느껴지는 책이었습니다.

헌법을 널리 전파해서 국민 모두가 헌법에 대해 잘 알고 얘기 나눌 수 있으면 우리가 진짜 헌법의 주인이 된다고 합니다. 그동안은 헌법은 전문가의 영역이라고 따로 떼어놔서 누구나 쉽게 접할 마음을 못먹었었죠. 대한민국 진짜 평범 국민인 저부터도 헌법은 엘리트의 고유 권한이라 생각했어요. 적극적으로 알려고 하지 않은 저의 무관심 탓도 있고, 또 울타리를 쳐놓고 오픈하지 않는 전문가들의 이기심도 편견에 한몫 하는 것 같아요. 김제동씨와 남아프리카 공화국 헌법재판소 캐머런 재판관의 대화에서 그런 느낌이 팍 오더라구요.

p 54 "제가 헌법에 대해 이야기하면 어떻게 코미디언이 헌법에 대해 말할 수 있느냐고 하는 이들이 있습니다. (중략) 헌법은 오직 판사, 변호사, 교수 등 전문가들만 말할 수 있다는 주장에 저는 동의하지 않습니다. 재판관님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저도 제동씨 의견에 깊이 동감합니다. 몇몇 사람들이 그러한 관점을 유지하는 데는 몇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한 가지 이유는 지적 우월감 혹은 엘리트주의 때문이에요. 예컨대 천체물리학을 이해하지 못하면 별을 볼 필요가 없다거나 기계공학을 이해하지 못하면 자동차를 운전하면 안 된다고 주장하는 것과 비슷하죠. 매우 어리석은 논리입니다. 또다른 이유는 바로 권력과 관계가 있습니다. 만약에 소수의 사람들만 법에 대해 말할 수 있도록 규제한다면 국민을 통제하기가 쉬워집니다."

전 별도 보고 자동차도 운전하는데, 때로는 운전하면서 별도 보는데. . . 천체물리학과 기계공학 전혀 몰라요. 엘리트 아니어도 충분히 가능한 일이죠. 그렇다면 헌법도 엘리트주의 울타리를 허문다면 모두가 시를 외우듯 줄줄 외울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좀 더 나아가서는 초등학교 입학때 정규 교과목으로 헌법책이 주어지면 좋겠어요. '대한민국에 사는 당신의 권리입니다. 알아두면 좋아요. 그리고 국가는 당신을 진짜 사랑합니다' 하고 일러 주면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애국심을 강요하지 않아도 저절로 나라 사랑할 것 같은데 말이죠.

헌법은 내가 지켜야 할 것이 아니라 나를 지켜주는 거라고 김제동씨는 말합니다. 그를 울게했던 연애편지의 한 구절 같다는 37조 1항을 읽어 보고 정말 국가가 나를 사랑하는지 한번 생각해볼께요.~~

"국민의 자유와 권리는 헌법에 열거되지 아니한 이유로 경시되지 아니한다."                                  ("내가 여기 안 적어놨다고 해서 널 사랑하지 않는 건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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