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움/책

마음아, 넌 누구니

꿈트리숲 2018. 9. 20. 07:33

나의 가장 좋은 친구

마음아, 넌 누구니/박상미/한국경제신문

 

저는 세바시(세상을 바꾸는 시간 15분) 강연을 좋아해서 유튜브로 자주 봐요. 보면서 저 강연들을 현장에서도 한번 들으면 좋겠다 생각했는데 지난달에 기회가 생겼어요. 세바시 북콘서트였는데요. 박상미 작가의 북콘서트였죠. 세바시를 보고서 15분이라는 짧은 시간이지만 그분의 강의에 감동을 받았던 터라 내심 기대를 많이 하고 있었어요. 세바시는 신청 절차만 거치면 누구든 참석할 수 있는 무료인 반면 세바시 북콘서트는 유료더라구요. 참가비에 작가의 책이 포함되어있어서요. 북콘서트 당일 몸 컨디션이 나빠 참가를 못해서 기대가 물거품이 되나 했는데, 다행히 택배로 책을 보내주셔서 아쉬움을 달랠 수 있었습니다.

받은 책을 읽다 보니 다른 책과 비슷한 두께인데 진도가 잘 안나가더라구요. 책에서 말하는 마음의 상처 기억들이 생각나면서 어떻게 그 터널을 지나왔는지 들여다 보느라 더뎠던 듯 싶어요. 한때는 과거의 아픈 기억들을 떠올리면 눈물이 나고 분노가 일고 억울하다 생각이 들때가 있었어요. 그랬던 제가 여러 책에서 배운 방법들로 저를 다독여주고 아픈 마음에 연고도 발라주고 했더니 미운 사람도 괴로웠던 순간도 고개 끄덕여지며 조금씩 이해가 되었어요.

몸도 마음도 너덜너덜 해져 제 인생 최저점을 찍고 있을 때, 그때 세바시 강연을 보며 저를 안고 토닥여줬던 기억이 납니다. 저의 두 손으로 양팔을 감싸고 "지금까지 잘 왔다, 힘들었지? 괜찮아, 너무 애쓰지 않아도 돼. . . 나는 지금의 네가 참 좋다."는 말을 소리내어 해줬어요. 한동안 통곡의 눈물이 멈추질 않았어요. 아마도 저의 내면의 상처 치유가 그때부터 시작되었던 것 같아요.

p 234 울기 시작해야 마음에 숨겨두었던 자기 이야기를 비로소 조금씩 꺼낼 수 있게 되니까요.

어릴 때 존중받지 못한 내면의 또다른 자아가 있다는 걸 깨닫고 그 어린 자아를 돌보려 노력했어요. 딸과의 관계에서 인정 받지 못한 저의 어린 모습을 발견하고 남편과의 관계에서도 감정 무시 당했던 과거의 제가 보이더라구요. 제가 여자로, 엄마로, 아내로 정체성을 확립하는 데는 저의 엄마의 역할이 컸다고 생각해요. 대부분의 딸들은 엄마를 보며 미래의 롤모델을 학습한다고 하더라구요. 엄마와 대화를 많이 하는 딸이였다면 자라면서 가족, 친구, 혹은 선생님에게 받은 상처를 다 꺼내서 얘기하며 치유했을텐데. . . 저의 엄마는 저에게 엄하고 무서운 존재여서 말하지 못하고 아무일 없는 것 처럼 연기하며 살았던 것 같아요.

예쁘다, 공부 잘한다, 너의 모습 그대로 사랑한다 이런 말을 들어 보지 못해서 제 딸에게도 애정 표현이 자연스럽게 나오지 않는겁니다. 제가 후회하는 것 중 하나가 아이가 유년기때 정말 귀엽고 매 순간이 역사였는데 그걸 느끼지 못하고 키웠다는 거에요. 지나고 보니 정말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다'는 말이 무슨 뜻인지 알겠더라구요. 마음 치유를 하지 않으면 엄마와 저와의 관계처럼 저와 딸과의 관계도 그렇게 될 것 같아서 어떻게 해서든 달라지겠다 결심했었죠.

제 마음 치유하면서 남편에게 부탁을 했어요. 내가 이런 행동이나 말을 하면 내 마음속 어린 아이가 이런 반응을 바라고 있으니 그렇게 해달라구요. 어색하지만 전 좋은 사람, 좋은 엄마이자 아내이고 싶어서 할 수 있는 노력은 다 해봐야겠다 싶었어요. 남편과 제가 서로의 부모가 되어 남편의 마음속 아이에게 듣고 싶은 말을 해주고, 남편 역시 저의 마음속 아이에게 제가 듣고 싶은 말을 해주기도 했어요.

p 204 과거의 상처로부터 벗어나기, 내 마음의 문을 여는 것부터 시작하세요. 어두운 동굴 속에서 울고 있는 나를 이제 동굴 밖으로 데리고 나와야지요. 이젠 과거에 나에게 상처 주었던 모든 것을 용서하고, 용서하지 못했던 것들과 화해하고, '오늘'의 문을 열 차례입니다.

저의 장점, 남편에게 감사한 점, 딸에게 고마운 점들을 100가지씩 적으니까 가족에게 감사한 점이 이렇게 많았구나 하면서 눈물이 났어요. 그리고 미처 깨닫지 못한 저의 좋은 점들도 보이구요. 의도적으로라도 사랑한다는 말을 나에게 딸에게 남편에게 자꾸 하다보니 이제는 사랑한다는 말이 자연스러워요. 서로를 안는 것은 일상이 된지 오래고 딸이 눈뜨면 제일 먼저 하는 일이 저와 허그하는거에요. 딸은 감정 통장에 사랑의 스킨십을 저축하고 있고, 저는 마음속 아이에게 사랑의 스킨십을 주고 있습니다.

마음아, 넌 누구니?

나!? 너의 가장 좋은 친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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