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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의 손을 놓지 마라

꿈트리숲 2018. 10. 25. 07:13

엄마는 너의 손을 놓지 않을께

아이의 손을 놓지 마라/고든 뉴펠드,가보 마테/북라인

 

품안의 자식이라는 말이 있죠. 어릴 때는 엄마의 품을 절대 떠날 것 같지 않던 아이들이 초등학교만 들어가도 친구들과 놀기 좋아하고 부모 보다 친구들과 더 많이 대화하는 모습 익숙하시죠. 그런 모습을 보면서 부모들은 품안의 자식이라더니. . . 하는 말을 떠올리며 씁쓸하지만 아이 키우는 과정에서 당연히 찾아오는 시기라 생각합니다. 왜 당연할걸까 하고 한번도 의문을 던져보지 않았어요. 저도 주위에서 흔히 보는 일들이라 저 나이가 되면 다 그런건가봐 하고 별 대수롭지 않게 여겼어요.

그런데 말입니다. 저의 이런 생각에 경종을 울려주는 책을 만났어요. 바로 <아이의 손을 놓지 마라> 인데요. 이 책의 작가는 적어도 스무살 까지는 부모와의 애착을 형성해야 하는 시기이니 독립성과 사회성을 키워준다는 명목으로 너무 일찍 아이 손을 놓지 말라고 경고합니다.

육아서, 교육서를 읽으면 우리 아이에 견주어서 항상 생각하게 되는데요. 이 책의 내용을 모를 때는 제 딸이 아직 덜 성장했구나 싶었어요. 길거리 다니면서 엄마랑 손잡고 팔짱끼고 눈떠서 엄마랑 안고 뽀뽀하고 학교 갔다와서는 쫑알쫑알 대고, 자기 전에도 꼭 안고 뽀뽀하고. 주위에서 이런 중학생을 보질 못해서 우리 딸은 아직 사춘기가 오지 않았다 여겼어요. 친구 좋아하고 집에서는 과묵한 중학생을 둔 엄마들은 아직 우리 애가 어리다고, 친구들과 어울려야 할 시기인데. . . 너무 품안에 끼고 있다고 말씀하시는 분도 있었죠.

'아이 마다 성향이 다른거겠지' 하며 달리 할 말이 없었는데, 책을 보고서는 확실히 알게 되었어요. 엄마들이 믿고 있는 독립성과 사회성이 대부분 억지 독립과 가면 사회성이었다는 것을요. 친구들과 많은 시간을 보낸다고 무작정 잘 크고 있구나 여겨서는 안될 것 같아요.

이 책에서 계속 언급되는 단어는 바로 또래지향성입니다. 아이에게 또래를 지향하라고 가르칠 것이 아니라 아이들이 과도한 또래지향이 되지 않도록 부모의 세심한 관찰과 관심이 필요하더라구요.

p 5 또래지향성이란 또래 집단이 부모를 대신해 아이에게 주된 영향을 끼침으로써 부정적인 결과를 양산하는, 현대 사회의 한 특성을 말한다.

p 19 또래지향성은 부모의 양육 본능을 죽이고, 천부적인 권위를 갉아먹으며, '전문가'의 조언이라는 매뉴얼에 따라 가슴이 아닌 머리로 부모 노릇을 하게 만들었다.

또래지향을 우리는 사회성, 독립성을 키운다는 점에서 관대하게 바라보는 경향이 있어요. '언제까지 품안에 끼고 있어요? 놔줘야죠' 하는데 작가는 독립이란 부모의 역할을 다했을 때, 아이가 혼자 설 수 있을 때여야 한다고 말합니다. 또래 집단의 미성숙한 기대에 맞추는 것이 독립적이고 자존감 있는 어른으로 성장하는 길은 아니라구요.

또래지향은 왜 생길까요? 어릴 때 혹은 자라면서 부모와의 애착 형성이 제대로 되지 않아 생긴다고 합니다. 아이들이 무엇보다 두려워하는 것은 길을 잃는 것이래요. 지향할 대상이 없는 상태를 인간의 뇌는 결코 견디지 못한다는 군요. 지향성 결핍이라고 부르는 애착 허기를 아이는 또래에서 찾게 된다고 합니다.

현대 사회는 경제적 변화와 사회 구조적 변화 등으로 인해 애착 결핍이 늘어납니다. 그것에 발맞춰 아이들의 이상 행동들도 많아지죠. 그건 아이들이 점점 더 거칠어져서 그런 것이 아니라 그만큼 애착 결핍이 늘어나고 있다는 증거이고 그래서 또래지향성이 더 커지고 있다는 뜻입니다.

p 150 애착은 성숙의 자궁이다. 생리적 자궁이 신체적 의미의 분리된 존재를 낳듯이, 애착은 정신적 의미의 분리된 존재를 낳는다. (중략) 독립적인 존재가 되기 위해서는 아동기 전체의 시간이 필요한데, 우리 시대에는 그 시간이 적어도 10대 후반, 어쩌면 그 이후까지도 늘어난다.

사회성과 독립성을 핑계로 일찍부터 또래지향으로 내몰지 말고 어떻게든 아이의 손을 잡고 있어야 하는 이유입니다. 성숙된 인간을 사회에 내놓아야 하는 건 부모의 권리이자 책임인 것 같아요. 부모는 아이를 성장시키는 것만 해서는 그 역할을 다했다 여기면 안돼요. 성숙까지도 부모가 절대 놓치지 말아야 할 의무인거지요. 부모는 아이의 성장과 성숙,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아야만 합니다.

그렇다면 아이를 다시 품안으로 불러들일 수 있는 방법은 뭘까요?

아이의 얼굴 또는 아이의 공간을 따뜻하게 바라보기, 아이가 붙잡을 수 있는 무언가를 주기(아이의 존재 자체에 대한 기쁨을 표현하는 것), 아낌없이 도움 주는 것으로 우리를 믿고 의지할 수 있게 하기, 그리고 아이의 나침반이 되기 등입니다.

이 책을 읽고 보니 저의 딸이 다행히도 저와 애착 형성이 잘 되고 있는 것 같아요. 저는 아직도 애착을 쌓고 있다 생각합니다. 또래와 있을 때는 영락없는 10대로, 가족과 있을 때는 더할 나위 없는 귀염둥이 딸로 잘 지내는 아이를 보고 있자니 더더욱 손을 놓으면 안되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부모는 특히 엄마는 아이의 성장과 성숙을 책임지는 자궁을 모두 가진 존재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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