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움/인문학

아이네이스 - 4

꿈트리숲 2018. 11. 21. 09:34

과거는 히스토리, 미래는 미스테리, 현재는 선물

 

아이네이스를 얘기할 때 빠지지 않는 것이 호메로스의 일리아스와 오디세이아 인데요. 그리스 작가인 호메로스가 트로이 전쟁을 바탕으로 쓴 서사시에요. 일리아스는 일리움의 노래라는 뜻입니다. 일리움은 트로이를 일컫는 또다른 명칭이지요. 오디세이아는 오디세우스의 노래라는 뜻이에요. 일리아스는 아킬레우스와 헥토르의 결전까지 내용을 담고 있구요. 오디세이아는 트로이 전쟁 후 고향으로 돌아가는 오디세우스의 방랑기입니다.

일리아스와 오디세이아의 내용이 아이네이스와 많이 흡사해요. 아이네이스 1권부터 6권까지는 오디세이아와, 7권부터 12권까지는 일리아스와 비슷합니다. 호메로스와 베르길리우스는 살았던 시대도 나라도 다른데 어떻게 이런 일이? 요즘으로 치면 표절인가. . . 싶은데요. 베르길리우스가 살던 때에는 호메로스의 일리아스와 오디세이아를 교과서로 썼다고 하네요. 아마도 그 책에 심취했던 베르길리우스가 영감을 받아 아이네이스를 만들지 않았을까 추측해봅니다. 이제 아이네이스 마지막 이야기 시작합니다.

6권 - 저승으로 가서 아버지를 만나다

그토록 염원하던 땅, 이탈리아에 드디어 도착합니다. 지금의 나폴리 근처의 쿠마이 시에서 예언녀 시뷜라의 도움으로 아이네아스는 저승으로 가요. 죽은 아버지를 만나기 위해서죠. 5권 말미에서 아이네아스 아버지가 꿈에 나타나 모험을 떠나라는 말과 함께 저승으로 자기를 찾아 오라고 했었어요. 저승에서 만난 아버지는 앞으로 펼쳐질 로마의 위대한 역사와 인물들을 보여줍니다. 아들에게 '너는 저런 위대한 인물들이 탄생하는 나라를 건설할 것이다'고 희망과 용기를 듬뿍 주는 것이겠지요.

또 이런 말을 했어요. "로마인이여, 너는 명심하라. 권위로써 여러 민족들을 다스리고, 평화를 관습화하고, 패배한 자들에게는 관대하고, 교만한 자들은 전쟁으로 분쇄하도록 하라." 로마가 다른 민족을 정복할 때 흔히 우리가 생각하는 식민지로 만들어버리는 것이 아니라 이민족을 로마 시민으로 받아들입니다. 출신지, 종교등을 떠나서 흡수 통합하는거죠. 아이네아스 아버지의 유지를 받들었던걸까요. 그 말 덕분에 짧게는 아우구스투스 황제부터 동로마제국까지 1500년을 이어올 수 있었고, 기원전 753년 로물루스에 의해 창건된 얘기부터 시작한다면 길게는 2000년이 넘는 역사를 가지게 됩니다.

로마의 역사를 통해서 알 수 있는 것은 다양성을 인정하고 존중하는 사회에서는 문화가 꽃 피고 국가의 생명도 길어진다는 겁니다. 단일민족의 가치를 높이 사는 우리로서는 어쩌면 쉽게 받아들이기 힘든 부분일 수도 있어요. 다름을 인정하고 다양성을 적극 수용하는 태도가 국가의 존립과 문화의 흥망성쇠에 핵심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7권 - 예언의 땅 라티움

7권에서는 라티움 지방을 통치하고 있던 라티누스왕과 그의 딸 라비니아, 그리고 라비니아의 약혼자이고 싶어하는 투르누스가 나옵니다. 라비니아는 신들이 새로운 땅에서 새로운 아내를 맞게될 거라고 예언했던 그 여인이에요. 아이네아스 등장으로 존재의 위기를 느낀 투르누스와 여전사 카밀라를 비롯한 토착 부족들이 전쟁을 하게 됩니다. 전쟁 얘기가 대부분이어서 가볍게 넘어가요.

8권 - 아이네아스가 로마에 가다

아이네아스는 장차 로마가 서게 될 곳에 작은 도시를 세우고 있던 에우안데르에게 원정 요정하러 갑니다. 에우안데르는 그의 아들 팔라스를 아이네아스에게 부탁하며 전쟁에 출전시키죠. 한편 아이네아스의 엄마인 아프로디테는 남편이었던 불카누스를 찾아가요. 불카누스는 그리스 신화에 헤파이스토스로 나오는 대장장이 신인데요. 아프로디테의 부탁을 받고 아이네아스를 위한 방패를 만들어줍니다. 이 방패에 아우구스투스를 비롯한 로마의 위대한 인물과 미래가 새겨져 있어요. 또 한번 찬란한 로마를 예언합니다.

9권 - 니수스와 에우뤼알루스

니수스와 에우뤼알루스는 5권에서 장례식 경기를 치를 때 잠깐 등장했었는데요. 아이네아스가 동맹군을 찾아 자리를 비운 사이 적장 투르누스가 트로이 진영을 포위합니다. 젊은 혈기인 두 청년이 아이네아스에게 이 사실을 전하려 자진해서 나섭니다. 야밤에 기습으로 적진을 돌파하려했으나 전사하고 말아요. 술과 잠에 빠져든 적들을 제거하는 거에만 집중하다보니 적진 한가운데 있다는 것을 망각했던거에요. 그들의 기백만큼이나 지혜가 높았더라면. . . 하는 아쉬움이 남는 대목이었지요.

10권 - 동맹군과 돌아온 아이네아스

땅에서 계속 전쟁이 일어나고 있으니 제우스가 신들을 소집하여 회의를 합니다. 진짜 전쟁을 해야할 때가 따로 있는데, 신들이 자꾸 인간들을 부추겨 싸움을 하게 만든다고 나무라죠. 8권에서 에우안데르가 아이네아스에게 부탁한 아들 팔라스가 있었죠. 팔라스가 전투에서 투르누스에 패해 전사합니다. 투르누스는 전리품으로 팔라스의 칼띠를 챙기게 되죠. 자신의 승리가 영원할거라 믿으면서요.

인간의 마음은 운명과 다가올 미래사를 알지 못하기에 행운이 떠받쳐주면 절제할 줄 모르는 법이다. 투르누스가 기고만장하는 모습 설명에 이어 위 문장이 기술되어 있어요. 한치 앞도 내다볼 줄 모르는 인간을 비웃기도 하고 안타까워 하는 베르길리우스의 한탄 같아요.

11권 - 여전사 카밀라

팔라스의 장례식이 거행되고 서서히 결전의 기운이 감돕니다. 투르누스와 동맹을 맺은 볼스키족을 이끌고 여전사 카밀라가 전장에 뛰어들어요. 하지만 여전사 카밀라도 전사합니다. 11권 역시 전쟁 얘기 한가득이어서 가볍게 패스할께요.

12권 - 운명의 결투

굴러온 돌이라 할 수 있는 아이네아스, 박힌 돌인 투르누스의 일대일 결전이 시작됩니다. 아이네아스는 승기를 잡고 투르누스의 목숨만은 살려주려고 잠시 망설여요. 그런데 투르누스가 하고 있는 전리품, 팔라스의 칼띠를 보는 순간 분노가 일어 투르누스의 목숨을 거둡니다.

이로써 아이네이스의 12권까지 대강의 줄거리는 끝났어요. 아우구스투스 황제가 나오기까지의 얘기가 쭉 이어졌다면 좀 더 흥미로웠을텐데, 미완성작이어서 좀 아쉽네요. 그래도 12권까지의 내용만으로도 작가의 소기의 목적은 충분히 달성하지 않았을까 싶어요.

베르길리우스가 얘기하는 듯 합니다. '황제여 당신은 신의 혈통을 이어 받은 사람이요. 또 로마는 아이네아스가 신의 뜻을 받들어 온갖 고난과 역경을 극복하고 세운 나라입니다. 그러니 부디 로마를 번성시키고 신의 후손답게 그대도 하늘의 별이 되시오.' 하고 말이죠.

진형준 교수의 아이네이스에서 진형준 교수는 불확실한 미래를 향해 확신을 가지고 전진하는 것, 이것이 바로 로마가 세계 제국을 건설한 원동력이라고 말합니다. 아이네이스를 관통하고 있는 정신, 우리가 고전을 읽고 배울 수 있는 것 중 하나도 그 정신이 아닌가 생각해요. 불확실한 내일을 향해 선물 같은 오늘에 감사하며 나를 믿고 나아가는 것, 아이네이스를 통해 배웁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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