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움/책

방구석 미술관

꿈트리숲 2018. 11. 30. 07:18

내 방이 미술관

방구석 미술관/조원재/블랙피쉬

팟캐스트와 비슷한 오디오 클립을 즐겨 듣는데요. 어느날 방구석 미술관이라는 오디오 클립을 발견했어요. 어? 미술에 관한 얘기가 나오겠다 싶어 듣다 보니 책으로도 나왔다고 하더라구요. 냉큼 서점으로 갔습니다. 단숨에 읽어버렸네요. 미술 얘기는 언제 들어도 재밌습니다. 그림만으로는 뭔가 2% 부족한 느낌이 드는데, 화가의 삶과 시대를 알고 나면 그림은 저와 친해져요.

이전에도 한번 얘기했던 적이 있는데요. 저의 중학교 미술 선생님이 수업 시간마다 그림들을 보여 주면서 화가 얘기들, 그림 얘기들을 많이 해주셨어요. 그 영향으로 저도 그림 도록들을 사다 놓고 아이 어릴 때 한 장 한 장 넘기며 알아 듣는지 못 알아 듣는지 개의치 않고 막 설명을 해줬어요. 그때 든 생각은 이런 얘기들이 그림과 함께 책으로 나오면 좋겠다 싶었는데, 그런 책을 만났네요.

이름하여 <방구석 미술관>. 미술관 가지 않고도 내 방안에서 도슨트가 그림을 걸어놓고 나에게 설명을 해주는 것 같은 착각을 하게 하는 책입니다. 물론 책에서 소개하는 그림들을 진품으로 다 볼 수 있으면야 세상 부러울 것이 없겠죠. 하지만 그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이고요. 대신 모작으로라도 방에 걸어 놓고 오늘은 피카소, 내일은 고흐. . .  거실은 클림트, 안방은 샤갈. . . 이러면서 집 안에서 미술 여행을 해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도슨트는 제가 <방구석 미술관> 책을 보고 하면 되니까. 남편과 딸에게 미술방 투어 해주고 싶은 충동이 생깁니다.

모작은 방에서 보는 묘미가 있을 듯 싶지만 진품은 정말 그 미술관 가서 보고 싶은 소망이 있어요. 십여년 전에 프랑스에서 박물관과 미술관 투어를 했었어요. 책에서만 보던 그림과 작품들을 실물로 보니 얼마나 가슴이 뛰던지요. 같은 공간에서 그들과 호흡하고 있다 생각하니 두근거림은 기쁨의 눈물이 되더라구요. 내 아이와 함께하는 미술관 여행을 그때 제 버킷리스트에 담았습니다. 언젠가 그날을 위해 엄마가 조곤조곤 들려줄 화가들의 뒷 얘기와 그림 에피소드들을 많이 챙겨둬야겠어요.

미술에 관한 지식을 채워둘 요량으로 저는 예전에 서양미술사라는 책을 봤었어요. 엄청 두꺼운 책이었는데 완독은 실패했지요. 제가 미술을 즐기는 것이 아니라 공부로 접근했던 것 같아요.

미술이라는 친구, 어떻게 만나야 친해질 수 있을까요? 우리는 처음 미술을 접할 때, 보통 '공부'를 하기 십상입니다. 서양미술'사(史)'라는 역사로 접근하거나, 미'학(學)'이라는 학문으로 접근하는 경우가 많죠. (중략) 보통 몇 페이지 읽다 '미술은 공부'라는 오해만 품고 영영 멀어지는 경우를 많이 보았습니다.

제가 그랬어요. 미술을 지식으로 생각하고 저의 지적 허영을 채울려고 하지 않았나 반성하네요. 뭐가 좋은지 모르고 남들이 좋다고 하니까 좋은 척을 했었나 싶기도 하구요. 그런데 분명 예전 파리에서 제가 그림을 보고 가슴뛰고 눈물까지 났던 건 지식도 지적 허영도 아닌 단지 그림을 가슴으로 만났기 때문이라 생각해요.

그때의 감성을 살려서 작가의 생애와 화가로서의 삶을 이해하고 보니 그림이 달리 보여요. 그림은 저에게 와서 타시 태어난 겁니다. 책 저자도 그림을 머리가 아닌 가슴으로 느끼라고 조언합니다. 미술을 사랑해서 본인의 전공인 경영학은 뒤로 하고 독일 워킹홀리데이를 떠났대요. 돈을 벌어 미술관 순례하려구요. 꺄~~악! 대단한 발상이네요. 저자의 열정과 남다른 도전에 박수를 보냅니다. 미술에 대한 오해와 허례허식을 벗겨 모두가 미술을 즐길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팟캐스트도 하고 책도 쓰셨대요. 덕분에 저는 미주알 고주알 떠들 수 있는 미술 얘깃거리가 생겨서 얼마나 좋은지 몰라요.

책 속에 나오는 미술 거장들은 우리와 별반 다를 바 없는 사람들이에요. 그런데 뭐가 달라서 거장의 반열에 오른걸까요? 그들은 배움을 마다하지 않았어요. 현실에 바탕을 두지만 새로운 뭔가를 끊임없이 시도해본 사람들이더라구요. 물론 새로운 시도에 비판과 좌절은 세트로 따라오긴 합니다. 그런 갈등을 견디지 못하고 다른 세상으로 뛰어넘기를 포기한 사람들은 그 시대에만 갇혀있는 화가들이 되었겠죠.

p 216 대다수가 반대하고 멸시하는 상황 속에서 자신이 믿는 바를 당당하고 일관되게 추구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끝 모를 고통과 고독의 시간을 온전히 견뎌내야 하기 때문이죠.

우리가 기억하는 거장들은 무시와 무명의 시간을 버텨내면서도 다름을 추구했던 사람들입니다. 새로운 길을 만들어 낸 그들은 어디에도 갇혀있지 않은 진정 자유 그 자체가 아닐까 싶어요. 그들의 배움은 지혜로 공유되어 다음 세상의 후손들에게 재미와 즐거움, 그리고 또다른 배움과 창조를 선물해주고 있어요. 지나고 나서 결과야 좋은 걸 알겠지만 그 과정이 어떻게 가능해요? 물으신다면 샤갈의 말로 답을 대신합니다.

"삶에서처럼 예술에서도 사랑에 뿌리를 두면 모든 일이 가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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