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움/강의

시민서재 - 박웅현

꿈트리숲 2018. 12. 6. 09:27

기억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감동받는 것이다

저에게 인문학 스승이 있다면 이지성 작가와 박웅현 작가가 아닐까 싶어요. 이지성 작가의 <리딩으로 리드하라> 덕분에 인문학에 눈을 뜨고 박웅현 작가의 <책은 도끼다>와 <여덟 단어>로 인문학에 발을 담그기 시작했지요. 그 이후에도 인문학의 많은 스승을 만났지만 처음은 강렬하기에 잊을 수가 없네요.

2018년은 저의 버킷리스트에 담아둔 꿈 리스트들을 한줄씩 지워가는 재미가 쏠쏠해요. 만나고 싶은 저자들을 많이 만나게 되어서 가능했습니다. 그분들은 저를 꿈에서라도 본 적 없어 멋쩍어 하며 사인하고 같이 사진 찍어 주시지만 전 얼마나 떨리는 마음으로 꿈을 이룬 날을 기록하는지 몰라요. 암튼 이번에도 꿈리스트 한 줄 또 클리어했습니다.

용인 시민서재를 통해서 박웅현 작가를 만났습니다. 시민서재는 총 4회에 걸쳐서 진행되었는데요. 앞선 두분(정재승, 김영하 작가)은 만나지를 못해 참 안타깝습니다. 하지만 기회는 또 다시 찾아오리라 믿어요. 최진기 작가는 지난번 제가 강의 후기 올린 글이 있습니다. 그 글은 아래 참고해주셔요.~~

2018/11/29 - [Book Tree/북스타트] - 최진기의 경제상식

길치인 저는 네비가 있어도 엉뚱한 곳으로 잘 가는 사람이에요. 그래서 길이 아닌 곳을 발견해내는 놀라운 능력을 소유하고 있지요. 그런 제가 이제 용인을 찾아가는 건 식은 죽 먹기. . . 는 아니고요. 네비와 협업해서 엉뚱한 길로 빠지지 않고 잘 찾아갈 정도가 되었네요. 길찾기 능력 +1 획득 했습니다.^^

강의 제목은 "여전히 책은 도끼다" 입니다. 작가님은 나이 먹으면서 인생을 돌이켜 보니 <책은 도끼다>가 맞는 말이었다 싶고 시간이 흘러도 여전히 책은 도끼다라고 생각하신답니다. 이번 강의는 책 보다는 도끼에 방점을 찍고 '울림'을 많이 언급하셨어요. 울림! 감동이라도고 할 수 있는 그 순간은 소름, 전율, 다리에 힘이 탁 풀리는 상태 혹은 눈물 등으로 몸의 변화를 일으키죠. 일상에서 우리가 겪는 모든 것에 울림이 있을 순 없지만 감동을 많이 하는 사람이 건강한 사람이고 잘 사는 삶이라는 말씀에 고개가 끄덕여집니다.

그간 숱하게 만든 광고들 중 주로 실패작들-on air 되지 못한-을 소개해 주시면서 노래와 그림, 영상을 보여주셨어요. 소개해주신 노래들은 작가님께 큰 울림으로 다가왔던 것들이라고 하셨는데요. 같이 듣던 청중들도 눈물을 훔치는 분들이 계셨어요. 메마른 겨울 들판 같던 저도 울림판이 동했는지 감동의 눈물이 나더라구요. 핑크 마티니의 splender in the grass, 스메타나의 나의 조국 중 몰다우, 비발디의 사계, 바하의 무반주 첼로곡, 베토벤의 월광 등 많은 노래를 강의 참석하신 분들과 함께 들었어요.

제 마음의 빗장을 풀어헤친 건 핑크 마티니의 노래였는데요. 노래 중후반부에 차이코프스키의 피아노 협주곡이 나와요. 그 부분에서 저의 눈물둑이 터져버렸네요. 그러고 보면 전 냉혈한 사람이 아니었어요. 영화 보면 울지 않는다고 가족들은 어쩜 그리 감정이 메말랐냐고 타박을 했거든요. 저와 가족의 감동 코드가 달랐던 겁니다. 전 음악을 듣고 혹은 그림을 보고 감동하는 느낌 좀 아는 사람임을 이제 알았어요.

늙어가는 것이 좋다고 말하는 박웅현 작가님은 나이들어가는 걸 기필코 좋아해야 한다고 하셨어요. 20대 만큼의 체력이 없다고 30대때 가졌던 열정이 식었다고 늙음을 두려워 하거나 피하려 하지 말라고요. 어쩌다 어른이 되고, 어느날 문득 중년이 된 자신의 외모를 보고 화들짝 놀라지 않도록 미리 준비를 해야겠어요. 꼭대기에서 갑자기 추락하면 괴로움과 두려움이 만만찮아요.

천천히 내려오는 연습, 조금씩 내려놓는 연습을 일상에서 감동 받는 것으로 훈련하면 어떨까 싶어요. 나이들어도 여전히 화나고 상처 받는 일이 없진 않지만 횟수가 적어지고 강도와 빈도가 잦아들기에 지치지만 말고 꾸준히 하면 될 듯 합니다. 작가님은 죽기 전까지 조금씩 조금씩 계속 좋아지는 것을 목표로 하라고 하셨어요. 조금씩 자주 계속해서 나를, 그리고 내 삶을 사랑하는 연습을 해야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어요. 조금씩 조금씩 계속 좋아지는 나를 위해.

감동을 많이 받고 잘 받는 사람은 계속해서 능력자로 살 수가 있다는군요. 세상에 좋은 것은 진짜 많아요. 다만 우리가 모를 뿐이고 그 좋은 것을 볼 만한 마음의 눈이 없어서 그럴거에요. 마음의 눈을 키우는 훈련이 바로 인문학입니다. 인문학을 하면 밥이 나오냐 쌀이 나오냐 묻게 되죠? 박웅현 작가님은 인문학이 돈이 될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고 하시더라구요. 사람마다 직업군마다 다르다네요. 한 가지 확실한 건 인문학을 하면 분명 밥 맛이 좋아진다고 합니다. 일상에서 감동 받을 일이 많아지면 정신이 풍요로워지고 여유가 생기게 되죠. 살 맛이 나면 당연히 밥맛이 좋아지는 건 정해진 수순입니다.

젊을 땐 이성의 사랑만 추구했다면 이제는 나와 내 삶을 살갑게 봐주고 어루만져 줘야 할 때가 왔어요. 사소한 변화에도 감탄하고 감동하면 이 세상은 큰 울림으로 보답할거라 믿어요. 나와 내 시간을 기억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감동 받는 것이다는 말씀 두고두고 잊혀지지 않을 것 같아요. 시간의 시련을 이겨내는 클래식이 노래나 그림만 있는 것이 아니고 사람도 클래식이 될 수 있음을 알게 해준 박웅현 작가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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