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움/강의

김영하 작가 강의 후기

꿈트리숲 2018. 12. 31. 08:18

2018 마지막 강의

올 한해 많은 작가들의 강의를 직접 혹은 영상으로 들었어요. 제가 들었던 강의 강사님들은 대부분 자기계발 책을 출판했던 작가들이거나 인문학, 철학 교수님들이었는데요. 한번도 시인이나 소설가 강의를 들었던 적은 없었어요. 그래서 2018년 마지막 강의는 소설가 김영하 작가의 강의 후기를 씁니다.

지난 금요일 날씨가 많이 차가운데도 강연장에는 많은 분들이 일찍부터 오셨어요. TV를 보지 않아서 김영하 작가가 얼마나 큰 활약을 했는지는 몰라요. 그런데 옆에서 수군수군하는 얘기를 들어보니 소설 얘기며, 알쓸신잡 얘기며 계속 이어지더라구요. 청중이 왜 이렇게 많은지 납득이 되는 순간입니다.

작가의 작품얘기나 글을 쓰는 것에 대한 강의일 줄 알았더니 강의 제목은 "나는 왜 창의적이지 않을까"입니다. 제목만 놓고 보자면 이미 나는 창의적이지 않다는 전제를 깔고 갑니다. 강의에 오신 분들을 보면 대부분 아이를 키우는 학부모이다 보니 자녀를 좀 더 창의적으로 키우는 것에 관심이 많으신 분들이에요. 어떻게 하면 내 아이를 좀 더 잘 키울까 보다 오늘 강의로 창의적이지 않은 나부터 창의적으로 한번 바꿔볼려고 저는 마음을 먹었어요.

김영하 작가는 창의성은 과연 좋기만 할까?라는 물음을 던지셨어요. 인류는 수천년 동안 타인을 살피고 타인의 모습을 따라하며 진화해왔다며, 창의적으로 행동한 개인은 오늘날까지 살아남기 힘들었다는 거에요. 수렵채집 시대, 농경시대를 거치며 남들과 협동하고 남들과 비슷하게 사는 것이 가장 현명한 방법이었다는거죠. 그러므로 창의성이 없다는 것은 진화의 산물이라는 겁니다. 오~ 일리있는 말씀이에요.

현대 우리가 사는 사회에도 대부분의 직업은 창의성 보다는 성실, 윤리의식, 공감능력이 필요한 직업이 대부분이라고 합니다. 누군가를 가르치는 직업, 매일 같은 자리에서 같은 업무를 정확하게 해야하는 직업, 각종 서비스업등 오히려 창의적이면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많은 일들이 대부분이에요. 그럼에도 왜 이렇게 창의성을 강조할까요?

창의성이 발현되는 소수의 직업들에서 만들어내는 제품들로 세상이 급변하고 또 그들은 엄청 많은 부를 얻게 되니까 창의성은 좋은 것이다 여기는 듯 합니다. 보통의 사람들은 매일의 생활에서 매번 창의적이면 뇌가 힘들어 해서 정상적인 활동을 할 수가 없을거라고 합니다. 그렇지만 살다보면 창의성의 스위치를 켜야 할 때가 온다고 해요. 전자제품처럼 스위치 켜면 작동하고 끄면 멈추고 그러면 얼마나 좋겠어요. 인간이 발휘하는 창의성은 연습없이는 불현듯 창의적이 되기는 쉽지 않아요. 연습이 필요해요.

김영하 작가가 제시하는 창의성 연습 방법은 이렇습니다. 첫번째 관계가 먼 단어 떠올리기인데요. 짜장 하면 짬뽕, 학교하면 학생 이런 연관성 있는 단어를 말하는게 아니라 짜장하면 신발을 말한다던지 학교하면 쇼핑처럼 전혀 상관없는 단어를 떠올리는 겁니다. 강연장에서 실제로 여러분들에게 마이크를 들이대며 연습을 해봤는데요. 이게 생각보다 쉽지 않더라구요. 어떤 단어가 제시되면 우리 뇌는 같은 단어부터 찾기 바쁘대요. 그러니 평소 게임처럼 연습해두면 뇌가 말랑말랑 해져서 창의적 아이디어가 나올 확률이 높아진다 합니다.

창의성 연습 두번째는 내 생에 절대 일어날 것 같지 않은 일의 리스트 만들기 입니다. 작가님의 경우에는 절대로 소설로 쓸 것 같지 않은 이야기 리스트를 작성하셨대요. 그 중 하나가 연쇄살인범이 치매에 걸린 이야기였는데, 살인자의 기억법으로 책이 나왔죠. 또 하나 내가 절대 여행하지 않을 여행지 리스트 만들어보기도 예를 들어주셨는데요. 실제 작가님 아는 분은 그렇게 적다가 남극을 여행하게 되었다고 하더라구요. 살면서 이런 시도들은 한번도 해보지 않았어요. 창의성의 스위치를 꺼놓고, 심지어 그 스위치가 있는지도 모르고 살았던 저는 창의성과 거리가 멀었어요.

창의성은 안전하지는 않지만 유쾌하다는 작가님 말씀이 마음에 남아요. 창작, 예술등은 보통사람들에게 부족한 창의성을 안전하게 보완한다는 얘기는 고마움까지 느끼게 해줍니다. 우리는 소설 작품을 통해 혹은 그림이나 음악을 통해 미리 창의성을 연습합니다. 평소에 창의성을 끄고 살아도 예기치 못한 일에 대비하는 것은 창의적 작품을 통해 상상하고 시뮬레이션 해보는 것으로도 가능합니다. 아이들은 고아 얘기, 공포 얘기 등의 책을 읽으면서 자신의 마음속의 어두운 면을 다스린다고 합니다. 이야기를 통해 나와 상황이 다른 사람을 이해하는 능력이 생기는거죠. 이것이 이야기가 주는 창의성이에요.

더 많은 이야기를 통해 더 많은 사람을 이해할수록 더 많은 해결 방법이 내 머리에 장착되게 됩니다. 이야기가 가진 마법은 우리가 타인이 됨을 느끼게 해주는 거라고 하는군요. 타인을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이 많아지면 그 사회는 건강하고 유쾌한 사회가 되는 건 당연한 일이겠죠. 실패에 대한 처벌, 성공에 대한 보상도 주어지지 않는 편안하고 여유있는 상황에서 즐기는 아이들이 더 창의적이 됩니다. 모두가 창의적일 필요는 없지만 창의성은 삶을 즐겁게 만들 수 있어요. 창의성의 스위치를 켜야할 때 반짝반짝 빛날 수 있도록 타인의 이야기로 타인이 되어보는 연습, 내년에는 많이 해볼께요.

올 한해 꿈트리 꿈틀꿈틀 블로그 방문해주신 많은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2019년도에도 더 풍성한 이야기로 더 많이 꿈틀꿈틀 할께요.~~ 건강하시고 행복하시기를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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