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자본주의

꿈트리숲 2018. 12. 12. 08:58

자본주의의 숙명

자본주의/EBS<자본주의>제작팀/가나출판사

몇 년 전에 EBS 다큐멘터리 '자본주의'를 보고 적잖이 충격을 받았어요. 세상이 내가 알고 있는 것과 전혀 다르다는 것을 알았거든요. 돈의 본질이 무엇인지, 은행이 하는 일, 그리고 많은 문제를 낳고 있다는 자본주의에 대해서 비로소 눈을 뜨게 된 느낌이었어요.

이전에 알던 세상은 교과서 세상이었던거에요. 자본주의는 모든 사람이 노력한 만큼 돈을 벌 수 있고, 은행은 고객의 돈을 잘 불려서 이자를 붙여주고요. 그리고 무엇보다 돈은 우리를 행복하게 해주는 것이지만 그것을 너무 밝혀서는 안된다는 불문율 같은게 있기도 했죠. 교과서에서 그리는 세상은 모두가 행복한 세상이었습니다. 그런데 어른이 움직이는 세계에 입문해보니 세상은 교과서처럼 돌아가지 않더라구요.

모두가 행복해야 할 세상은 대부분이 고통받고 불행한 세상이었고, 점점 더 삶이 팍팍해진다고들 입을 모아 얘기했어요. 미디어와 거대 언론을 철저히 믿었던 저는 그것이 다 개인의 잘못이라 여겼죠. 우리가 게을러서 혹은 무지해서, 노력을 안해서 그렇다 믿었습니다. 그렇다고 노력을 하면 뭔가 달라져야 하는데, 세상은 점점 더 어려워져요. 그래서 자본주의 다큐가 만들어지게 되었고, 오늘 소개해드릴 <자본주의> 책도 탄생하게 된 것이 아닐까 싶어요.

p 5 '과연 왜 그럴까?' 세상의 모든 사람들이 안정과 행복을 원하는데, 왜 정작 세상은 우울하고 피곤한 방향으로만 흘러가는 것일까? 이것이 바로 당신이 '자본주의의 진실'을 알아야 할 첫 번째 이유이다.

p 6 '전 세계의 1%가 99%의 부를 장악하고 있으며, 나머지 99%는 가난과 고통 속에서 삶의 희망을 잃어버리고 있다!' '가난한 사람은 더욱 가난해지고 있으며 부자들은 더욱 부자가 되고 있다!'

<자본주의> 다큐 제작진은 돈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단순한 질문을 해소하기 위해 10년간 천여 권의 경제학 서적을 섭렵했대요. 그럼에도 의문을 다 해소하진 못했지만 모두가 함께 고민해봐야 할 문제라 확신했던 것 같아요. 자본주의의 비밀과 돈에 관한 진실을 속속들이 알고나면 배신감도 들지만 진실을 알았으니 바꾸고 고칠 가능성도 분명 있을거에요.

우리 일상생활에 돈의 가장 큰 영향을 받는 건 무엇일까요? 물가! 장바구니 물가가 아닐까 싶은데요. 물가는 계속해서 오릅니다. 물가가 오르는 비밀은 돈의 양이 계속해서 많아지기 때문이에요. 돈의 양이 많아지면 돈의 가치가 하락하고 결과적으로 물가가 오르게 됩니다.

저 어릴 때 짜장면 한 그릇에 500원 했던 때가 있었어요. 그때는 500원이 짜장면 한 그릇의 값어치를 했던거죠. 지금 500원으로는 짜장면을 절대 사먹을 수가 없어요. 4000원은 줘야 짜장면을 먹을 수가 있습니다. 짜장면 한 그릇이 500원에서 4000원으로 물가 즉 물건 값이 오른거에요. 그만큼 돈의 가치가 떨어진거죠. 500원으로 살 수 있는 물건이 거의 없어지는 겁니다. 그 말은 즉 세상에 돈의 양이 엄청 늘어났다는 뜻이에요.

우리 눈에 실물 화폐가 거리 간판 만큼이나 곳곳에 널려있는 것이 보인다면 돈의 양이 많아졌구나 느낄텐데요. 세상에 유통되고 있는 돈의 90%는 컴퓨터에 있는 돈, 통장에 찍힌 숫자에요. 나머지 10%만 실물로 거래되고 있어요. 그래서 한국은행이 돈을 찍어낸다, 금리를 낮춘다 하는 기사들이 제 피부로 와닿지 않습니다.

고객의 자산을 잘 불려줄 것이라 믿는 은행의 본질은 무엇일까요? 바로 없던 돈을 만들어내는 일이라고 합니다. 부끄러운 고백이지만 저도 한때 은행 직원이었어요. 돈의 본질이 뭔지, 은행의 본연의 역할이 뭔지 단 한번도 고민해보거나 공부해본 적이 없어요.

은행은 돈이 계속 돌아야 살아 남을 수 있는 곳입니다. 은행이 제일 꺼리는 일은 모든 사람들이 한날 한시에 예금을 인출하러 오거나, 아니면 모든 사람들이 대출을 갚고 더이상 돈을 빌리지 않는 경우입니다. 은행의 본질이 고객의 돈을 모두 보관하고 있지 않다는 것이고 또 없는 돈을 계속 만들어내야 생존할 수 있다는 것이기 때문이죠.

지급준비율이라는 비율 만큼의 돈만 은행에 남겨 두고 대출로 활용하기에 한날 동시에 인출 사태가 생긴다면 은행은 파산합니다. 그리고 대출을 내주고 받은 이자로 존속해 가는 회사이기 때문에 대출은 은행을 계속 먹여살릴 핵심인거에요. 대출이 없으면 은행은 쓰러집니다. 은행은 세상에 돈이 많이 돌기를 즉 대출을 많이 하기를 바랍니다. 없는 돈이 계속 만들어지고 창조되어야 존속하는 시스템이기 때문인데요. 이런 이유로 우리 사회가 빚 권하는 사회가 된 거에요.

p 61 돈이 돈을 낳고, 그 돈이 또다시 돈을 낳으면서 자본주의 경제는 인플레이션으로의 정해진 길을 걷고, 그것이 최고점에 이르렀을 때 다시 디플레이션이라는 절망을 만나게 된다. 이것은 자본주의가 가지고 있는 부인할 수 없는 '숙명'이다.

자본주의의 숙명을 이제는 숨기지 말고 알려주면 좋겠어요. 학교에서도 가르쳐주고요. 정보가 투명하게 공개되어야 올바른 해법을 만들어낼 수 있지 않을까요. 99%가 1%를 위해 돈을 벌어주는 것이 아니라 다 같이 잘 살기 위해 자본주의의 숙명을 인식하고 다른 시도를 할 때가 온 것 같아요.

책 말미에는 고장난 자본주의를 고쳐보자는 뜻에서 복지자본주의를 제안합니다. 퍼주기식 복지가 아닌 생산적인 복지, 건강한 복지를 말하는데요. 자본주의의 숙명이 부풀었다 터지는 풍선과 같다면 터질 때를 대비하는 안전망이 꼭 필요하겠죠. 그 해법 찾기는 우리 공동의 문제라고 인식하고 같이 고민하는 것 부터 시작해야 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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