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움/인문학

사피엔스 - 1

꿈트리숲 2019. 1. 14. 07:52

우연에서 시작 된 사피엔스

 

인간은 권력을 획득하는 데는 매우 능하지만 권력을 행복으로 전환하는 데는 그리 능하지 못하다는 것이다.

유발 하라리의 <사피엔스> 서문에 나오는 말입니다. 방대한 분량의 저작물인 <사피엔스>가 어쩌면 저 한 문장으로 인해 시작이 되었으리라 저는 추측합니다. 농업혁명으로 먹고 사는 문제가 해결이 되었고 과학혁명으로 어제 보다 더 나은 오늘을 사는데도 불구하고 인류는 만족을 모르고 어딘가에 있을 파랑새를 계속 찾고 있습니다. 생이 다할 때까지 나만 불행하다고 끙끙 앓다가 끝내 파랑새는 못 볼 수도 있어요.

인간은 왜 슬픈가? 세상에는 왜 악이 존재할까? 왜 고통이 존재할까? 왜 착한 사람에게 나쁜 일이 일어날까? 그리고 신은 존재하는가?  이런 고민들, 하라리 개인의 정체성에 대한 고민의 시작이 '인류는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가?' 처럼 전 인류에 대한 관심으로 확장되어 우리 인류사를 통으로 고찰한 방대한 결과물이 나오게 되었어요. 저는 새로우면서도 보편적인 <사피엔스>를 보면서 하라리 개인의 고민이자 저의 고민이기도 한 여러 질문들에 대한 답을 어렴풋이나마 생각해볼 수 있게 되었어요.

유발 하라리는 옥스포드 대학에서 중세 전쟁사를 연구한 학자입니다. 그런데 인류의 빅히스토리를 세상에 내 놓으니 그것도 기존의 정설이라고 알려진 많은 부분을 뒤집으면서 주장을 하니 학계로부터 비판과 비난이 많이 있었나봐요. 전문가도 아닌 사람이 새로운 뭔가를 주장한다고요. 전문가 집단은 새로운 가설이 더 나오도록 열린 마음으로 연구자들을 독려해야 옳은 게 아닐까요? 다양성이 없는 집단은 진일보한 꿈을 꾸기 어려워요. 그 집단의 내부 문제(치열한 경쟁)도 해결하기 벅차니까요. 학자 개인적으로는 그런 비판과 비난이 불편하겠지만 독자 입장에서는 인류사에 대한 새로운 내용을 접할 수 있어 흥미진진합니다.

p 19 인류문화가 발전해온 과정을 우리는 역사라고 부른다. 역사의 진로를 형성한 것은 세 개의 혁명이었다. 약 7만 년 전 일어난 인지혁명은 역사의 시작을 알렸다. 약 12,000년 전 발생한 농엽혁명은 역사의 진전 속도를 빠르게 했다. 과학혁명이 시작한 것은 불과 5백 년 전이다. (중략) 이들 세 혁명은 인간과 그 이웃 생명체에게 어떤 영향을 끼쳤을까? 그것이 이 책의 주제다.

저자는 책 시작 부분에 책의 주제를 밝혀놓고 있는데요. 7만 년 전 일어난 인지혁명으로 부터 역사가, 문화가 시작되면서 사피엔스는 빠른 속도로 지구를 점령해갑니다. 동시대에 살았던 네안데르탈인, 데니소바인, 호모에렉투스 종들을 모두 멸절시키면서요. 자신들보다 덩치도 훨씬 큰 종들을 어떻게 지구상에서 몰아내고 지금까지도 유일한 종으로 살아남았을까요? 그것은 바로 언어로 대표되는 인지혁명 덕분입니다.

인지혁명이 일어나기 전과 비교해서 새로운 사고방식과 의사소통 방식이 생긴건데요. 우연한 유전자 변이로 사피엔스의 뇌가 바뀌었다고 작가는 얘기합니다. 우리의 언어는 놀라울 정도로 유연하다고 하는군요. 유연한 언어 덕분에 수없이 많은 이방인들과 유연하게 협력할 수 있었고요. 허구를 말할 수 있는 언어 능력 덕분에 공통의 신화를 믿으며 대규모 집단을 이룰 수가 있었대요.

오늘날까지도 위대한 직업으로 남아있는 창작자, 즉 픽션을 창작하는 능력이 바로 사피엔스가 성공할 수 있었던 핵심요인이었어요. 그러고보면 이야기를 지어내든 그림을 그리든 허구를 만들어내는 일은 그 역사가 참으로 오래되었네요.

인간은 250만 년간 먹고살기 위해 수렵채집 생활을 지속해 왔었어요. 그런데 1만 년 전 부터 유의미한 변화가 감지됩니다. 하라리는 몇몇 동물과 식물 종의 삶을 조작하는데 사피엔스가 시간과 노력을 들였다고 표현했어요. 바로 농업혁명이 시작 된 겁니다. 인지혁명으로 지구상의 유일 호모종이 된 것처럼 농업혁명도 인간의 승리였을까요? 작가는 '농업혁명은 덫' 이라고 주장합니다. 더욱 많은 사람들을 더욱 열악한 환경에서 살아 있게 만들었다고요. 심지어 인간이 식물을 키우는 것이 아니라 밀이 인간을 완벽하게 길들였다고 말해요. 완전 반전입니다.

p 134 좀 더 쉬운 삶을 추구한 결과 더 어렵게 되어버린 셈이었고, 이것이 마지막도 아니었다. 오늘날 우리에게도 똑같은 일이 벌어지고 있다. (중략) 노력을 배가해서 노예 같은 노동을 계속한다.

인지혁명을 거친 사피엔스가, 놀랍도록 유연한 언어를 가진 인간이 어떻게 치명적인 오류(노예 같은 노동)를 범했을까요? '일을 더 열심히 하면 삶이 더 나아지겠지.'라는 생각 때문이라고 책은 말합니다. 전 이부분에서 소름이 돋았네요. 현재와 거의 완벽한 싱크로를 이루어서요. 곡물 경작에 더 많은 시간을 들이면서 사냥하고 채집할 시간이 줄어들어 수렵채집인은 이제 직업을 바꾸게 됩니다. 사피엔스는 이제 모두 농부로 이직해요.

농업혁명으로 인간은 가족들을 많이 만들어냅니다. 더불어 이웃도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죠. 허구를 상상해내는 인지 혁명으로 유일 호모종이 되고, 농업 혁명으로 큰 집단이 되면서 이제는 인류 통합이라는 더 큰 꿈을 꿉니다. 어딘가에 있을 또 다른 집단을 우리로 끌어안기 위해서는 새로운 질서가 필요해보입니다.

사피엔스에게 등장한 보편적 질서는 화폐질서, 제국의 질서, 그리고 종교의 질서입니다. 제국의 질서가 자본주의로 간판만 바꿔 달았을 뿐 세가지의 새로운 질서는 지금도 확고합니다. 사피엔스가 만들어내는 것은 유서도 깊지만 영속성도 무시할 수가 없네요. 그들은 먼 미래를 내다보는 선견지명이 있었나 싶어요.

새로운 질서는 한때 '인간은 생물학적으로 차별이 있다'는 것을 용인했어요. 그리고 지리적 차별도 인정하구요. 그래서 한때 인종 청소라고 할만큼 대량 학살이 있었죠. 이런 역사는 되풀이되지 말아야 합니다. 이 부분에서 우리는 역사를 왜 연구하는지 그 이유를 마음에 담아야 할 것 같아요. 유시민 작가는 소중한 것을 알고 싶어서 역사를 공부한다고 했는데요. 하라리는 우리의 지평을 넓히기 위해서라고 합니다. 과거에 더 이상 발목 잡히지 않기 위해, 과거로 부터 자유롭기 위해서지요.

사피엔스의 분량이 600페이지 정도로 많아서 1부 2부로 나눠야 할 것 같아요. 내일 하루 더 사피엔스로 찾아오겠습니다. 커밍 쑤~~~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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