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움/책

검사내전

꿈트리숲 2019. 1. 10. 07:24

나사못처럼 살아가는 것

 

저는 티스토리 블로거지만 검색은 거의 네이버를 이용하는데요. 검색 아니어도 네이버에 자주 접속하는 편입니다. 핸드폰으로 네이버에 접속하면 첫 화면이 뉴스, 연예, 스포츠 그런게 나오는데 저는 책문화가 제일 먼저 나오도록 해놨어요. 그래서 책 소개도 보고, 저자 강연회 소식도 알게됩니다. 신간 뿐만이 아니라 오래된 책도 재조명 해주어서 유용하게 이용하고 있어요.

예전에 책 소개글을 보고 재밌는 책이겠다 싶어 언제 한번 봐야지 했는데 잊고 있던 책이 있어요. 언젠가부터 네이버 책문화에 자주 그 책 표지가 눈에 띄더라구요. 서점엘 가도 눈에 계속 밟혀요. 읽을 때가 되었나보다 했죠. 도서관에서 대여할려는데, 늘 가는 중앙도서관의 사회층, 인문층, 자연과학층 그 어디에도 없어요. 제가 애용하는 도서관이 대학도서관인데요. 법학전문대학원 건물에 따로 도서관이 있더라구요. <검사내전>은 거기에 고이 모셔져 있었습니다. 책 저자가 검사여서 그런가 싶어요.

<검사내전>은 한마디로 입이 뜨악 벌어지게 감탄이 쏟아지는 책이었습니다. 아니 세상에 검사가 사건 수사하고 죄 있는 사람 잘 가려내는 것이 아닌가 하는 게 의심이 들 정도입니다. 글을 너무 잘 써요. 그리고 책에는 제가 처음 들어보는 속담들도 많고 인용문들도 굉장해요. 정말 책을 많이 읽으셨구나 하는 생각이 절로 듭니다. 배꼽 빠지게 웃기기도, 사뭇 진지하기도, 그리고 정갈하게 정보를 전달하기도 하는 글은 어떻게 하면 쓸 수 있는 건지 여쭤보고 싶네요.

이 책을 보고  첫 번째 든 생각은 '세상에 대한민국에 사기 사건이 이렇게나 많아?' 였어요. 요즘도 빚투 사건이 왕왕 보도 되고 있을 만큼 사기는 우리에게 흔한 일이에요. 한 해에 24만 건의 사기 사건이 발생한다고 합니다. 2분마다 1건씩 이래요. 피해액도 3조가 넘는다는군요. 정말 사기공화국입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사기꾼들이 정말 똑똑해요. 검사와의 대면에서도 따박따박 자기 할 말을 다 하구요. 오히려 어떤때는 검사의 기를 꺾으려고 말로써 선제 공격 날리기도 하더라구요.

우리 나라에 사기 사건이 이렇게 많은 이유 중 하나는 사기꾼은 어지간해서 죗값을 받지 않는게 한몫하지 않나 싶어요. 김웅 저자는 사기꾼이 구속될 확률은 재벌들이 실형을 사는 것만큼 희박하다고 합니다. 설사 구속되더라도 피해자와 합의를 하면 보석으로 쉽게 풀려난다는군요. 일부 재벌이나 정치인처럼 재판을 받을 때 중병이 들기도 하구요. 신기하게도 풀려나면 씻은 듯이 낫는 것 까지 똑 닮았대요. 그 원조는 사기꾼들이랍니다. 비법이 워낙 신묘하고 약발이 잘 들어서 널리 소문이 났나봐요.

사기를 안 당하려면 우리는 준비와 대비를 철저히 해야겠죠. 저자는 다년간 경험을 통해 축적된 노하우를 가지고 사기의 공식을 도출해냅니다. 필기준비 되셨죠? ㅎㅎ

p 62 사기의 첫 번째 공식은 피해자의 욕심을 자극하는 것이다. 보이스 피싱처럼 불안감으로 이성을 마비시키는 사기를 제외하고, 대부분의 사기는 피해자의 욕심을 이용한다.

p 86 사기꾼은 없는 사람, 약한 사람, 힘든 사람, 타인의 선의를 근거 없이 믿는 사람들을 노린다. 이것이 사기의 서글픈 두 번째 공식이다. 그러니 설마 자기같이 어려운 사람을 등쳐먹겠느냐고 안심하지 마시라.

p 97 어설프게 아는 것은 사기당하는 지름길이다. 사기의 세 번째 공식이다. 나름대로 알아보는 것은 안 하느니만 못하다. 주변의 지인이나 인터넷 검색으로 얻은 정보는 없느니만 못하다. 또한 다른 사람들이 대신해주는 것은 없다. 대신해주겠다는 사람은 대개 브로커다.

책은 총 네 챕터로 되어 있는데 그 중 '사기 공화국 풍경'에 가장 많은 지면을 할애했어요. 그만큼 사기 사건이 많은 탓도 있겠지만 어쩌면 우리가 다른 사건들에 비해 사기 사건을 쉽게 간과하고 있다 생각이 듭니다. 당장 누가 죽거나 상해를 입는 사건이 아니다 보니 언론에서 쉽게 다뤄지지 않기도 하구요. 또 소수 몇 명의 피해자와 금액 단위가 적은 사건은 사기의 두 번째 공식처럼 사회적 약자여서 관심을 못 받을 수도 있어요.

그렇지만 사기의 피해자는 전 재산을 날리고 죽음을 선택하는 경우도 있을 만큼 절박합니다. 인생이 한 순간에 나락으로 떨어져 영원히 재기 불가능하게 될 수도 있어요. 무엇보다 불신이 우리 사회에 팽배하게 됩니다. 어려운 일이 있을 때 서로 돕고 사는 미덕이 점차 사라져 가는 것도 사기 공화국의 한 챕터인가 싶어 씁쓸함이 남네요.

세상을 속이는 권모술수로 승자처럼 권세를 부리거나 각광을 훔치는 사람들만 있는 것 같지만, 하루하루 촌로처럼 혹은 청소부처럼 생활로서 검사 일을 하는 검사들도 있다. -에필로그-

그래도 책 말미에 저자가 남긴 말은 조금이나마 위안이 됩니다. 청소부든 검사든 각자의 위치에서 일상에 책임을 다 하는 분들이 계셔서 다행입니다. 대한민국이라는 거대한 여객선의 작은 나사못이되어 배가 어디로 가는지 걱정하기보다 자신이 맡은 철판을 꼭 물고 있겠다는 저자의 선배가 한 말은 평범한 주부에게도 꼭 새겨들어야 할 금언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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