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움/강의

GMC - 그랜드 마스터 클래스 2019

꿈트리숲 2019. 1. 28. 08:00

공동의 미래

저는 강의 듣는 것을 참 좋아합니다. 2018년 한해 여러 강의를 들었어요. 강의를 찾아서, 단 한 분의 연사를 찾아서 다른 지역을 가기도 하고요. 그런데 한 자리에서 무려 열아홉명의 강연자를 만날 수 있는 기회가 있는 그랜드 마스터 클래스는 꼭 가보고 싶은 꿈의 강연장입니다.

예전에 살던 지역에서는 거리가 멀다고 꿈만 꾸던 강연이었는데, 이제는 왔다갔다 하기 가까워 큰 맘 먹을 필요도 없이 꿈꾸던 강의를 들을 수가 있었어요. 작년 10월 즈음에 미리 예약해두고 이 날이 오기만 손꼽아 기다렸습니다. 과한 기대감에 들떠서 그런지 첫째날 강의에 그만 늦고 말았어요. 강의 2시간 전에 출발했건만 예측할 수 없는 도로 사정에 시작 시간 훌쩍 지나서 도착했네요. GMC 강의는 연사들의 릴레이 강연으로 경희대 평화의 전당에서 이틀 동안 진행됩니다. 정신없이 흘러간 그랜드 마스터 클래스 2019의 첫날 이갸기 전해드려요.

그랜드 마스터 클래스는 이 시대 지성인들이 우리에게 큰 질문, 쉽게 답할 수 없는 질문을 던지고 그들이 했던 고민의 결과를 들어보는 시간입니다. 그리고 연사들의 자신들만의 해답이라고 하지만 우리에겐 탁월한 시선을 제시해주는, 그래서 더 높은 이상과 사유를 하게 하는 강연이에요.

첫날 첫번째 연사는 고상지 반도네오니스트의 강의였는데, 도로 사정으로 실은 도로 사정을 미리 예측하지 못한 저의 실수로 통째로 날려버렸어요. 고상지 연주가의 Big Question은 '나는 내 이야기의 작가인가' 인데요. 강의를 놓쳐서 많이 아쉽네요. 그래도 반도네온이 뭔가는 알아봐야 될 것 같아서 찾아봤어요. 아르헨티나의 아코디언 일종이라고 하네요. 탱고 음악 연주할 때 쓰인다고 합니다. 그날 연주도 하셨던 걸로 아는데, 언젠가 인연이 닿는다면 반도네온 연주를 접할 날이 있을거라 생각합니다.

두 번째 연사는 김용택 시인이에요. 드디어 제가 도착한 순간이네요. 그것도 두 번째 연사 강의 중간에요. 늦게 들어가 자리 찾기도 미안하고 해서 맨 뒷자리에서 강의 듣는 것만으로 만족해야 하는 시간이었지요. 김용택 시인은 묻습니다. '자연은 무엇을 말하고 있는가' 이 물음에 그는 나무는 정면이 없다는 답을 주셨어요. 나무는 언제봐도 완성형이고, 언제봐도 다 다른 모습이라는거죠. 우리에게 이제는 나무를 바라보는 모습, 혹은 나무 같은 모습이 필요할 때라고 시인은 얘기합니다. 뭘 하면서 먹고 사는지가 중요하던 시대는 지났기에 뭘 해먹고 살든 배우고 공부하며 살아야 한다고 하셨어요. 심심해야 심심하지 않는다는 말씀이 나무 얘기와 함께 마음에 남습니다.

제가 처음 GMC에 참여하다 보니 정신이 없어요. 사인 시간에 맞춰 사인도 받아야 하고, 그 시간에 식사도 해결해야 하고요. 강의가 아홉시간 열시간 진행되기에 강연장 밖 푸드트럭에서 허기를 좀 채어야 하는데요. 청중이 일제히 몰리니 줄서는 데만도 시간이 많이 소요되어 다음 강의 시간을 또 못 맞추는 일이 발생하더라구요. 시간이 지나면서 서서히 적응하기는 했지만 시간이 촉박한 점, 식사 공간이 부족한 점등은 좀 아쉬웠습니다.

세 번째 연사는 손경이 관계감수성 강사입니다. 그분의 질문은 '인품이 권력이 되는 세상은 올 것인가'였는데요. 인품이 권력이 되는 세상은 교육으로 충분히 만들 수 있다고 하셨어요. 그리고 인품이 권력보다 중요한 세상을 우리가 함께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하십니다. 절실한 마음으로 말씀을 해주셔서 그런지 청중들도 손경이 강사님께 크게 공감한 것 같아요.

네 번째 연사는 최재천 선생님입니다. '인간과 자연은 공생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지셨어요. 최재천 선생님은 환경에 대해서 지대한 관심을 갖고 계시고 또 환경을 보호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계시는 과학자이신데요. 기후변화에 맞서서 우리는 호모 심비우스가 되어야 한다고 말씀하셨어요. 슬기로운 인간 사피엔스에서 이제는 자연과 동물과 식물과 공생할 수 있는 호모 심비우스 되기. 나부터 작은 것 부터 실천하는 우리가 되기를 그날 강연장에 모이신 청중들은 함께 다짐하지 않았을까 싶어요.

다섯 번째 연사는 제가 좋아하는 박웅현 작가입니다. 그는 묻습니다. '부모는 자녀와 친구가 될 수 있나' 박웅현 작가는 이 질문은 자신의 딸에게 해야 정확한 답을 들을 수 있을 것 같다고 하시며 명쾌하고 울림이 큰 강의를 시작하셨어요. 부모와 자녀가 친구가 되는 것은 저도 관심많고 또 제가 추구하는 바이기도 한데요. 박웅현 작가가 제시한 해답은 듣는 힘, 듣는 능력을 갖춰야 한다는 것입니다. 공존, 공생을 위해 우리는 잘 듣기가 절실히 필요하다고 합니다. 저도 딸과의 대화에서 더 많이 들어야겠다 싶었어요.

여섯 번째 연사는 박재희 동양철학자입니다. 박재희 철학자의 질문은 '영혼이 떨리는 삶을 살고 있는가' 입니다. 동양 철학자이시다 보니 지루할 것 같다는 편견이 있을 법도 한데요. 예상과 달리 신나게, 즐겁게 강의를 해주셔서 재밌었어요. 박재희 철학자가 제시하는 해답은 자본주의를 넘어서 이제는 흥본주의 시대로 가야한다는 거였습니다. 아이큐보다 흥이 얼마나 많은지 가릴 수 있는 흥큐가 있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의견도 말씀해주셨어요. 참 기발한 아이디어죠. 나의 평범한 일상을 사랑하고 그 일상에 마음이 울리고 영혼이 떨리는 삶을 살아야 한다는 또 그래야 흥이 나는 삶이 된다는 동양철학자의 해법이 마음에 드네요.

일곱 번째 연사 정여울 작가는 묻습니다. '아름다운 공존이란 무엇인가' 작가는 어릴 때 따돌림을 경험하고 그 상처가 오래도록 있었다고 고백을 했어요. 그 상처를 치유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지만 그것을 극복하기까지 작가의 노력들이 아름다운 공존을 가능하게 했으리라 짐작합니다. 내면의 소리, 내면의 기쁨을 따라가는 삶을 살고, 외부에 드러나는 나의 얼굴보다 나의 진짜 모습을 찾아가는 삶. 각자의 개성이 뚜렷해지는 사회가 바로 아름다운 공존이 되는 사회가 아닐까 싶네요.

열덟 번째 연사는 화상 강의로 만날 수 있었습니다. 세계적 석학, 제레미 리프킨 미래학자의 강의였어요. 그의 질문은 '우리는 기후변화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가'였는데요. 영어로 진행 된 강의여서 저는 타이핑되는 자막을 보면서 그 심오한 해법을 따라갔어요. 기후변화는 다가올 미래가 아니라 이미 우리 세계에서 진행되고 있는 현실이죠. 우리의 생각과 태도가 변하지 않는다면 기후변화는 인류 전체에 재앙이 될 수 밖에 없는데요. 미래학자의 강의를 들으니 두렵기도 하지만 아직 희망이 있고, 기회가 있다 생각이 들었어요.

GMC 2019 첫째날 마지막 연사는 이 시대 최고 지성인이라 불리우는 이어령 선생님입니다. 고령의 연세에도 투병중인 몸 상태에도 불구하고 한 시간여를 꼬박 서서 강의를 하셔서 청중들 모두가 기립 박수로 감사를 전했어요. 이어령 선생님은 묻습니다. '나는 우리가 될 수 있는가' 하고요. 이어령 선생님께서 알려주시는 해법은 같은 장소, 같은 시간, 같은 추억을 공유하면 나는 우리가 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선생님은 공동체를 강조하셨는데요. 이익 공동체나 이해 공동체가 많아지면서 오히려 좋은 공동체가 해체되고 있다고 안타까워 하셨어요. 건강한 가족 공동체가 사회 공동체로 이어질 수 있도록 용서와 관용을 핵심 키워드로 제시해주셨습니다.

그랜드 마스터 클래스 첫 날 강의가 마무리됐어요. 꼭 가보고 싶었던 장소에서 인생의 길을 제시해줄 것 같은 시간을 연사들과 청중들과 함께 공유할 수 있어서 정말 행복한 하루였어요. 체력을 쬐끔 필요로 하는 GMC이긴 합니다. 내일 두 번째날 후기로 만나요.

-사진 공유해주신 허은하 선배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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