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움/가끔 영화

알리타 : 배틀 엔젤

꿈트리숲 2019. 2. 8. 07:14

여전사의 매력에 풍덩

 

명절에 전 부치느라, 장시간 이동하느라 지치고 고단한 몸과 마음을 연휴 마지막 날 영화로 달래줍니다. 모두 저와 한마음인지 영화관은 북적북적해요. 연휴에 만났던 사람들이 <극한직업> 입소문을 제대로 내줘서 한번 봐야겠다 생각하고 있었는데요. 으레 가족들도 그 영화를 볼 것이라 여겼어요.

<극한직업>이 15세 관람가여서 전 보지않으려는 편이었고, 본 사람들은 폭력적이거나 선정적인 장면이 없다고 하니 남편과 딸은 적극 보자는 쪽이었어요. 그래서 당연히 <극한직업>을 보게될 줄 알았는데, 뜬금없이 <알리타>를 남편이 제안했어요. 연휴 시작 전 신문에서 알리타를 놓고 두 기자가 좋아요, 글쎄요를 표했던 기사를 보고서 알리타는 리스트에 넣어두지도 않았는데 말이죠.

왜 극한직업이 아니고 알리타냐고 남편에게 물었더니 대학생때인가 일본 만화를 봤는데, 알리타가 그 만화를 원작으로 제작된 거라고 하더라구요. 실사로는 어떻게 표현되었는지 궁금하다며 꼭 봐야겠다고 해서 보게됐어요. 전 스토리는 모르겠고 타이타닉, 아바타 감독인 제임스 카메론 감독을 믿고 보러갔어요.

카메론 감독의 아바타가 2009년 전 세계를 강타하고 2편 제작중이라는 얘기를 들었는데요. 기다리는 아바타는 안 나오고 왠 사이보그 여전사 얘기일까 궁금했어요. 알리타는 <총몽>이라는 1990년대 일본 만화가 원작입니다. 아바타 보다도 먼저 영화화를 꿈꿨지만 원작의 내용을 다 살리려면 기술 발달이 더 필요하다고 판단하여 오래 기다렸다고 하는군요. 당장의 기술력으로 표현할 수도 있었을텐데, 완전에 완벽을 기하는 카메론 감독의 열정과 끈기에 대단하단 말로밖에 설명할 수 없어 안타깝습니다.

자신이 표현하고자 하는 캐릭터에 대한 몰입과 애정이 10여년은 너끈히 기다릴 수 있는 정도가 돼야 세계적으로 흥행하는 영화를 만들 수 있구나 싶었어요. 알리타가 전적으로 카메론 감독의 상상력이었대도 놀랐겠지만 90년대 일본 만화의 상상력이었다니 더 놀라웠어요. 그 시대는 벽돌같은 핸드폰에도 세상이 놀랍다 할 때였는데, 어떻게 26세기를 그려볼 수 있었는지 아톰, 미래소년 코난에 이어 또 한번 놀람과 감탄입니다.

2563년을 사는 여전사 알리타는 뇌는 인간, 몸은 기계인 사이보그에요. 제가 이전에 읽었던 여러 책들에서 사이보그를 인간으로 볼 것인가, 기계로 볼 것인가에 대해 의견이 분분했는데요. 전 인간쪽에 좀 가깝다 생각을 합니다. 그런데 21세기를 사는 사람의 가치관으로 26세기를 단정짓기에는 다소 무리일것 같아요. 500년전 조선 사람이 현재 우리를 그들의 세계관에 끼워맞출 수 없듯이 지금 우리의 생각으로 사이보그가 인간인지 기계인지 구분하는 건 큰 의미가 없을 듯 싶어요. 현존하는 사람 중 26세기에도 살아남을 사람은 전혀 없다는 전제하에서요.

영화에서는 몸의 일부를 기계로 대체해서 살아가는 26세기 사람들이 많이 등장해요. 그래서 사이보그도 그들 사이에서 별로 이질적인 느낌없이 잘 어울립니다. 500년쯤 후에는 의수나 의족을 가진 사람이 전혀 어색함이 없는 세상일 수도 있겠구나 싶었어요. 상처가 나도 금방 아물고 몸의 일부가 망가지면 다시 다른 부속품으로 대체하고, 영원불멸의 삶을 살 것도 같은데, 그때쯤이면 인간의 정의가 새로 내려졌겠죠. 사이보그와 사람이 공존하는 세상에서는 사람을 살덩이라고 표현하더라구요. 틀린 말은 아니지만 더이상 고귀한 인간 대우는 받지 못하는 것인가 하는 걱정도 좀 되구요. 몸의 많은 부분이 기계로 대체되니까 인간의 가치도 참 가벼워지는 듯한 느낌이었어요.

분명 26세기는 지금과는 다른 세상이겠지만 달라지지 않은 것이 있다면 세상이 이분화되었다는 거에요. 지금은 부자와 빈자로 나뉘어져 돈이 최고인 세상이라고들 하죠. 미래는 그 이분화가 더 고착되어 아예 사는 곳 자체가 달라졌어요. 지금은 모두가 땅을 밟고, 땅 위에 건설된 곳에서 살지만 먼 미래의 도시는 가진자가 사는 공중도시와 못 가진자가 사는 버려진 고철도시로 나뉘어요.

더 많은 비용을 지불하고서라도 더 높은 곳에 있는 마천루를 가지려는 우리와 별반 다를 바 없다 싶어 미래가 완전히 딴 세상은 아니라는 생각도 들었어요. 고철도시에 사는 사람들은 공중도시로 올라가려 기회를 엿보지만 원천봉쇄됩니다. 지금 우리가 얘기하는 계층간 사다리가 사라졌다는 말과도 똑같은 상황이더라구요. 공중도시는 그들만의 세상을 만들며 신분을 철저히 구분하고 있어요. 사람의 가치가 사는 곳에 따라 달라지는거죠. 미래가 현재인 것도 같고, 현재가 미래인 것도 같아서 지금을 잘 만들어야겠다 오늘을 잘 살아야겠다 생각하게 하는 영화였어요.

이번 영화에서는 공중도시의 모습이 많이 나오지 않아 좀 아쉬웠는데요. 2편에서 다뤄줄거라 기대하고 있어요. 무엇보다 알리타의 화려한 액션이 다음 편을 더 기다려지게 만듭니다. 아무런 기대없이 본 영화여서 그런지 3D 영화값이 전혀 아깝지 않을 정도로 흥미진진했어요. 솔직하고 강인한 알리타의 매력에 푹 빠지실 분들은 그녀의 눈동자에 심쿵하실 수도 있으니 미리 마음의 준비를 하고 가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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