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움/가끔 영화

알라딘

꿈트리숲 2019. 7. 10. 07:37

I wish... to set you free.

 

 

제가 이 영화의 매력에 이렇게 푹 빠질 줄은 전혀 생각 못했어요. 영화관에서 두 번 보고  몇십년 만에 돈 주고 ost다운까지 받는 등 알라딘 폭풍 사랑 중입니다. 디즈니 애니 중 큰 관심 두지 않았던 영화가 알라딘이었는데요. 아라비안나이트 책으로 몇 번 봤던 터라 알라딘 애니가 그렇게 신선하진 않았습니다. 다만 이번 실사 영화가 제작된다는 소식을 들었을 땐 관심이 갔었어요. 지니는 어떻게 표현될지, 누가 연기를 할지, 마법 양탄자는 CG 티나지 않게 잘 날아다닐까 궁금하더라구요.

 

영화 개봉되기 전 공개된 자스민 공주 역의 나오미 스콧의 아름다운 사진을 보고 어머머 이 영화는 꼭 봐야해하고 찜 목록에 올려뒀습니다. 영화 개봉되고 초반 입소문은(저에게만 그렇게 들렸는지) 애니메이션과 스토리가 좀 다르다, 별 재미가 없네 분위기로 흘러갔어요. 그래서 전 극장용은 아닌가보다. 나중에 넷플릭스에 나오면 보던가, 아님 다운받아봐야겠다 했는데... 시간이 가면 갈수록 부정적 입소문은 감동적이다는 입소문으로 바뀌고 여기저기서 speechless를 커버 송으로 부르는 등 알라딘 바람이 제대로 부는 게 느껴졌어요.

 

 

아이는 알라딘 보고 싶은 마음 굴뚝같았지만 하필 기말 시험 공부 중이라 2주를 영화 끝나지나 않을까 조마조마하며 기다렸어요. 다행히 알라딘 인기가 식지 않아 안도의 한숨을 쉬었습니다. 기말 시험 마지막 날 학교 갔다 오자마자 극장으로 냅다 뛰었습니다. 오로지 나오미 스콧을 볼 마음으로요. 사실 알라딘 역을 맡았던 메나 마수드에겐 고개가 갸우뚱 되더라구요. 좀 더 인지도 있는 배우는 없었을까 생각 때문이었는데요. 영화를 보고 난 후 겉만 보고 판단했었던 제가 부끄러워지네요. 메나 마수드가 애니메이션 알라딘 못지않게 훌륭히 그 역을 소화해서 정말 첫 번째 주연 영화가 맞나 싶을 정도였습니다.

 

딸과 단 둘이 영화보고 와서 밤새도록 A whole new world speechless를 불러대는 바람에 남편도 알라딘이 보고 싶다 해서 어제 저녁 세 식구 영화관 데이트를 하고 왔어요. 아이도 재 관람 하고 싶어 하고 저 역시 또 보고 싶은 맘 숨길 수가 없었죠. 애니메이션 영화를 영화관에서 여러 번 본 건 겨울왕국이후 처음입니다.

 

겨울왕국은 남편이 입덕해서 한번, 딸아이가 입덕해서 여러 번, 몇 번을 봤는지 기억이 잘 나지 않아요. 우리말 더빙도 봤다가 영어 더빙도 봤다가 그땐 대한민국 전체가 렛잇고 열풍이었죠. 우리집 아이뿐만이 아니었겠지만 매일 수십, 수백 번을 렛잇고만 불렀었어요. 눈뜨면서부터 잘 때 까지요. 정말 징글징글하게 들었네요. 오죽했으면 앞집에 사는 네다섯 살 꼬마가 오며가며 문밖으로 새어나오는 노래 소리를 듣고서 인서 언니는 레리꼬 참 잘한다고 할 정도였으니까요. 인서 언니 노래 듣고 겨울왕국을 보게 됐다고요. 엘사처럼 머리 땋고 렛잇고 부르는 영상은 남편의 자랑거리가 되어 지인들 만날 때마다 먼저 보여주고 대화 시작하는 그시절 최애작품이었지요.

 

이번 알라딘 영화의 speechless도 그렇게 영상을 남겨 두고두고 보고 싶으나 훌쩍 커버린 아이는 손사래를 치네요. 그런 생목 안 나온다고요. 남편과 저라도 아쉬운 마음 담아 계속 불러보는데 영어 발음이 구려서 느낌이 안 살아요. 아이가 흥얼거리는 수준에도 못 미쳐요. 어젯밤에도 엄마, 아빠의 도저히 봐줄 수 없는 생목 퍼레이드를 듣다가 아이가 불러줬는데, 찰진 발음과 함께 구렁이 담 넘어가듯 자연스레 이어지는 노래는 제 귀에는 나오미 스콧이었습니다.

 

 

겨울왕국 얘기하는 바람에 잠시 옆길로 샜네요. 다시 알라딘으로 돌아와서... 딸은 어릴때부터 디즈니 공주들 중 미녀와 야수의 벨을 제일 좋아했어요. 백설공주나 신데렐라는 왕자가 다 해주고 공주는 가만히 있는 캐릭터라 싫어하더라구요. 그나마 벨은 자신의 힘으로 왕자를 구해내는 일을 했기에 아이가 맘에 들어한거죠.

 

아마 알라딘의 자스민도 그냥 예쁜 공주로만 표현되어서 별로라 했던 것 같은데, 실사 영화 알라딘에서 자스민은 전혀 다르게 그려집니다. 자신의 목소리를 내기 위해 더는 입을 닫지 않겠다고 주장하죠. 자신의 주장이 강해지고 정체성이 자리잡는 십대 아이에게 나오미가 연기한 자스민은 강한 인상을 남기는 것 같습니다. 이끌려다니고 시키면 시키는 대로 하는 여성상이 아니라 옳은 일에 자신의 주장을 굽히지 않는 강한 인간의 모습이 각인됐으리라 믿어요.

 

아이의 탄생석이 진주인데요. 진흙속의 보석은 언젠가 드러난다는 말을 가끔 해주곤해요. 알라딘 영화에서 그 대사가 나오더라구요. 진흙속의 보석 같은 존재, 남들이 겉만 보고 평가해도 자신의 가치를 고귀하게 생각하는 존재는 돈과 권력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는 사람, 진정한 자유인이죠. 옳은 것을 실천하고 믿음을 주는 사람, 그건 마법으로도 만들 수 없다고 지니가 말합니다.

 

I made you look like a prince on the outside, but I didn’t change anything on the inside.

 

마법으로 겉모습을 꾸며도 진짜 내면, 자신의 가치는 스스로 가꿔가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읽고, 배우고, 세상을 경험하며 그렇게 나의 가치를 고귀하게 만드는 것, 그건 남녀노소 불문 평생 해야하는 일일거라 여겨지네요. 내면이 아름답고 강인한 사람은 자유로운 사람임을 영화를 통해 배웁니다.

저에게도 전하는 메시지겠지만 딸에게도 알라딘의 메시지가 잘 전달되면 좋겠다 싶어요.

 

I wish... to set you fr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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