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움/책

무례함의 비용

꿈트리숲 2019. 2. 11. 06:12

정중한 사람은 기본부터 챙긴다

 

설 연휴때 즐거운 마음으로 고향 내려가는 기차 안에서 <무례함의 비용> 책을 읽었어요. 다른 칸도 사정은 비슷했겠지만 제가 탄 칸에는 3~4살로 보이는 어린 아이들이 좀 많았어요. 아이들에게는 두시간 남짓도 긴 시간이라 장시간 앉아서 가야만 하는 것이 고역이었을텐데요.

집중해서 책을 좀 읽으려니 한 아이가 유독 아빠를 소리 높여 불러대더라구요. 남편과 딸이 함께 앉고 전 그 옆줄에 앉았는데, 딸이 앉은 뒷자리의 아이가 목청껏 아빠를 불러요. 패드 화면으로 동영상을 보고 있는 듯 한데 원하는대로 작동 되지 않으면 여지 없이 아빠를 호출하는 것 같더라구요. 의자에 붙어있는 선반을 내리치는 건 예사고, 블라인드도 당기다 창문에 머리 기대고 자던 제 딸은 별안간 머리 강타의 봉변을 당했지요.

처음엔 호기심이 많은 어린이구나 싶다가 정도가 심해지고 그치지 않으니 슬슬 그 아이의 부모에게 화가 좀 나더라구요. 때마침 제가 무례함의 비용을 읽고 있어서 그 아이 부모에게 정중하게 한마디 할까 생각도 했었어요. 다행히 승무원이 와서 주의를 주고 갔어요. 그런데 승무원이 가고는 또다시 반복됩니다. 두시간여를 그렇게 기차를 탔어요. 다른 승객들도 짜증 섞인 얼굴을 하고서 아이 부모를 향해 시선을 주는대도 아무런 변화는 없었어요. 아이가 기차 한칸을 온통 자기 목소리로 채우는데 아빠는 왜 주의를 주지 않을까하고 돌아봤더니 그 아이 아빠는 이어폰끼고 핸드폰 시청에 몰입해 있었어요. 그 뒷자리는 아이 엄마가 앉아있었음에도 그 부모가 양해 한 마디, 아이에게 주의 한 마디가 없었습니다.

아이는 어려서, 그 아빠는 이어폰 끼고 있어서 모르겠지만 그날 그 기차안의 승객들은 졸지에 무례함의 비용을 톡톡히 치렀어요. 무례함의 비용을 무례한 본인이 치른게 아니라 타인이 피해를 본거죠. 저는 책에 온전히 몰입할 수 없었고, 숙면을 취하려던 딸은 잠을 잘 수도 없었고요. 다른 승객들도 지속되는 소음에 마냥 설레는 귀성길이 아니었을 것 같아요. 이건 아이의 잘못이라기 보다는 무엇이 잘못된 행동인지 알려주지 않는 부모의 잘못입니다. 그리고 그 부모도 어쩌면 일부러 다른 승객을 골탕먹이려 의도한 것이 아니라 아이의 행동이 타인에게 불쾌감을 줄 수있다는 것을 깨닫지 못했을 수도 있어요. 무례함은 무지의 산물이라는 책속 문구가 맞는 말인 것 같아요.

제가 집으로 돌아오는 기차 안에서는 정반대의 상황을 접했어요. 뒷자리 앉은 아이가 목소리를 키워서 얘기를 하는데, 아이 엄마가 바로 주의를 주더라구요. 사람이 많은 곳에서 큰 목소리로 얘기하면 다른 사람에게 방해가 된다고 하면서요. 주의는 한번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아이가 크게 얘기할 때마다 주의를 주더라구요. 그랬더니 아이는 소곤소곤 작은 목소리로 얘기를 하는 겁니다. 너무나 대조적인 두 상황을 겪으면서 느낀건 부모의 역할이 정말 중요하다 싶었어요. 그리고 부모가 무례함이란 무엇인지 제대로 알고 있어야 자녀에게도 확실하게 알려줄 수 있겠다 생각했어요. 같은 상황도 부모의 태도에 따라 천국과 지옥이 될 수 있음을 느끼는 계기였지요. 소곤소곤 말하는 아이와  주의를 주는 엄마가 정말 빛이나 보였습니다.

크리스틴 포래스가 쓴 무례함의 비용을 읽으면서 연휴의 상반된 상황이 많이 떠올랐어요. 저자는 무례함과 정중함은 동전의 양면과 같다고 얘기합니다. 둘 다 전염성이 강하며 나와 우리, 조직에 중대한 영향을 미친다고 했어요. 기차 상황을 떠올려 보면 승객들의 짜증섞인 얼굴들이 무례함이 얼마나 빨리 전파되는지를 말해주더라구요.

p 53 무례함은 우리 모두에게서 무언가를 빼앗아간다. 우리를 감정적 롤러코스터 상태에 빠뜨린다. 우리의 인지능력을 빨아들인다. 심지어 정신건강을 해치기도 한다. 결국 우리는 산산이 부서져 극도로 위축되고, 평소의 모습을 찾아볼 수 없는 지경에 이른다.

그날 기차 안 누군가의 인내심이 바닥이 났더라면 산산이 부서져 극도로 위축되었더라면 아마 평정심을 잃었을지도 몰라요. 무례함은 개인의 성장을 가로막는 부메랑이 되기도 하지만 그보다 앞서 그 무례한 상황을 겪고 있는 많은 타인에게 정신적 피해를 줄 수 있다는 것을 책과 경험으로 학습했습니다.

반대 상황의 아이 부모는 저에게 직접적인 정중함을 표하지는 않았지만 같은 기차를 탄 다른 승객들의 기분을 배려했다는 측면에서 저는 정중했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무례하게 굴지 않으면 다 정중한 것인가 그런 생각도 해보네요. 저자는 정중함은 그보다 좀 더 적극적인 뭔가가 필요하다고 조언합니다.

p 57 정중함이란 그 이상의 행동을 필요로 한다. 존중과 품위, 호의, 그리고 친절로 주위 사람들을 고양시키는 '적극적인' 행동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정중한 사람이 챙기는 기본은 뭘까요? 책에서 알려주는 기초 3가지는 바로 미소, 배려, 경청입니다. 미소는 초콜릿 2000개의 에너지를 가졌다고 하네요. 정말 돈 안들이고 강력한 에너지를 만들 수가 있겠어요. 그리고 타인을 대할 때의 특히 나보다 어리거나 직급이 낮은 사람을 대할 때의 태도가 배려로 빛날 수 있게 신경쓴다면 정중함의 기본을 잘 챙기는 겁니다. 기초 3종세트의 마지막은 경청인데요. 상대가 하는 말에 어떤 말을 해줄까 생각하며 듣는 것이 아니라 상대의 말과 행동, 속마음에까지 몰입하며 듣는 것이 경청이라고 합니다.

나는 과연 정중한 사람인지 생각해봤어요. 자신있게 '예스'라고 말하기가 조금은 망설여집니다. 제가 인지하지 못하는 무의식적 행동이 무례한 경우도 있지 않았을까 해서요. 우리의 말과 행동이 갖는 영향력은 나와 직접 대면하고 있는 사람뿐만이 아니라 같은 공간을 넘어 전혀 모르는 사람에까지 뻗어나갑니다. 정중함의 기초 3종세트 잘 연습해뒀다가 무의식이 작동하더라도 정중함이 뿜어 나올 수 있게 해야겠어요. 정중함은 명품을 걸치지 않아도 나의 품격을 올려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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