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움/책

본격 한중일 세계사

꿈트리숲 2019. 3. 5. 07:15

역사를 배우는 또 다른 방법

 

서점에서는 보통 만화책이 투명 비닐에 꽁꽁 싸매져있어요. 만화책 특성상 서점에서 휘리릭 빨리 읽고 구매로 이어지지 않아서 그런거겠지요. 또 만화는 남녀노소 다 좋아하니까 사람들의 손을 많이 타서 글책 보다 훼손될 가능성이 더 커서 그렇다고 짐작합니다. 그런 생각으로 당연히 만화책은 아니겠지 하고 펼쳤는데 웬걸?! 만화였던 책이, 바로 [본격 한중일 세계사]입니다.

제가 당연하게 생각한, 서점에서의 만화책 진열 편견을 깨고 당당히 비닐 벗고 세계사 매대에 자리잡고 있더라구요. 만화를 많이 보진 않았지만 첫 시작이 재미있어 도서관으로 찾아가봤어요. 역시나 제 차례까지 올려면 많이 멀었더군요. 오랜 기다림 끝에도 책이 저와 인연이 닿지 않다가 다행히 집 근처 새로 문을 연 도서관에 따끈따끈한 새책이 있어 제 차지가 되는 행운을 누리게 되었습니다. 그렇지만 1권 밖에 없다는 아쉬움이. . . 빨리 2, 3권도 도서관에 들어오기를 고대하고 있어요.

본격 한중일 세계사는 3국을 대표하는 호랑이, 판다, 고양이로 등장인물을 구성했어요. 그래서 여러 등장인물들이 다 세 동물입니다. 물론 서양세력은 또 나름의 대표격 동물들이 등장해요. 그것 맞춰보는 재미도 쏠쏠하더라구요. 딸은 책 표지를 보고 한국이 호랑이인건 알겠는데, 왜 흰색이야? 주황색이어야지? 하더라구요. 그래서 제가 그랬죠. '그건 말이지. . . 백호가 한국 호랑이고 주황색은 벵갈호랑이로서 인도쪽이야' 저는 그렇게 해석하고 봤는데, 맞겠죠? 답을 지적이게? 해놓고 보니 책 속에 등장하는 한국 인물은 또 주황색이에요. 이 부분이 명쾌하지 않아서 조금 찝찝한데요. 흐름에 방해되지 않아 그냥 패스합니다.

한중일 세계사는 짬뽕의 기원을 얘기하며 본격적으로 시작합니다. 제 딸이 짬뽕을 참 좋아해요. 책 시작이 짬뽕 얘기라 흥미를 갖겠다 싶었는데, 그건 또 아닌가봐요. 저만 신나게 재미나게 읽었어요.

우리가 즐겨먹는 짬뽕이 일본의 나가사키 짬뽕에서 시작되었다는 건 많은 분들이 알고 계실거에요. 19세기 말, 나가사키에 중국인 유학생들이 많이 모여 살면서 생긴 음식입니다. 가난한 유학생들이 한 끼 배불리 먹을 수 있는 것이 뭘까 고민하다 요리과정에서 생긴 잔반과 닭뼈로 우려낸 육수를 가지고 나가사키 짬뽕을 만들어냅니다.

나가사키 짬뽕은 하얀 국물이에요. 우리가 좋아하는 짬뽕은 빨간 국물. 일본에서 만들어진 짬뽕은 화교 네트워크를 통해 일제강점기 때 조선으로 전해졌대요. 한국인들 입맛에 하얀 국물 나가사키 짬뽕은 좀 심심해서 고춧가루 팍팍 치고, 고추기름 뿌려서 먹게 되면서 오늘날 얼큰하고 뜨끈한 짬뽕이 되었습니다.

책을 보고 새롭게 알게 된 것이 있어요. 짬뽕의 유래는 알겠는데, 그 이름은 어떻게 생긴건지 평소 좀 궁금했거든요. 그 가려운 부분을 시원하게 긁어줘서 책 읽은 보람이 느껴지네요. ‘카더라통신은 잔반을 뜻하는 과 마약을 뜻하는 이 합쳐져서 짬뽕이 되었다고해요. 짬으로 만든, 마약같이 중독성 강한 음식이라서 그랬다는 썰이 있다는거구요. 언어 유래로는 중국 복건성 사투리로 밥 인사인 차폰에서 유래했을 것이라고 하는군요. 차폰->짜쁭->짬뽕!?으로 변하면서 중국음식의 대표 주자이자, 사느냐 죽느냐 만큼 어려운 짜장이냐 짬뽕이냐를 놓고 고민하게 만드는 중독성 강한 음식이 되었습니다.

작가가 의문을 제기한 '19세기 말, 일본엔 중국 유학생이 많았을까, 그리고 왜 나가사키였지?' 하는 물음에 저도 궁금했어요. 그 궁금증이자 짬뽕의 역사로 시작된 한중일 세계사가 본격적으로 소개되는 것이 바로 1권 '서세동점의 시작'입니다.

서세동점은 서양 세력이 동양으로 점점 밀려온다는 말인데요. 서양세력이 동양으로 점점 밀려온 이유는 바로 차와 은 때문이었다고 그러네요. 중국의 차와 일본의 은. 차향과 은향을 맡고 서양세력이 멀리 동양까지 밀고 들어오고, 와보니 중국과 일본을 오가며 많은 무역 흑자를 볼 수 있어서 서양 열강들이 본격 진출하며 한중일 세계사도 격동기에 들어갑니다. 신기하게도 서양 세력이 한국에는 많이 들어오지 않았어요. 이때 조선은 차도 없었고, 은도 채굴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이건 다행일까, 아니면 개화가 늦어지는 계기가 되었을까 역사에 만약은 없다고 하지만 그래도 생각해보게 되네요.

학교 다닐 때 교과서로 공부한 역사는 역사적 사건 연도 별로 외우는 것, 인물 외우는 것, 유물 이름 외우는 것 등 거의 외우는 것이 다였어요. 그리고 역사를 한국사와 세계사로 따로 떼어 놓고 배웠기에 동시대를 연결하는 것도 어려웠구요.

어른이 되어 알고 싶어서 자발적으로 배우는 역사는 외우는 것이 아니라 어떤 사건이나 현상이 생기면 왜 그렇게 되었는지 원인을 찾아보게 되고 그러면서 역사적 사건이 자연스레 이해가 됩니다. 그리고 한국사와 세계사를 동시에 보면서 넓게 보는 안목도 생기고 전 세계 흐름에서 한국을 놓고 보니까 한국사도 더 잘 이해가 되네요.

딸이 중학교 2학년이 되면서 수업 과목에 역사가 있다고 그래요. 요런 책들 보면 학교에서 배우는 역사가 만만하게 느껴질텐데. . . 전권 구매해서 책꽂이 비치해두면 아이 시선이 좀 머무를려나요. 일단 제가 다음 얘기 궁금해서라도 도서관이나 서점을 달려가야겠어요.
만화라서? 아니 역사라서! 더 재밌는 [본격 한중일 세계사] 엄마는 이미 포섭당했습니다.

이 만화가 우리 근대사를 대하는 시각에 존재하는 심리적 갭을 조금이나마 메우고, 그 시대가 어떤 방식으로 굴러갔는지에 대한 서사의 씨실 한 줄을 새로이 제공할 수 있기를 소망합니다. -머리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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