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움/책

글쓰기가 필요한 시간

꿈트리숲 2019. 3. 6. 07:18

계속 쓰다보면 사랑하게 됩니다

 

패션계가 유행을 타는 것 못지않게 출판계도 유행을 많이 타는 듯합니다. 서점에 베스트셀러 코너나 눈에 잘 띄는 진열대를 보면 그때그때 유행하는 책을 알 수 있어요. 한때는 재테크 책이 유행하다 컬러링북이 휩쓸고 가고 그러다 여행 에세이가 주름잡기도 하구요. 프랑스 육아가 날개 돋친 듯 팔릴 때도 있었고, 자존감이 대세가 되다가 요즘은 글쓰기로 옮겨진 듯합니다.

서점에서 글쓰기 책이 유독 눈에 많이 보여요. 이미 [강원국의 글쓰기]라든지 [유시민의 글쓰기 특강] 등은 스테디셀러로 자리매김 했고, [150년 하버드 글쓰기 비법]이나 [매일아침 써봤니?]도 글쓰기 바람을 타고 많은 분들이 보는 것 같아요.

왜 지금 이토록 글쓰기가 유행일까? 이렇게 글을 쓰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많았었나? 생각이 들어요. 때마침 오늘 소개해드릴 책에서 그 부분이 언급되어 있어서 '그렇구나' 하고 알게 되었습니다.

-프롤로그 - 글을 써야 하는 상황이 늘어나고 있다. 글로 자신을 표현하고, 자신이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드러내야할 이유가 늘어나고 있다. (중략) ‘나는 어떤 사람이며, 무엇을 할 수 있다뿐만 아니라, 지금까지 살아오는 동안 수많은 경험 속에서 무엇을 배웠으며, 그로인해 현재 어떤 태도를 가지고 있는지, 세상과 사람을 어떻게 이해하고 있는지 함께 질문 받고 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자연스럽게 요구되는 역량이 바로 글쓰기이다.

예전에는 성적표 하나로 혹은 자격증 하나로 자신을 증명할 수 있었어요. 사회가 그렇게 받아들여줬거든요. 실수담, 실패담은 고속 성장기에는 불필요한 얘기였고 관심가질 여유도 없었죠. 이제는 사회 전반적으로 분위기가 바뀌었어요. 변화를 읽어내고 기술이 선도하는 세상에서 인간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고 자신의 생각을 밝힐 수 있는 사람이 주목받는 시대가 되면서 글쓰기 역량이 필요해졌다고 하는군요.

시대적 요구인 글쓰기를 우리는 특정한 사람, 즉 재능을 가진 사람만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저도 어느 정도는 동의하는 부분이긴 한데요. [글쓰기가 필요한 시간]의 저자 윤슬은 실력을 키우면 누구나 글을 쓸 수 있다고 합니다. 시간과 노력의 힘으로 차곡차곡 쓰다보면 어느 날 문득 익숙하게 글을 쓰는 를 발견할 수 있을 거라고요.

p 25 ‘글쓰기라기 보다는 오히려 마음 쓰기가 더 정확할지도 모르겠다.
가끔은 이런 생각도 든다. 어쩌면 누구도 알아주지 않았기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게 아니었을까. 보여주기 위한 것이 아니었기에, 계속 쓸 수 있었던 것이 아니었을까.

제 마음이 딱 이렇습니다. 빈 화면에 검은 글씨를 채워가고 있지만 그건 제 마음을 풀어낸 거고요. 그 사적인 마음을 공개할 수 있었던 용기는 아무도 보지 않는다는 생각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어요. 책을 읽고 생각 한줄 쓰고 마음 한 단락 쓰면서 부끄럽거나 평가 받는다는 생각은 없었어요. 오히려 마음을 비워내서 그런지 새로운 무언가를 또 채울 수 있는 힘이 생기더라구요.

그냥 쓴다는 표현 말고는 뭐라 달리 표현할 수가 없네요. 학창시절 글쓰기로 상을 받아본 적 없고 글을 써서 잘 썼다고 칭찬을 받아본 적도 전무합니다. 글은 내 인생에서 전혀 상관없는 정말 관심 밖의 영역이었는데요. 어쩌다 글을 쓰게 되어 다음 주면 1년이 되네요.

위에서 마음 쓰기’를 얘기했는데. 어려운 얘기나 화려한 문장을 쓰려 하지 않고 솔직한 마음을 쓰니까 글쓰기를 지속할 수 있는 것 같아요. 꾸며서 쓰고 화려한 수식어 동원해서 쓰다 보면 지쳐서 오래 못쓰게 돼요. 또 그 마음이 읽는 사람에게도 전해지고요. 좀 못나게 써도 좀 어눌하게 써도 진심으로 짓기. 그게 제가 생각하는 글쓰기입니다.

그리고 하나 더 추가하자면 글은 '엉덩이로 쓰고 손으로 엮는다'입니다. 머리에서 생각이 나와야 글을 쓰는 거 아니야 싶지만 엉덩이를 의자에 붙이고 앉아야 글을 쓸 수 있어요. 생각만으로는 글이 되지 않더라구요. 덜 익은 생각이라도 엉덩이의 힘으로 써내고 손으로 얼기설기 엮다보면 한 줄의 문장이 되고 한 편의 글이 됩니다. 그래서 많은 작가들이 시간을 정해놓고 글을 쓴다고 하죠. 정해진 시간 정해진 분량만큼 매일 쓰는 거죠.

매일 마음을 쓰다보면 나를 알고 나를 이해하고 이 세상을 나답게 살아갈 용기가 생겨요. ‘나 괜찮은 사람이구나.’ 하고요.

p28 계속 쓰다보면 뚫립니다.

계속 쓰다보면 만나게 됩니다.

계속 쓰다보면 알게 됩니다.

저자의 글에 제 생각을 덧붙여 봤어요.

계속 쓰다보면 사랑하게 됩니다. 나를, 세상을, 그리고 글쓰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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