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움/책

모든 순간이 너였다

꿈트리숲 2019. 3. 13. 06:39

운명을 만나게 되는 확률

 

 

하나의 감정에 국한되지 않고, 조금이라도 더 폭넓은 감정으로 보다 많은 사람의 마음에 스밀 수 있는 글을 쓰려 노력한다.

누군가에게는 사랑에 대한 응원일 수도, 누군가에게는 이별에 대한 위로일 수도, 누군가에게는 미래에 대한 따끔한 충고나 조언일 수도 있는, 지극히도 사실적이고 결코 작위적이지 않은 글을 진심을 담아 쓰고 있다.

때로는 짧기도 하고 때로는 길기도 한 이 모든 글의 힘을 확실히 믿는다. 부디 책에 실어 보내는 이 하나하나의 진심들이, 당신의 혼란스러운 삶이란 길에 정확한 표지판이 되었으면 한다.

 

하태완 작가의 <모든 순간이 너였다>에 나오는 작가 소개 부분입니다.

보통 작가의 약력이나 그간 출판했던 책 제목이 나열되는데, 글을 쓰는 작가의 마음이 들어있어요. 이 부분을 보면서 나도 그런 마음인데. . .’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투박하고 거칠어도 진심이 담긴, 제 마음 결을 전할 수 있는 그런 글을 쓰고 싶다 생각하거든요.

 

제가 읽는 책의 90% 이상은 인문, 고전, 자기계발, 경제 경영서입니다. 소설, 에세이, 시 등은 정말 가뭄에 콩 나듯 읽어요. 젊을 때(물론 지금도 충분히 젊습니다만)는 애써 찾아 읽지 않아도 삶에서 소설 같은 일들이 시 같은 만남이 자주 일어나요. 그래서 삶이 풍요롭게 전개됩니다. 하지만 한 살 두 살 더 먹으면서는 의도하지 않으면 삶이 단조로워지는 것 같아요. 거기다 책까지 인문서 위주로 읽으니 감성은 겨울 나뭇잎처럼 바스락거리네요.

 

생명이 움트는 봄이 오니까 저의 메마른 감성에도 숨이 돌게 해주고 싶어 하태완 작가의 에세이를 보게 됐어요. 도서관에는 책등만 보이게 책을 꼽아놓은 책장이 대부분인데, 인기 도서들은 책 전면이 보이도록 전시해놓습니다. 이 책도 그렇게 저와 눈이 마주쳐서 인연이 되었네요. 에세인가 했더니 시도 많아요. 절반은 되는 것 같아요. 간만에 시를 읽으며 말랑말랑 해진 마음이 이런저런 생각을 타고 과거로 날아가요. 특히나 아래 시에서요.

 

운명을 만나게 되는 확률

 

인생에는 많은 기회가

소리 없이 찾아왔다가

조용히 사라진다.

 

그중에 운명적인 사랑을

할 수 있는 기회는

극히 드물게 찾아오곤 하는데

 

그 희박함을 알아차리고

너라는 운명을 잡은 나는

어쩌면 세상 가장 행복한 사람이 아닐까.

 

제가 남편을 처음 봤을 때 운명이라 생각했어요. 저의 이상형에 부합했거든요. 그리고 무엇보다 짝사랑했던 사람과 많이 닮았고, 또 저의 아버지와도 비슷한 느낌이었죠.

남편을 처음 만난 날은 77, 7개월을 만나고 헤어졌어요. 7년 후에 다시 만나 또 7개월을 만나고 결혼했습니다.(별걸 다 기억하는 여자 ㅎㅎ) 우리 사이에는 행운의 7이 많이 겹치죠. 서로에게 그 자체로 행운인데 그걸 모르고 신혼 때는 많이도 싸웠어요. 상대에게 바라는게 너무 많아서요. 특히나 제가요.

 

사람이 사람자체로 고귀한 인연이고, 선물인데 전 뭘 그렇게 기대하는 게 많았던지 지금 생각해보면 다 의미 없는 것들이지만 그때의 저에겐 결혼 생활의 지속여부를 가늠할 만큼 중차대한 일들이었어요. 결혼을 했어도 나에게 집중 못하고 상대에게 온전히 가있는 제 마음 때문에 결혼 초기는 힘들었던 것 같아요.

 

외로울 때 누군가를 만나서 연애하면 반드시 외롭게 되고, 홀로서기가 안된 상태로 결혼을 하면 계속 기대는 마음이 생긴다는 걸 한참 후에나 깨달았어요. 나를 온전히 인정하고 사랑할 수 있을 때 누군가를 그 사람 그대로 인정하고 사랑할 수 있다는 결론을 내리고 부터는 제 삶이 많이 달라졌습니다.

 

지금은 모두 없어졌지만 만날 때마다 손 편지를 A4 3장씩 빼곡히 적어준 일, 입덧이 심해 거의 시체처럼 누워만 지낼 때 라디오에 전화 연결해서 위로 해준 일, 그리고 병원을 수시로 드나들어도 싫은 내색 한번 없이 언제나 곁을 지켜준 일 등등.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저에겐 더없는 행운의 사람이 남편입니다. 전 운명을 잡은 가장 행복한 사람인거죠.

 

p 179 지금의 이 행복을 잊지 않고

나는 나의 최선으로 너를 사랑할게.

약속해.

 

지금 옆에 있는 사람, 극히 드물게 찾아온 운명일수도 있어요. 나에게 와줘서 고맙다는 말, 부끄럽지만 꼭 해주세요. 그 말이 전해지면 밖은 겨울이어도 함께 있는 이 공간은 봄바람이 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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