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움/인문학

코스모스

꿈트리숲 2019. 3. 19. 06:30

우리는 모두 별에서 온 그대

 

 

 

첫 시작은 유시민의 글쓰기 특강이었습니다.

독자가 편하게 읽고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쓰는 것이 기본이다. 기본을 지키기만 하면 최소한 못나지 않은 글은 쓸 수 있다. 여기에 나름의 개성을 입혀 독자의 마음을 움직이면 훌륭한 글이 된다. 그런 글은 저마다 다르게 훌륭하다. <토지><자유론><코스모스>가 바로 그렇다. 서로 다르지만 모두 훌륭한 글이다. [유시민의 글쓰기 특강 p 175]

토지는 2권까지 읽어봤어요. 자유론은 뭔 말인지 모르고 읽어봤어요. 그런데 코스모스는 읽어보지 않은 책이었죠. 훌륭한 글을 쓰려면 저 책을 읽어 봐야겠구나 싶었어요.

 

https://youtu.be/VB21pHr7NZw (유시민의 성장문답)

코스모스 읽기에 마음을 굳히게 된 두 번째 계기는 유시민의 성장문답입니다.글쓰기가 두려운 당신이 반드시 들어야 할 대답에 코스모스가 또 언급이 되었어요. 저 책 꼭 봐야겠다 다짐하던 차에 독서모임 회원 분들과 함께 도전했습니다. <코스모스> 읽기!!!를요.

 

대학 전공 도서를 방불케 하는 크기와 전문가 포스가 폴폴 풍기는 겉표지까지 기를 팍 죽이기에 딱 좋은 책이더군요. 그런데 막상 머리말과 1, 2챕터를 읽으니 의외로 재밌었어요. 너무 겉모습만 보고 편견을 가졌나 싶고, 이래서 과학교양도서 베스트셀러였구나 싶은 마음이 들어 살짝 책에게 미안하더라구요.

그러나 미안함은 딱 거기까지 였습니다. 3챕터부터 본격적으로 펼쳐지는 우주의 세계를 보고 있자니 과연 이걸 내가 꼭 알아야만 하는 것인가 하고 자괴감이 들더라구요.

 

'케플러의 행성 운동에 관한 법칙은 과학자만 알면 되지, 달 표면의 운석공 연구는 관심 있는 사람만 하면 되고 굳이 나까지 할 필요는없어' 목성 탐사를 떠난 보이저 호 얘기와 별의 생성과정에서는 저의 인내심이 바닥까지 갔다가 보이저 1,2호가 영원히 지구로 돌아오지 못하고 우주를 계속 유영한다는 부분에서는 측은하고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어요. 철저한 과학도서인 <코스모스>에 감정이입 제대로 하게 된 순간입니다. 저자인 칼 세이건은 과학자들만 알 법한 얘기를 하다가 또 일반적인 관심사를 말하기도 하면서 쥐었다 풀었다 아주 밀당을 잘합니다. 전 거기에 제대로 걸려들었구요.

 

p 9 우리도 코스모스의 일부이다. 이것은 결코 시적 수사가 아니다. 인간과 우주는 가장 근본적인 의미에서 연결돼 있다. 인류는 코스모스에서 태어났으며 인류의 장차 운명도 코스모스와 깊게 관련돼 있다. 인류 진화의 역사에 있었던 대사건들뿐 아니라 아주 사소하고 하찮은 일들까지도 따지고 보면 하나같이 우리를 둘러싼 우주의 기원에 그 뿌리가 닿아 있다.

 

전 이 부분을 읽을 때만 해도 칼 세이건이 인문학적 지식을 우주에 녹여내어 설명하고 있다 생각했어요. 우리가 코스모스의 일부라는 얘기는 시적 수사가 아니라고 하지만 전 문학적 표현이다 단정지었지요.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깊어지는 궁금증은 인간은 왜 별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을까, 왜 우주 탐험을 계속 할까였는데요. 책에서 알려준 그 답은 바로 우리가 진짜 코스모스의 일부여서 그렇다는 거에요.

 

p 375 우리의 DNA를 이루는 질소, 치아를 구성하는 칼슘, 혈액의 주요 성분인 철, 애플파이에 들어 있는 탄소 등의 원자 알갱이 하나하나가 모조리 별의 내부에서 합성됐다. 그러므로 우리는 별의 자녀들이다.

 

p 400 대폭발에서 은하단, 은하, 항성, 행성으로 이어지고, 결국 행성에서 생명이 출현하게 되고 생명은 곧 지능을 가진 생물로 진화하게 된다. 물질에서 출현한 생물이 의식을 지니게 되면서 자신의 기원을 대폭발의 순간까지 거슬러 올라가 인식할 수 있다니, 이것이 우주의 대서사시가 아니고 또 무엇이겠는가!

 

바로 우리는 모두 별에서 온 그대이기에 별에 그렇게 관심을 가졌던거고, 우주 탄생의 기원을 파고 파고 또 파는 거였어요. 태어난 곳과 낳아준 부모를 찾고자 하는 본능이라고 여겨집니다. 태초에 빅뱅이 없었다면 태양계가 생겨나지 않았을테고, 그렇게되면 지구도 현생 인류도 없었겠지요. 지능을 가진 생물이 자신의 기원을 역추적 해보니 지구상 모든 생물은 고향과 부모가 같다는 것이고 우린 모두 별이었다는 얘기에요.

 

유시민 작가가 <코스모스>를 소개하면서 창백한 푸른 점문구가 가슴에 남는다고 얘기를 했었어요. 저도 읽으면서 그 문구가 언제 나오나 내심 많이 기다려지더라구요. 그런데 막상 그 문장을 만났는데 그렇게 설레지가 않았어요. 전 이미 우리가 별에서 태어났다는 부분에서 마음을 빼앗겼기 때문이에요.

 

p 548 우리는 희귀종인 동시에 멸종 위기종이다. 우주적 시각에서 볼 때 우리 하나하나는 모두 귀중하다. 그러므로 누군가가 너와 다른 생각을 주장한다고 해서 그를 죽인다거나 미워해서야 되겠는가? 절대로 안 된다. 왜냐하면 수천억 개나 되는 수많은 은하들 중에서도 우리와 똑같은 사람은 찾을 수 없기 때문이다.

 

우리는 모두 소중하대요. 수많은 은하들 중에서도 우리와 같은 사람은 지구에 밖에 없대요. 우리가 인간이기까지 겪었던 영겁의 우연들은 우리만 공유하는 머나먼 기억속의 추억입니다. 같은 추억을 공유하고 같은 곳에서 온 우리는 서로가 서로를 보호하고 사랑해줘야 할 존재인거에요.

 

중성자와 광속, 초신성의 폭발, 전파 천문학 등 생소한 이야기들의 천국이지만 <코스모스>는 저에게 의미 있는 책으로 남을 것 같아요. 과학은 인간을 배제하고 진화한다고 하는데 우주와 소통할 수 있는 언어는 과학이고 그 언어를 만들고 사용하는 건 사람뿐이에요. 큰 우주에서 봤을 때 먼지보다도 더 작고 쓸모없어 보이는 인간이 우주와 소통하려 위대한 여정을 계속한다는 걸 알려준 책 <코스모스>입니다.

 

별에서 온 우리가 어린 왕자처럼 다시 별로 돌아갈지는 모르겠어요. 나의 별은 어디인지 B612 처럼 주소가 명확하면 좋으련만 그것도 아니고. . . 그러나 그 주소가 정확하게 나오지 않은 덕분에 광대한 코스모스에서 그 주소를 찾아보는 일을 열심히 한 이들이 있어요. 칼 세이건처럼요.

 

전 그 주소를 찾기보다 별에서 태어났다는, 그래서 코스모스의 일원이라는 자부심을 가지고 살아갈려구요. 나와 우리가 모두 하나하나의 별이라는 마음으로 소중하게 생각하며 서로 존중하면서요.

과학과는 거리가 멀어도 한 참이나 먼 평범한 사람의 <코스모스>후기는 이것으로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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