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움/인문학

도덕경 함께읽기

꿈트리숲 2019. 4. 9. 07:08

같이 읽어서 더 재밌는 도덕경 함께읽기

제가 도덕경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최진석 교수님의 강의나 책을 접하면서 한번 읽어 봐야지 생각을 하게 되었고요. 그리고 <지적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의 저자 채사장이 소개하는 지식인의 서재에서 추천하는 책 리스트에 <도덕경>이 있어서 또 한번 마음을 굳히게 되었습니다.

읽기 전에 <도덕경>에 대한 생각만 할 때는 책 제목에서 풍기는 역사와 분위기에 눌려서 어려운 책이라 짐작했어요. 그런데 막상 읽어 보니 그렇게 또 이해 못할 책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해설을 써주신 분의 풀이가 현실의 사례를 들어 설명을 해주셨기 때문인지 요즘의 세태와 맞아서 전 <도덕경>이 참 현대적인 시각을 가지는 책이다 생각도 하게 되었지요.

혹시 숭례문학당이라고 들어보셨나요? 인문학 학습공동체인데요. 글쓰기, 토론, 스피치, 독서 등을 함께 하며 우정을 쌓고, 환대를 나누는 공동체에요. 저는 고미숙 선생님께서 몸담고 계시는 감이당에서 올 한해 공부를 해볼려고 마음을 먹고 신청단계까지 갔다가 이것저것 하는게 너무 많아서 양손의 떡을 다 놓치겠다 싶어서 다음으로 미루게 됐는데요. 그러고 나니 왠지 아쉽더라구요. 그래서 온라인으로 하는 건 뭐가 없을까 하다가 숭례문학당을 찾게 되었습니다. 여기는 저 같은 사람들을 위해 온라인으로 하는 공부모임이 많아요. 너무 많아서 선택의 어려움이 있었다는건 안비밀입니다.

독서프로그램, 글쓰기, 스피치, 영화 등등 왜 이제야 알게 되었지? 하면서 잠시 조급증이 났는데요. ~~~~ 정신을 차리고 그 중 제일 하고 싶은 걸 고르고, 시간 여건상 모여서 하는 수업은 거르고  도덕경 30일 읽기’를 선택했습니다.

신청자가 저 뿐이어서 2월 한달 동안 선생님과 단 둘이 톡방에서 깨가 쏟아지듯 도덕경의 단상들을 나눴어요. 함께 읽기는 제가 난생처음 경험해보는 건데요. 책의 읽을 범위를 선생님이 정해주셔요. 그럼 매일의 범위를 읽고 발췌하고 자신의 느낌을 카톡 대화방에 올리는 겁니다. 참여자가 많으면 여러 사람들의 생각을 공유할 수 있어서 더 좋았을텐데, 한편으로는 선생님과 저, 둘만 하니까 책에 대해 깊이 얘기를 나눌 수 있는 장점도 있더라구요.

도덕경을 읽는 30일은 토, 일요일도 일정에 포함되어 있어서 외출하는 날도 푹 쉬는 날도 도덕경을 빼놓을 수 없어요. 비록 본적 없는 선생님과 무언의 약속이어도 약속은 약속이니까요. 그래서 제 입에서 나 지금 도덕경 해야 돼라는 말이 무시로 나왔더니 딸이나 남편이 또 덕경이냐며(성은 도씨요 이름이 덕경이인 someone) 덕경이하고 사랑 빠졌다고 할 정도였거든요. 아마도 그랬을거에요. 도덕경은 제가 함께 읽기에 발을 들이게 해 준 첫 번째 책이니 그랬고, 또 선생님이 기다린다 생각하니 더 빼먹을 수 없더라구요.

도덕경 함께 읽기에 탄력 받아서 지금은 <이기적 유전자> 함께 읽기를 하고 있는데요. 도덕경과는 성격이 판이하게 달라서 많이 방황하고 있습니다. ‘역시 난 문과 사람인가싶기도 하고 한글인데 왜 이리 이해가 안 되지하면서 한숨도 나오고요. 코스모스를 읽으며 세상 우주 얘기가 제일 어려운줄 알았더니 그보다 더 넘사벽이 있었어요. 그럼에도 간혹 이해되는 부분을 만나면 사막에서 오아시스를 만난 것 마냥 그렇게 기분 좋을 수가 없습니다. 행복은 결코 멀리 있지 않음을 실감하고 있어요.

독서모임을 하면서 함께 읽기가 자연스레 되기는 하는데요. 글로 만나는 함께 읽기와는 좀 느낌이 다른 것 같아요. 아무래도 글이 말보다 좀 정제가 되고 자신의 생각이 더 깊이 드러나는 것 같거든요. 선생님과 저의 발췌와 단상을 따로 모아서 바인더도 하나 떡하니 만들었더니 참 뿌듯합니다. 2019년 저의 흔적이 뚜렷하게 남는 것 같아서 볼 때마다 저를 폭풍 칭찬하게되는 덤도 누리구요. '도덕경 읽기를 참 잘했네, 어려운 거(사실 그렇게 어렵지 않습니다만) 하루도 거르지 않고 끝까지 해내다니 넌 대단해' 하면서 셀프 칭찬하고 있어요.

어릴 때 부모님의 인정과 지지를 받고 자라지만 부족함이 없지 않아 있어요. 커서 생각해보면 아쉬운 부분도 있고 기대와 어긋나는 부분도 있고요. 그때 충족되지 못한 인정 욕구가 어른이 되어서도 스멀스멀 올라온다면 셀프 칭찬으로 그 공백을 메우는 것, 저는 아주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남에게 관심을 바라지 말고, 사랑을 줄때까지 기다리지 말고 시도때도 없이 할 수 있는 나 칭찬! 저는 책 읽으면서, 공부하면서 듬뿍 해줍니다.

있음은 이로움을 위한 것이지만 없음은 쓸모가 생겨나게 하는 것입니다. -도덕경 11-

넉넉함과 풍요로움은 이로움을 낳고, 부족함과 결핍은 간절함을 낳아 새로운 쓸모를 연구하게 됩니다. 있음과 없음은 둘 다 좋은거더군요. 공부에 대한 결핍으로 여기까지 온 듯한데, 인정 욕구가 채워져 관심과 사랑이 남에게로 갈 만큼 넉넉해졌습니다.
도덕경의 내용을 쓰려다 사설이 넘 길어졌네요. 도덕경의 재밌는 후기는 다음기회로 넘겨야 할 것 같아요.

숭례문학당에 관심있는 분들은 아래 링크 참고해주세요.

http://www.shdang.kr/

728x90

'배움 > 인문학' 카테고리의 다른 글

토지 5  (10) 2019.04.22
토지 4  (10) 2019.04.15
토지 3  (6) 2019.04.08
토지 2  (9) 2019.04.01
토지 1  (14) 2019.03.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