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움/인문학

철학은 어떻게 삶의 무기가 되는가

꿈트리숲 2019. 4. 30. 06:19

철학은 너에게도 필요하겠구나

 

 

서점에서 제목에 이끌려 도서관으로 달려가게 했던 책입니다. <철학은 어떻게 삶의 무기가 되는가>. 도서관에서 제 순서 기다리다 목이 빠질 것 같아 다시 서점으로 갔어요. 드디어 오매불망 기다리던 책을 받아 들었는데, 웬걸 제가 원했던 책이 아닌 것 같은 느낌이 들더라구요. ‘이런 책일리가 없는데하며 한 달을 묵혔어요. 며칠 전 다시 첫 장부터 읽어 나가는데, 한 달 전과는 전혀 다르게 책이 다가왔습니다. 다행이다 싶어요. 하마터면 좋은 책을 몰라보고 그냥 묵힐 뻔 했으니까요. 재미없다고 덮었던 책을 다시 손이 가게 만들어 준 이 책의 제목이 참 고맙게 느껴져요.

 

삶의 무기까지는 아니더래도 삶을 좀 쉽고 편안하게 살고 싶어 자기계발서들을 뒤적여봤어요. 책을 만나면 만날수록 그들이 한 방향으로 가리키는 곳이 철학이며 인문고전이었습니다. 되든 안되든 일단 따라하고 보자는 심정으로 시작했던 것이 논어였지요. 10년 전 쯤 나 논어 읽는 여자야하면서 어딜 가나 들고 다니며 어깨 힘주고 아는 척을 했습니다. 그런데도 삶은 힘겹기만 하더라구요. 논어 읽어봐도 소용없구나, 책은 그냥 책이야 하며 덮었어요. 그리고 한동안, 이번엔 필사 도전을 해봤습니다. 필사이후 삶이 크게 달라질 거라 기대하고서요. 결과는 역시나 똑같았어요. 그때 거기서 멈췄다면 오늘 블로그 쓰는 저는 있을 수 없었겠죠. 계란으로 바위치기를 계속했습니다. 그런 시간들이 쌓이고 쌓이니까 가족들이 먼저 인정을 해줘요. “여보 정말 많이 달라졌어요.”, “엄마, 정말 자랑스럽다.” 하는 말을 옆구리 찌르지 않아도 듣게 됩니다.

 

이 책의 저자 야마구치 슈는 자신이 철학 전문가도 아닌데 철학책을 쓴 이유가 있다고 말합니다. 각자의 자리에서 성실하게 일하며 이 사회를 이루고 영위하는 데 크고 작은 역할을 맡고 있는 개인들이야말로 철학의 본질을 알고 있어야 한다고 굳게 믿기 때문이라고 하는군요. 그러면서 철학을 배움으로써 얻게 되는 네 가지 이점을 알려주는데요.

상황을 정확하게 통찰한다, 비판적 사고의 핵심을 배운다, 어젠다를 정한다, 같은 비극을 되풀이하지 않는다가 그 이점들입니다. 저는 이 중에서 첫 번째 이점이 가장 크게 다가옵니다.

 

p 7 철학을 배워서 얻는 가장 큰 소득은 지금 눈앞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을 깊이 있게 통찰하고 해석하는데 필요한 열쇠를 얻게 해 준다는 점이다. 그리고 지금 눈앞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가라는 물음은 두말할 필요도 없이 수많은 직장인과 경영자, 일반 시민들이 직시해야만 하는 가장 중요한 과제이기도 하다. 철학자들이 남긴 생각을 통해 이 물음에 답할 수 있는 통찰력을 얻게 된다.

 

통찰력을 가져야만 나머지 것도 얻어질 것 같아요. 통찰력 하나만 키워준다고 해도 책 읽은 보람 있다 생각하며 책장을 넘겼습니다. 책에는 지적 전투력을 극대화하는 50가지 철학과 사상이 소개되는데요. 그 중에서 제가 관심 있었던 것 몇 가지를 꼽아보면요.

 

첫째 타인의 시기심을 관찰하면 비스니스 기회가 보인다 르상티망

르상티망은 약자가 강자에게 품는 질투나 열등감 같은 감정인데요. 한마디로 시기심이라 할 수 있어요. 르상티망의 좋은 예가 명품입니다. 현대인은 평등에 민감해서 약간의 차이에도 르상티망을 느끼게 된대요. 그러니 고급 브랜드들은 매 시즌 르상티망을 우리에게 주입하고있는지도 모르겠어요. 이제 백화점에서 새로운 옷이나 가방, 신발을 본다면 르상티망이라고 바로 알아차릴 자신 있어요. 그리고 르상티망에 예속이나 종속당하지 않을 자신도요. 르상티망의 또 다른 예로 기독교를 들었는데요. 정말 그런 것 같다며 고개를 끄덕끄덕 했습니다. 그 이유 한번 유추해보시라고 여기서 스포를 하진 않을게요.

 

둘째 성과급으로 혁신을 유도할 수 있을까? - 예고된 대가

전 이 파트에서 요즘 아이가 한창 시험 공부하고 있어서 그런지 시험이 예시로 떠올랐어요. 책에서 말한 예고된 대가, 즉 어떤 과제를 수행할 때 대가를 약속받으면 더 열심히 할 것 같지만 실은 가장 적은 노력으로 가장 많은 대가를 얻기 위해 무엇이든 한다고 하네요. 과제를 선택할 때도 도전적인 과제가 아니라 가장 많은 대가를 받을 수 있는 과제를 선택하고요.

 

대개 부모님들이 시험 100점 받으면 핸드폰 사줄게, 몇 등 하면 게임하게 해줄게 같은 대가 약속을 하잖아요. 그러면 웬지 공부를 더 열심히 할 것 같은 느낌적인 느낌이 들지 않으세요? 전 대가 약속을 일절 하지 않았어요. 초등 때부터 시험에 관여를 안했는데요. 그랬더니 딸아이가 다른 엄마들처럼 대가를 약속해달라고 하더라구요. 그래서 제가 시험 잘 볼 때 대가주면 못 볼 때 뭔가 불이익이 있어야 하는 것 아니냐 했더니 대가를 바라는 말은 쏙 들어가버렸죠.

 

시험에 대한 동기부여가 되어 자기 힘으로 준비하고 결과에 책임지는 그런 사람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었는데, 시행착오가 많았습니다. 시험기간에 교과서도 문제집도 보지 않고 책만 본다고 선생님께 혼나기도 하고, 문제집 가져오라는데, 문제집이 아예 없어서 어떡하냐며 걱정하기도 하고요. 낮은 점수를 받고 좌절할 때도 많았지요. 우리 아이는 공부와는 거리가 멀구나 생각했습니다.

 

그런 우리 아이가 달라졌어요. 이번 중간고사 기간에 어찌나 열심히 공부를 하던지, 제가 감동했어요. 평소 즐겨하던 것 다 중단하고 계획 세워서 준비를 하더라구요. 전 중2때 그러지 못했는데 말이죠. 청출어람입니다. -도치맘- ㅎㅎ

 

p 69 사람이 창조성을 발휘하여 리스크를 무릅쓰고 나아가는 데는 당근도 채찍도 효과가 없다. 다만 자유로운 도전이 허용되는 풍토가 필요하다. 그러한 풍토 속에서 사람이 주저 없이 리스크를 무릅쓰는 것은 당근을 위해서도 채찍이 두려워서도 아니다. 그저 단순히 자신이 그렇게 하기를 원하기 때문이다.

 

전 물건으로 당근을 제시하지 않고, 두려운 채찍도 휘두르지 않았어요. 다만 잘할 땐 격하게 칭찬하고 못할 땐 같이 마음아파하며 위로했던 것이 제가 활용한 당근과 채찍이었지요. 자유로운 도전이 행복하고 즐거운 도전이 되었으면 하고요. 그리고 이것이 아이 인생에 선물이 되기를, 자기 인생의 철학으로 자리 잡기를 바랍니다.

 

p 86 자유에는 견디기 어려운 고독과 통렬한 책임이 따른다.

 

50가지 철학 중에서 전 이 말이 잊혀 지지 않을 것 같아요. 그래서 아이에게 편지를 썼습니다. 이런 지혜 하나쯤 평생 무기로 간직해도 좋을 듯싶거든요. 시험을 앞두고 엄마에게 받는 편지, 제가 중학생 때 받아보고 싶었던 편지, 딸에게 보냈어요. 철학(편지)을 등에 메고 고독과 책임의 발걸음을 떼며 자유의 길로 나아가고 있는 너에게 엄마는 언제나 지지와 응원을 보낸다.

 

 

 

첫날 기분좋게 출발했다는 얘기를 들으니 웬지 전 이 편지도 한몫했다 싶어 어깨 으쓱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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