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움/인문학

이야기 인문학

꿈트리숲 2019. 5. 3. 06:59

언어는 사람공부

 

 

한창 인문학이라는 것에 심취해 있을 때 인문학세 글자가 들어간 책들은 눈에 불을 키고 찾아 읽었어요. 그리고 인문학 관련 방송이나 강의 등도 찾아 보고 듣고 했었습니다. 그때 알게 된 작가가 조승연 작가인데요. 제가 언어에 능통하지는 않지만 언어에 관심이 많아요. 그래서 그런지 언어천재 조승연 작가는 참 남다르게 다가오더라구요. 게다가 많은 사람이 동경하는 루브르에서 미술사와 박물학을 공부했다는 것에 더없는 매력으로 느껴졌어요. 도대체 이 사람은 못하는게 뭐야? 그렇다고 잘난 척 하는게 재수 없지도 않고, 참 세련됐다 싶었죠. 젊은 나이에 책도 많이 냈어요. 가방끈이 길면 그렇게 되는걸까, 난 가방끈이 짧구나... 한숨도 좀 쉬고요.

 

제가 울산 살 때 조승연 작가를 대중 강연으로 직접 만났어요. 주위에 지인들에게 다 알려서 같이 갔는데요. 그들은 조승연 작가가 초면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청산유수 같은 강연에 넋 놓고 들었습니다. 이 책이 나오기 전 조승연 작가의 대표작은 아마 <공부기술>이었을 것 같아요. 지금의 대표작은 바로 <이야기 인문학>이지 않을까 합니다. 2013년 출간되었는데, 서점에 아직까지 좋은 자리에 있는 걸 보면 스테디셀러임이 분명해요. 가끔씩 집에 있는 <이야기 인문학>을 만지작 하면서 내일은 이 책의 후기를 써볼까 생각을 했었습니다. 그때마다 다른 책에 밀려 빛을 보지 못하다가 며칠 전 유튜브 영상을 보며 다시금 책에 손이 갔어요. 저에게도 <이야기 인문학>은 스테디셀러인 듯싶습니다.

 

나는 언어 공부가 취미다.” 이렇게 말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눈을 휘둥그레 뜨고 쳐다본다. 사람들은 대체로 외국어 배우기를 끔찍이 싫어하는데 웬 괴물이야?’라는 것이다. 나도 어릴 때는 그랬다. (중략) 영어와 싸우며 밤을 지새우던 유학생 시절, 아주 작은 깨달음을 얻은 덕분에 언어 공부가 재미있어졌고, 그 후로 어학 공부에 무서운 가속이 붙었다. (중략) 나를 이처럼 언어 공부광으로 만들어준 작은 깨달음은 바로 언어는 사람공부라는 것이었다. -프롤로그-

 

이 분은 영어, 불어, 이탈리아어, 독일어, 라틴어 등을 섭렵하고 지금은 중국어도 구사한다고 들었어요. 이쯤 되면 진짜 언어천재 맞죠. 더군다나 누구의 강요도 없이 본인의 깨달음으로 언어 공부광이 되었다니 놀랍습니다. 그의 힘겨운 노력을 언어 천재라는 단 네 글자만으로 표현하자니 뭔가 아쉽기도 한데요. 어쩌겠어요. 그래야 저의 노력부족을 좀 커버하는 셈이 되니까요.

 

<이야기 인문학>에서는 언어는 사람공부라는 표현답게 각 언어들의 기원에 대해서 알려줍니다. 따분한 기원이 아니라 흥미진진하고 어디 가서 써먹고 싶은 그런 기원이에요. 현생 인류가 탄생했을 때 그들도 분명 의사소통을 하며 살았을텐데요. 아마 지금 같은 언어는 아니었겠죠. 살면서 필요에 의해 우리 이 말은 이 뜻으로 약속하자고 집단 합의가 있었을거에요. 그것이 자연적으로 단어가 되고 그 지역에서 쓰는 언어가 되어 한 나라의 모국어로 자리 잡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그러니 언어를 아는 것은 그 나라 공부이기도 하지만 더 깊이 들어간다면 바로 사람 공부, 삶의 공부, 인문학이 되는 것이겠지요.

 

그 인문학의 예를 들자면 글래머러스한 여자는 원래 그래머, 문법을 마스터한 사람을 뜻한다는 것, 매력을 뜻하는 챠밍은 노래를 부르는 여자라는 카르멘(carmen)이 그 기원이죠. 바람둥이의 대명사 카사노바는 높은 문화 수준, 세련된 스타일, 여자의 심리와 문화에 대한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여자들의 존경과 사랑을 한 몸에 받는 멋쟁이를 일컬었다고 합니다. 아름다움의 ‘beauty’는 똑바르다를 뜻하는 라틴어 ‘bene’에서 왔다고 해요. 베네 하면 카페베네 생각나요. 카페베네는 커피를 좋게라는 뜻이랍니다. 이름 한번 잘 지은 것 같아요. 베네는 프랑스어로 바뀌면서 벨(belle)이 되는데 반듯한 여자, 미녀를 뜻하게 되었대요. 미녀와 야수의 주인공 이름이 벨이죠. 그러니까 그 여주인공 이름 자체가 그냥 미녀였던거에요. 뷰티하면 프리티와 큐트도 우리는 비슷한 선상에서 놓고 생각을 하는데요. 작가는 이 둘의 어원은 완전히 반대말이라고 합니다.

 

p 33 beautifulpretty는 정도의 차이가 아니라 완전히 반대말이다. 어원적으로 보면 뷰티풀한 여자는 똑바른 여자이지만 프리티하거나 큐트한 여자는 커닝cunning을 잘하는 여자속임수에 능한 여자를 뜻한다.

 

아름다움은 우아함을 연관 이미지로 불러와서 범접하기 쉽지 않겠다 생각했어요. 그래서 차선책으로 프리티나 큐트에 저의 이미지를 맞춰볼까 할 때도 있었는데, 속임수에 능한 여자라니요. 전 그런 여자 되고 싶지 않은데요. 책에 샤넬의 말을 인용한 부분이 있어요. 남자든 여자든 겉모습 꾸미기에 집중하는 요즘 우리에게 필요한 말이 아닐까 싶어요.

 

p 34 앙증맞음과 아름다움은 아무런 관계가 없어요. (중략) 아름다움은 영원하고 예쁜 것은 순간입니다. 그런데 이 세상에는 아름다워지고 싶어 하는 여자가 없어요. 진정한 아름다움은 마음과 영혼을 관리하는 것으로 시작해야 해요. 그렇지 않으면 어떤 화장품으로도 내면의 추함을 가릴 수 없거든요.

 

샤넬의 철학 때문인가요, 자신의 이름이 들어간 제품은 오늘날 명품의 대명사가 되었네요. 화장품으로 내면의 추함을 가릴 수 없다면서 샤넬 화장품이 비싼 건 좀 아이러니 하지만 그래도 진정한 아름다움에 대해선 생각해볼 가치가 충분하다 여깁니다.

전 내면의 아름다움을 추구한답시고 화장도 일절 하지 않는데, 아직 그 내면에서 겉으로 아름다움이 나오기까지 멀었나 봅니다. 그래도 사람공부하며 아름다워지고 있다 최면을 걸고 싶네요.

 

조승연 작가의 재밌는 유튜브 영상 첨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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